우리의 따뜻한 심장은 스스로가 아니라면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

[조성웅의 식물성투쟁의지] (4)

우리의 따뜻한 심장은 스스로가 아니라면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
-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L 동지에게


사르르 과연 봄바람 분다
후두둑 후둑 속절없이 꽃비가 내린다

아파하지 마라
꽃잎 바로 뒤편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져도
낙화가 우리의 계획은 아니었다

후둑 후두둑 꽃비 속을 걸어가는 그대
낙화의 항로를 닮았지만
아직까지 그대 몸 곳곳이 질문이다

아파하지 마라
뭐 할 거냐고 용기 내 묻지 않았지만
우리의 심장은 계절을 가로 질러 여전히 따뜻하다

하청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슬로건 속에서
우리 자랑스럽지 않았는가
라인을 세우는 저 거대한 반란의 몸짓 속에서
우리 행복하지 않았는가
그대 잠을 줄여 만나고 대화하고 온통 생을 걸어 조직했던 바람의 노래들
높은 음계를 갖는 꽃의 시간이었다

열매 맺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오류는 아니다
우리는 열매를 꿈꾼 것이 아니라
삶의 단조에서 장조까지 흐르는 선율을 사랑했다

라인을 세우는 동지들의 당당한 모습이 세상이었다
그대 몸 곳곳이 아직까지
삶의 가장 아름다운 선과 선을 이어가는 율동이다

이제 낙화의 항로를 거슬러 올라 저 푸른 잎에 가 닿을 때까지 사랑이다
표정 하나 없이 라인 타러 가는 현장조합원들의 여윈 어깨로부터
여기 새로운 연대의 높은음자리표까지
그대 율동이 일으키는 바람의 노래가 분다

아파하지 마라
우리의 따뜻한 심장은 스스로가 아니라면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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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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