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스쿨 된 정치판 선거 전략과 노동자 정치

[양규헌 칼럼] 분열증 세상에서 노동자대통령 후보의 의미

멘붕스쿨의 주역인 새누리당

폭풍 웃음을 유발하는 ‘멘붕스쿨’이란 개그코너가 있다. 예전 봉숭아 학당의 최근버전으로 학생들과 선생님이 나오는 구도는 같다. 그러나 봉숭아 학당이 정상성이나 전통을 지향하는 캐릭터들이었다면(일상적인 학교캐릭터들의 다양한 변형들) 멘붕스쿨은 좀 독특하고 분열적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아휴~요즘 애들 왜 저래?”라고 놀라는 선생님 캐릭터가 오히려 낡아 보일 정도로 놀라운 반전의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요?”를 연발하는 바보캐릭터는 유쾌한 웃음을 준다. 유쾌한 웃음 뒤에 쓸쓸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뒤따라오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광란의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병증은 분열증이라고 한다. 생산의 주역과 소비의 노예가 한 몸으로 얽혀 있고 끊임없이 불안정한 일자리나마 얻기 위해 도시를 헤매야 하는 불안정 노동자의 모습은 몸과 마음이 불일치되는 분열의 공간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노동자나 청년들은 자기를 부정해가며 새로운 것(사람이 아니무니다. 집이 없으므니다. 피가 없으므니다. 등 부정어법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반전 화법을 쓴다)인 “아니 아니..”란 말을 계속 내뱉어야만 하는 현실의 사막 상태를 반증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최근에 새누리당이 분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거의 모든 언론에서는 새누리당이 멘붕스쿨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집권여당이 완전히 멘붕스쿨이 되었으니 정신차리라는 덕담으로 건넨 것일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 발언이후 역사를 잊으면 보복을 받는다며 핍박 받았던 민중이 쓰는 프레임을 스스럼없이 발언해 스스로 멘붕에 빠졌다고 한 발언을 입증한다.(하긴 그녀는 역사의 보복을 6.25전쟁으로 상정해서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을 대변하고 후보를 대변해서 언론 플레이를 했을 텐데도 나중에 문제가 되면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하며 그 말은 개인 생각이었다는 둥 후보 생각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투표시간 연장법을 말하면 시골에 가로등이 어둡다는 등 하면서 은근 슬쩍 물타넘기 수법으로 뭐가 뭔지 모르게 말을 하곤 한다. 말을 듣는 국민들은 헷갈려서 나중엔 판단을 중지하게 되고 채널을 돌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북방한계선 논쟁을 제기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해서 계속 말들을 부풀리다보니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동을 용감하게 계속 해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갔고 ‘홍어*’ 발언을 하고도 너무나 표정들이 의연해서 그걸 참고 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멘붕이 올 지경까지 된 것이다.

단일화전략으로 참담해진 야권의 선거전략

멘붕이 온 것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선거전을 보고 있고 그걸 접해야 하는 유권자들이다. 사람들이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을 두고 말하길 공주이미지를 실추시켜도 한참을 실추시키는 개구리 같은 팔불출 공보단장을 둔 박근혜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물이 없나하고 연민어린 시선까지 보낸다. 그러나 그것은 새누리당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다. 야권과 네티즌들은 새누리당의 닭짓과 뻘짓을 보고 그걸 패러디하며 웃고 즐거워한다. 그러는 사이 대선이 짚어야하는 미래에의 지향이나 관심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멘붕스쿨 배역으로 용감해진 그들은 아무거나 막 집어던지며 아님 말고 식으로 선거판을 물타기로 흐려놓는다. 어쩌면 그들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정치에 대한 염증을 유발시켜 투표율이 낮아지는 수법을 써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일관된 보수화 전략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상파나 언론이 이슈를 몰아갔던 야권단일화는 더 노골적으로 말려들었다는 생각이다. 안철수가 출마하고 안. 문 단일화 협약이 있기 전까지 지상파3사는 단일화에 대한 의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의원은 3사에 다 나와 똑같은 말과 논지로 자판기 토론을 지겹도록 해댔다. 여권패널로 나온 사람이 단일화에 누가되면 좋은지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은지 토론을 벌이는 게 너무도 이상했다. 왜냐면 여권패널들은 근본적으로 야권단일화에 반대하고 야합과 사기라고 규정을 한 가운데 단일화 방법을 논하는 게 어떻게 진정성이 있단 말인가.

그들은 분명히 야권균열 전략으로 토론을 하고 있는데도 그에 따른 야권의 문,안 캠프의 전략적 대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정치혁신을 들고 나온 정치신인 안철수는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고 권력을 쫓는 정치인과 같은 캐릭터로 갈무리 시키는데 성공하며 지지율에도 변화를 줬다. 주구장창 단일화 이슈를 다룸으로서 그것이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한 정치평론가들의 생각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그 또한 기획된 전략인지 모른다. 지상파와 보수언론들이 단일화이슈를 띄운 건 박근혜를 위한 전략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언론 플레이에 철저히 놀아난 민주당은 정말 무능력한 정당의 프레임을 벗기 어려워졌다.

그러는 사이 단일화는 나쁜 야합이 되어있었고 안.문 지지자들은 철저히 이간질에 놀아나 상대 후보를 총질하느라 밤새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발견되기도 했었으며 지금은 대변인까지 총질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고 나니 한 달이 훌쩍~ 대선 판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지지후보를 정한 사람은 나름대로의 관심과 열정이 있어 팬덤의 활동을 하는 추세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선 판이 흥행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수도 있고, 정치 혐오증이 너무 뿌리 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탓일 수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동정치가 보이지 않는 선거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대선 후보들 발걸음이 매우 바빠지고 있다. 어떤 후보는 광폭과 국민대통합 명분으로, 어떤 후보는 야권단일화 등을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권력을 먹기 위한 비둘기(비둘기는 모이를 받아먹을 때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지만 모이를 먹고 나서는 하늘을 날며 사람머리에 똥을 싼다)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표와 권력을 먹을 목적으로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내고 있으나 진정성을 발견하긴 어렵다.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근본적인 법과 제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거리에 내몰려 죽음을 각오한 단식과 고공농성투쟁이 목숨을 담보한 절박한 기본권 투쟁과 용산학살, 강정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잠깐씩 투쟁현장을 찾아 '문제가 있다'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해결할 의지가 있다' 등 립서비스로 일관할 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관심 있는 척 하고 있으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

민주노총의 멘붕스쿨 - 이젠 보수야당에게 배타적 지지를 주장할지 궁금

최근, 진보의 개념이 모호해 지고 사회구성에 가장 다수인 노동자계급 정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동운동 지도부를 자처했던 자들의 행보는 스탠스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계급정치를 벗어버리고 현란한 정치수사를 늘어놓으며 자유주의 세력에게 폼 나는 동거를 선언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행보가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경쟁하듯 앞 다퉈 보수정치판 행보를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민주노총, 민주노조운동의 멘붕스쿨을 발견한다. 이들의 행보는 포섭되었다기보다 애원의 혐의가 훨씬 강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 '노동자 계급정치에 힘을 쏟는다며 민주노동당에 배타적지지를 하자'고 거품을 내 물며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확정하지 않았던가.

민주노총이 결정한 배타적 지지방침은 노동자계급이 진보정치의 중심에 서기 위한 정치세력화 전략으로 제출되었다고 보여 진다. 대중조직과 정치조직 사이에 지켜야 할 원칙(독자성과 사안에 따른 협력과 연대)도 무시하며 배타적 지지방침이 올바른 노선인양 조합원들에게 대리정치를 강요했고, 반이명박전선만이 노동자계급의 대립전선으로 호도했던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 주장과 결정의 속내에는 노동자 대중의 이름을 팔아 자유주의 세력과 동거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사실이다. 운동의 노선을 떠나 양심과 기본자질에 관한 문제로 판단된다. 30여 년 이상을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민주노조운동을 짧은 시기에 멘붕스쿨로 만들어버린 그들이 "민주노총은 여전히 자신들이 선택한 자유주의 정치세력(문재인, 안철수)에게 배타적 지지방침을 결정해야한다"고 우길지 궁금하다.

노동자 대통령 후보전술을 통한 노동자정치 복원

온갖 꼴통 짓을 해도 콘크리트 지지율에 변화가 없고 경제민주화가 재벌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지지율이 변하지 않는 새누리당은 그렇다고 치고, 전태일 열사를 찾고 쌍차 단식농성장을 찾은 소위 야권후보들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 몰고 있는 제도적 장치는 나 몰라라 하며 노동자권리를 대리할 테니 표만 달라고 하지 않는가.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없이 무작정 해결해보겠다는 말은 오로지 권력을 따먹으려는 감언이설이 아닌가. 만약 필자의 판단이 틀렸다면 민주, 진보를 자처하는 후보들은 이후 무엇을 하겠다는 공허한 약속을 할 것이 아니라 당장 법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밝히고 현재 진행되는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길거리, 고공 싸움에 공동,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실천적으로 함께 투쟁 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대회를 계기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와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김소연후보'를 선출했다. 대선에 임하는 과정을 두고 좌파를 자처하는 한편에서는, 대의 민주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치에 무관심을 자랑처럼 늘어놓기도 하고, 노동자 후보에 대한 불분명한 노선 아닌 노선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후보 개인의 운동행적(민주노동당원)에 대한 비판의 모습도 보인다. 또 한 쪽에선 케케묵은 시기상조론과 아울러 몇 표나 얻을 거냐는 산술적인 비아냥과 함께, 야권 표를 갉아먹는다는 해괴망측한 걱정도 들린다. 그렇지만 이들에게서 노동자를 들러리로 내 세우는 대리정치, 간접정치, 보수정치를 깨고 노동자, 민중이 주체가 되어 노동해방 세상을 쟁취하겠다는 계급정당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대통령 후보는 이 동지들과 함께 고민하고 투쟁하며 세상을 바꾸는 길에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는 과제로 남아있다고 보여진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동자 정치가 실종된 정치판을 보면서 스스로 멘붕스쿨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노동자계급에게 정치 무관심을 유발시키는 가짜진보와 자유주의세력에 대항하는 노동자정치를 열어 가야하지 않을까. 여, 야, 무소속 후보가 노동계급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밀어놓기 전에 우리에게 강고하게 덮어져 있는 과도한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해체하고 노동자후보 전술을 통해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선거투쟁을 열어가야 하지 않는가. 노동운동의 멘붕스쿨을 탈피하고 변혁노선을 복원시켜 무너진 운동을 살리기 위해 투쟁현장을 질주해야하지 않는가, 그리하여 정치적의 암울한 고통을 벗어나 노동자계급의 내일의 희망을 열어갈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후보전술'과 계급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는가.

새로운 시대가 동반해야하는 해방세상은 부르주아 정치의 낡은 것들을 없애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며 그 시작은 이름도 낮선 노동자 대통령 후보전술이 될 것이다. 노동자 후보전술은 표를 구걸하기 보다는 길거리에 내 몰린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나로 결집시켜 거대한 투쟁을 통해 당면한 요구들을 정치쟁점화 시켜내고 관철시켜 내는 과정이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복원하는 출발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노동자대통령 후보전술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고, 정치적 억압의 폐기와 진정한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정착되는 사회를 지향하며, 노동자계급의 완강한 투쟁전선을 조직함으로서 희망의 노동자정치 전형을 만드는 것이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후보의 역할과 임무가 될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대통령 후보전술은 광란과 야만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변혁노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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