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

[식물성 투쟁의지](24) 현대미포조선노조 조합원 이홍우 동지를 기억함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홍우 동지는 절정의 단풍을 통증처럼 남겨놓았습니다
그가 허공에 몸을 맡길 때 심정은 어떠했을까?
밧줄이 자신의 목을 죄어 올 때 그가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난 펑펑 울고 싶을 땐 가만히 심장에 손을 대어 봅니다
심장이 뛰고 있는지 아직도 내가 살아있기나 한지
세상의 저음에서 들려오는 인간적인 외침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여백이 남았는지

한 동지가 고공에 올랐다는 소식만 들어도
덜컥 가슴부터 내려앉는 나날들입니다
투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의 초라한 자리가 더 커 보이고
진실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고립을 먼저 두려워합니다
투쟁은 안되고 종양처럼 감정만 남았습니다
우리 모두를 망칠 이 지독한 패배주의를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를 두 번 죽이지 마라!
죽음에서 깨어나서도 이홍우 동지는 온통 동지 걱정 투쟁 걱정뿐입니다
정말 무모한 사랑입니다
정말 지독한 낙관주의입니다
이홍우 동지는 우리 모두를 촛불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에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리라 착각하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촛불을 확대할 겁니다

촛불을 든 자리
죽음조차 환하게 밝혀 목숨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낮은음자리표 부근에서 손을 잡았고
높은음자리표까지 둥그런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이곳에서 밝고 따뜻한 것,
다른 삶을 위한 위대한 행동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단호한 행동, 이홍우 동지입니다
목숨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 이홍우 동지입니다 (2008년1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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