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순환출자’ 꼼수...박근혜 ‘경제민주화’에도 역행

만도, 부실한 ‘한라건설’에 현금퍼주기...98년 사태 재현 우려도

한라그룹이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한라건설’에 3천 4백여 억 원의 현금 퍼주기에 나섰다.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 원을 신규 출자한 만도는 순환출자로 한라건설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순환출자는 그간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지배력 확장을 위해 악용해 온 구조로, 박근혜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순환출자 규제를 언급해 왔다. 때문에 한라그룹의 신규 순환출자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과도 역행한다는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 한라중공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계열사간 상호 출자가 한라그룹 부도와 만도 매각 등으로 귀결된 전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라그룹, 박근혜 ‘경제민주화’에 역행
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 ‘순환출자’...한라건설에 ‘현금퍼주기’


만도는 지난 12일,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 원을 출자했다. 회사 측은 당시 ‘마이스터의 물류 인프라 강화와 신사업 전개’를 출자 이유로 밝혔지만, 실제 내막은 지속적인 경영악화를 걷고 있는 한라건설에 대한 ‘지원책’이었다.

[출처: 금속노동자]

실제로 같은 날, 한라그룹은 정몽원 회장과 만도, 마이스터 등 계열사가 공동으로 3,435억 규모의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상호출자제한으로 만도가 한라건설에 직접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이스터’를 통한 우회적인 지원을 꾀한 것이었다. 즉, 만도가 현금 유동성이 없는 마이스터에게 현금 지원을 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출자를 하는 ‘순환출자’ 방식을 택한 셈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한라그룹과 같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상호출자’는 금지 돼 있지만, 세 기업 이상이 참여하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는 없다. 삼성 등의 재벌 대기업들은 이러한 ‘입법 공백’을 이용해, 순환출자 구조로 계열사 지배력을 확산시켜 왔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 규제에 힘을 싣고 나섰다. 지난 2월 말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상반기 입법계획에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신규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라그룹이 신규 순환출자를 통해 한라건설 ‘현금퍼주기’에 나서면서, 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법개정이 안 된 상황이어서 아직까지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인수위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며, 공정위의 입장 또한 인수위 발표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만도 측은, 이번 조치가 ‘경영악화’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에 단순한 순환출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도 관계자는 “순환출자는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한라건설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순환출자로 정몽원 회장의 지분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종래의 순환출자 목적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한라건설이 만도에 19.9%를 출자하고 있고, 마이스터는 만도의 100% 자회사이고, 마이스터는 한라건설에 5.4%를 출자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래부터가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순환출자의 목적과 의도 등 구체적인 규제 방안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정해지겠지만, 현재 조치 자체는 순환출자가 맞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한라건설과 만도, 마이스터의 순환출자 고리는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다. 2월 말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위한 추가 출자 역시 신규 순환출자로 간주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98년 만도 매각 사태 재현 우려...“만도에 엄청난 손실 끼치는 결정”

한라건설에 대한 만도의 무리한 투자와 순환출자가 이어지면서, 98년 그룹 부도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량 계열사인 만도가, 부실한 모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나 신뢰 훼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소액주주는 “98년에는 흑자를 내던 만도가 부실한 한라중공업에 무리한 투자를 해 그룹이 부도나고 만도가 매각됐는데, 이제는 한라건설 때문에 알짜배기 만도가 98년 사태를 다시 겪을 우려가 있다”며 “부실한 한라건설에 만도가 왜 돈을 쏟아 붓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이는 만도 법인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이번 순환출자 조치에 앞서 한라건설은 지난해 11월, 만도 지분 전량(364만주)을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3,000억 원을 조달해 만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만도가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한라건설을 상대로 ‘일감몰아주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12월, 만도와 648억 3058만 원 규모의 한라그룹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는 지난해 한라건설 매출액 대비 3.85%에 달하는 규모다. 만도는 계약 금액으로 452억 8백 만 원을 공시했고, 이를 ‘현금’으로 거래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만도가 이후에도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송호연 ESOP 대표이사는 “객관적으로 볼 때, 만도가 98년 사태를 재현할 정도까지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만도의 지원이 끝난 것인지가 불투명하고, 이후 또 다시 추가 지원이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02년, 만도기계 소액주주 2명은 정몽원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소액 주주들은 정몽원 회장이 97년, 한라중공업에 만도기계의 은행대출금을 불법대출해 배임죄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송호연 이사는 “정몽원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사회에서 강요나 사주를 했다는 사실이 나오면 사주나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한라건설이 증자를 받은 후에도 추가적인 결손이 드러날 경우, 고의적으로 회사 내용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것이므로 사기죄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만도 회사 측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겠지만, 한라건설은 1/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정상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만도의 경우, 올해 영업 이익 5천 억 예상과 3천 억 이상의 만도차이나 홀딩스 상장 계획, 9천억 가량의 현금 유동성 등을 확보해 재원 마련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라건설에 추가로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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