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족, “희망은 다시 배신당했다”

“사면을 구걸하지는 않겠다, 책임자 처벌될 때까지 싸울 것”

한상균 쌍용자동차 전 지부장은 지난 8일, 3년 형량을 꽉 채우고 출소했다. 용산참사 구속자 8명은 3년 6개월째 옥중에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진상규명위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특별사면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특별사면이 없을 것이란 발표가 있기 하루 전,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의 용산참사 안건상정을 가로막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는 16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구속된 이충연 용산 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이 “석방되면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고 꼽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분향소다. 유가족들과 구속자 가족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는 문화제에서 “책임자가 처벌되고 구속자가 사면되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은 “광복절 사면 요구는 용산참사 구속자 뿐 아니라 많은 양심수들이 억울하게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며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이 정부는 다시 희망을 배신했다”며 구속자들을 사면하지 않은 정부에 분노를 표현했다.

그는 이어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던 이들은 3년 반이 넘도록 감옥에 갇혀있고, 살인진압을 지시한 자들은 호의호식하고 있는 이 부당함을 바꿔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문화제 진행되는 동안 참가한 시민들은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들을 직접 고발하는 시민 고발장 ‘나는 고발한다’를 작성했다.


용산참사 당시 남편 이상림 씨를 잃은 유가족 전제숙 씨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을 조금은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전제숙 씨는 참사 당시 남편을 잃고 이후 다시 아들 이충연 씨의 구속을 겪었다.

전제숙 씨는 “많은 사람들이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측근들은 잘도 사면시키고 연임시키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철거민들은 왜 석방 시키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말해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전제숙 씨는 “용산과 쌍용, 강정 모두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화와 복직과 살 곳을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힘 없는 이들이 함께 하는 싸움이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대표도 정부의 사면 거부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애초에 이 정부의 인간적인 면모를 믿지 않았기에 기대하지도 않았고, 사면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면서 “오로지 힘과 폭력에 의해 구속된 이들의 사면은 당연한 것이라 잘못을 인정하는 듯 사면 구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가 구속자들을 사면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용역 깡패 집단의 우두머리를 자처하고 있는 정부의 자기증명”이라는 것이다. 조희주 대표는 이어 “더이상 이명박 정부에 사면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미 정권의 임기가 끝나가는 판국에 구속자들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제에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전 의원도 자리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 전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용산참사 3주기를 맞이해 ‘강제퇴거금지법’을 발의했었다.

정 전의원은 “강제퇴거금지법을 발의해놓고 국회의원이 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을 꺼낸 그는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오늘의 현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무시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배제되는 헌법위반의 사회”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 한 명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다가올 대선에서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는 이날까지 접수된 시민고발장으로 오는 20일, 당시 진압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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