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습’, 현대차 주말특근 논란이 겨누는 방향은?

[기사로 보는 경제](25) 꺼져버린 수출거품, 노동비용 감축으로 위기전가

엔저와 주말특근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엔저는 지금부터 문제... 앞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엔저정책 지속..대외신인도 악화 우려“ - 한국금융연구소 박해식


경제면을 연일 달구는 ‘엔저사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러당 100엔선 근접하자 경제수장들은 물론 각종 경제연구소에서도 엔저로 인한 수출타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1분기 수출실적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영업이익 감소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각종 언론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를 ‘엔저사태’를 외면하는 노조이기주의로 선동하고 있습니다.

'엔저' 외면하는 현대차 노조 – 4월 26일 조선일보 [기자의 눈]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엔저와 주말특근 거부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이 바로 나옵니다. 엔저로 인해 물건이 안 팔리면 당연히 재고만 늘어날 텐데, 재고를 더 늘리는 주말특근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어이없는 주장인 셈입니다. 오히려 현대차자본은 주말특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더 좋아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앞뒤가 맞지 않는 이런 논리가 보수언론을 타고 여기저기서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기사도 나옵니다.

현대차 "엔저, 특근거부 피해 만회하자" 투자 핸들 중국으로 - 4월 28일 서울경제

국내영업이익 10.7% 감소, 북미시장 점유율 하락,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든 현대차는 이미 이러한 하락 추세를 감지하고 중국시장 공락으로 돌파하기 위해 몇 해 전 부터 전략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베이징 1, 2공장에 이어 3공장까지 설비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모두 더해 연간 10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멘트는 엔저와 특근거부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가 투자를 중국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현대차 경영진이 4개월 남짓 흐른 엔저 추세를 미리 간파하고 중국에다 미리부터 생산 공장을 짓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자동차 공장이 그렇게 몇 달 만에 만들어진다니 초딩도 이해 못 할 황당한 설명이죠. 여기에 특근거부라는 말을 섞어 노조이기주의로 인해 국내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출호황 거품 꺼져...노동비용 절감위한 노조공격 신호탄

만약 이러한 보수언론의 호도가 늘 있었던 노조공격이라면 차라리 항의성명 몇 번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공격은 이들의 주말특근거부를 노린 협소한 공격만이 아닙니다. 바로 전체 국내자본의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신호탄입니다. 왜냐하면 가격경쟁력의 가장 큰 요소는 환율과 노동비용(노동생산성)이기 때문에 환율에서 손해 본 만큼 노동비용 절감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엔저현상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22회 연재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엔저국면은 최근 수년간 비상식적으로 올랐던 엔화가치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귀(하락)하는 현상입니다. 엔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대략 달러당 평균 110엔대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도 엔저현상에 대해 추가적인 과도한 하락을 경계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가장 큰 경쟁관계에 놓인 우리나라만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업종별 수출 경합도가 가장 큰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 컴퓨터 순으로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산업연구원 자료).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앞선 기사에서 보듯, 현대차처럼 글로벌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초국적기업들은 그 손실을 메울 기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손실을 메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엔저공습’에 따른 피해에도 양극화가 있는 셈이죠.

정리하자면, 엔저는 장기적으로 벌어질 현상(원상회귀)이며, 지난 MB 정부 시절 환율효과에 의해 누렸던 수출호황의 거품은 꺼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업종들에서는 사라진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동비용 감축으로 대응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여기에 대중을 자극하는 악의적 선동들(귀족노조, 노조근무태만)이 결합돼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이를 선동하는 보수언론의 두 가지 기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입니다. 현대차 노조에서만 그치지지 않을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위한 신호탄인 셈이죠.

우리도 원화가치를 떨어뜨려봐?

그럼 이런 질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원화가치를 떨어뜨려서 다시 환율효과를 되찾으면 되지 않겠냐고. 지난 MB 정부 시절 고환율 정책을 써서 수출대기업들만 배불렸다는 비판이 있었던 터라 이런 주장이 과연 실제 먹힐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엔저에 대해서 원화도 가치를 떨어뜨리면 서로 상쇄가 돼서 똑같아 집니다. 그런데 정책 당국자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하진 않을까요?

현재 아베노믹스에서 추진하는 대대적인 양적완화책은 우리나라가 쉽게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환율상승) 공언하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들은 커다란 환율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외국자본들의 손실에 대해서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문제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포함하여 600조 원에 이르는 외국자본의 동요를 300조 원(3200억 달러)에 불과한 외환보유고로는 절대 막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실제 최근 환율동향을 보아도 달러당 1100원 대에서 등락을 반복할 뿐, 원화가치가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외국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올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더 들어온다 하다라도 대부분 투기성 핫머니들이라서 반길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엔 수출 저하와 성장률 둔화로 인해 반대로 외국자본이 슬슬 빠져나가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치 하락을 공언한다는 건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격이죠. 더구나 그동안 수입물가(석유, 농산물) 상승으로 고통을 당해온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엔저위기, 누구에게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자본의 위기를 경제위기라는 말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MB정부 5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그 과실이 골고루 전달될 것이라는 거짓에 항상 속아줬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쏟아지는 비는 일단 피하자는 논리가 우리를 지배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위기가 왔다고 난리네요. 앞으로 5년도 경제위기 속에서 또 한 번의 희생을 요구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이런 조짐들은 도처에 들립니다.

“흔들리는 경제민주화, 부당 내부거래 하도급 규제안 후퇴” - 4월 28일 경향신문

재계의 반발과 여당 속도조절론에 힘입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경제민생 개혁법안마저도 후퇴하고 있습니다. ‘엔저위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경제민주화 담론마저 경제활성화가 먼저라는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관계를 찾자면 엔저로 손해 보는 만큼 다른 데에서 메워야 하는데 부당 내부거래나 하도급 규제 법안들이 방해를 한다는 거죠. 일단 내 몫은 챙겨야 하니 무슨 방법을 쓰든 가져가겠다는 날강도 같은 심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300조 원이 넘는 사내 보유금고에 얼마나 더 채워야 직성이 풀린단 말입니까?

이처럼 일본의 양적완화로 벌어진 ‘엔저위기’는 이제 우리의 생존과 노동을 공격하는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 이제 또 한 번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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