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당한 노동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디로

15개 산별, ‘4.11총선 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토론회 개최

노동운동진영이 지난 10여 년간 염원해 온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재정립의 순간을 맞게 됐다.

온갖 내, 외부적인 논란에도 야권연대와 통합진보당 정당투표에 올인 했던 민주노총은, 야권의 패배와 함께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렸다. 제 3당 자리를 차지한 통합진보당은 나름 ‘약진’을 자부했지만, 노동계는 노동계 후보의 완벽한 패배,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서의 노동의 배제, 야권 정책협약 등 선거 과정에서의 노동(의제)의 배제 등으로 휘청거렸다.


그나마 ‘총파업’ 선언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상태지만,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계 곳곳에서 여전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 15개 산별연맹은 지난 3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4.11 총선 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토론회를 개최하고,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홀대당한 노동정치...“통합진보당, 선거과정 특정정파 편향성”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민주노총 노동절 기념대회 연대사에서 “통합진보당이 이번 총선을 통해서 노동 대표성을 분명히 하지 못한 것은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원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이 통합진보당의 패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노동 홀대 논란은 총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 돼 온 문제였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연맹 수석부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은 당원가입과 세약공제에서 민주노총이 여전히 절대적 역할을 했고, 일부 산별연맹들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출을 위해 대규모 입당을 조직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정파후보, 전략명부, 할당제에 밀려 민주노총 및 산별연맹 안에서 조직적 지지를 받았던 후보는 한명도 당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실제로 현장에서 수많은 혼란을 만들어냈다. 홍희덕 의원은 의정부을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으며,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조직적으로 선거에 결합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야권단일후보 과정에서부터 삐걱댔다. 권용희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노동자 후보인 홍희덕 의원은 야권단일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을 뿐더러 언론에는 경기지역의 전략지역으로 심상정과 성남 중원, 수원장안, 수원 권선, 여주만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노조는 야권단일후보 선정과 관련해 특정정파 중심으로 거론되는 언론보도의 진위여부와, 상식적이고 공정한 기준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대표비서실에서 일정상의 이유와 노조공문의 ‘특정정파’표현 삭제를 요구하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한 권용희 사무처장은 “통합진보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특정 정파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선거 지원에 있어 박근혜의 경우 2번이나 방문을 했지만, 이정희 대표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이번 총선 과정에서의 노동자후보 배제와 부실 선거운영 시스템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비례후보로 출마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4500명의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통합진보당에 집단가입하기도 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보건 같은 경우 현장 조합원의 절실한 요구였던 의료법 제,개정과 무상의료실현을 위해 집단입당을 바탕으로 비례후보를 내는 등 야심찬 기획을 가지고 적극 결합했다”며 “하지만 솔직히 우리 조직에서 나름대로 준비된 후보와 의제, 조직이 있어 달려들었지만 통합진보당은 그런 당이 아니었고, 민주노총도 그런 노조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진보정당이 노동자 농민, 민중의 대표성에 기초해 비례선거운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무런 전제 없이 비례원칙이 정해졌다”며 “결국 13석이 확보됐지만, 환노위는 누가 갈지 모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의 선거관리능력 부실역시 지적됐다. 이주호 단장은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당이 선거를 관리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뤘기 때문”이라며 “이번 진상조사에서 나왔던 이야기 역시, 이번 선거는 당직자가 수의계약한 영세업자 사장님의 양심에 의존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과의 관계 재정립 해야”

때문에 산별연맹들은 이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과의 관계 재정립을 바탕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개념을 재검토하고,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상수 수석부위원장은 “당과 노조의 관계는 일방적,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 자주적 관계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연맹의 자주적 정치활동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상층의 정치위원회 수준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고 정치활동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정치실천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조 수석부위원장은 “진보정당의 분열과 혼선으로 인해 민주노총이 분열되거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종된다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지금이야말로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올바른 진보정치대통합의 주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 역시 “최근 수 년 동안 거의 부르주아 의회 진출의 협소한 개념으로만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사고되는 편향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망 투표가 아니라 회고 투표 전략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며 “또한 정당 대리주의도 문제지만,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거나 그것을 근사하게 표현해내는 사람들에 의존하는 대리주의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심재옥 진보신당 부대표와 이의엽 통합진보당 19대 총선 선대본부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의엽 본부장은 불참했다.

심재옥 부대표는 “노동강세 지역에서의 정치가 과연 지역, 주민들과도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발전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또한 지역 내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지역 상인들까지도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정치였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의엽 본부장은 토론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노동중심성 약화에 대한 노동 현장의 우려, ‘노동 없는 진보’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노동자의 배타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진보정치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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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주노총

    고머해라. 통진바라기 민주노총지도부...
    지도부 너그들 계속 그럼 안본다.
    퇴진운동할거다.
    정치적 오류.. 반노동계급적 작태..
    눈 뜨고 못보겠다.

  • 만주노총

    고머해라. 통진바라기 민주노총지도부...
    지도부 너그들 계속 그럼 안본다.
    퇴진운동할거다.
    정치적 오류.. 반노동계급적 작태..
    눈 뜨고 못보겠다.

  • 귀족노조

    비정규직 외면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만 추구하는 민주노총이 무슨 노동자를 대변하는 단체냐?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를 외면하고 자기네들 이익만 챙기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말이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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