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양극화, 신중간계급의 부상

[주례토론회] 신자유의 시대 한국사회의 계급구조

[편집자주-토론내용]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은 어떤 변형을 겪고 있을까? 이번 주례토론회의 목적은 이것에 대해서 실증분석의 예를 토대로 함께 토론하는 것이었다.

흔히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전반적으로 불평등 심화와 양극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각 계급 또는 계급 내 분파별로 차별적으로 드러난다. 가령 전통적인 의미로 볼 때, 피고용자인 노동자계급(신중간계급 포함)의 비중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소득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경영관리와 전문기술로 표현되는 신중간계급과 사무직 하급노동자의 소득은 대폭 상승하였다. 반면 단순노무직 노동자들의 소득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개념으로 분류할 때, 자산가계급에 속했던 자영업자들의 비중과 소득은 모두 대폭 떨어졌다.(아래에서 다시 설명)

이러한 점들을 따져볼 때, 생산수단의 소유개념에 근거한 자산가계급과 무산가계급이라는 분류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계급 간, 계급 내 변동을 자세히 분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에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계급 개념을 사용하여 심도 있게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만약 계급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면 소득별 계층분화를 중심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설명할 순 있겠다. 그러나 생산수단의 소유개념에 의한 계급 분석의 유효성을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새롭게 변하는 계급지형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새로운 분석틀로서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이 따져봐야 하겠다.

생산과정과 노동과정의 자율성에 따른 계급분류 재구성

먼저 생산수단의 소유의 유무와 함께 노동과정에서 종속성의 정도를 가지고 계급분석의 틀을 짜볼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분류했듯,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에 틀에 따라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계급구성의 상대적 비중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자 계급 내에서의 변동도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을 사무, 서비스판매, 기능생산, 단순노무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보다시피 노동자계급 내에서 기능생산직(노랑)과 구중간계급(분홍)의 감소가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에 비해서 신중간계급(보라)과 노동자계급 내에서 사무(진한파랑), 서비스판매(빨강), 단순노무(녹색)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는 농어업, 제조업 등의 전통적인 산업들이 90년대 이후 후퇴하면서 산업별로 다층화 되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산업구조 변동만이 구중간계급의 감소와 노동자계급(네 가지 계층 모두 포함), 신중간계급의 증가의 요인이 아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보면, 자영 비율이 현격하게 낮아지는 대신 그만큼 피고용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발제문 표2) 또한 산업별 뿐 만 아니라 직업별 분포에서도 자영자(구중간)의 감소와 피고용(신중간)의 증가가 드러난다.(발제문 표3)

이를 종합하면 구중간계급이 주로 존재했던 산업이 몰락하면서 이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동일 산업내에서도 구중간계급이 노동자계급과 신중간계급으로 이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급 간, 계급 내 소득변화 비교

그러면 이러한 계급 비중의 변화와 함께 이들의 소득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자. <평균소득에 대한 계급별 소득 비율과 가구소득에 대한 가구주소득 비율(%) 1994-2010년> (발제문 표5)를 보면 신중간계급은 124.8%->133.7% 증가, 노동자계급 중 사무직 100%->115% 증가한 반면, 구중간계급은 99.7%->85.9% 하락, 단순노무직 83%->61.7% 으로 대폭 하락하였다. 소위 말해 전문기술과 화이트칼라계층으로 소득집중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은 노동분배율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십 여 년 동안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우리의 일반적 관념과는 달리 피고용자들(신중간계급 포함)의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하락이 불평등과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가 분석한 것처럼 오히려 임금소득자내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노동시장과 매우 연관이 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임금소득과 자산소득의 비율을 계급간 비교분석을 해보면 자산투자에 의해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임금의존도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발제문 표7) 그런데 이 표에서 주의할 점은 자산가계급과 구중간계급의 경우 이 표에서는 제외된 사업소득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주요한 분석을 할 순 없다. 신중간계급과 노동자계급처럼 임금소득자에 대해서만 유효한 자료이다.

자산투자에 따른 소득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실제 광고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각인된 투자수익이라는 관념이 과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부동산 거품축소로 인해 자산시장이 폭락하면서 실제 투자수익률이 대폭 떨어진 것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이 자료엔 부채에 의한 자산구매와 가격 상승, 그리고 이에 근거한 자산효과(부채차입)를 분석할 수 있는 요소가 빠져 있다. 다만 자산의 거래차익과 이자, 배당 등의 금융소득만을 확인했을 땐 이들의 소득효과는 미비하다는 점이다.

계급에 따른 이데올로기 지형분석

마지막 분석의 대상은 계급 간 이데올로기 분포다. 쉽게 말해 앞서 살펴본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에 따른 계급 간, 계급 내 비중의 변동과 소득의 양극화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 변화를 함께 동반하는가이다. 자료분석의 결과를 보면 (발제문 표8, 표9, 표10, 표11, 표12), 대체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었고, 특히 자산가계급은 확실하게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로서 신자유주의를 지지했다. 그러나 다른 계급 간에는 큰 격차가 없었다. 이로부터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소득 면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로부터 많은 수혜를 받고 있는 신중간계급의 이념이 자산가계급 만큼이나 뚜렷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여전히 임노동관계로 인한 피고용자로서의 규정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추측된다. 가령 전문기술의 짧아지는 주기성과 도태와 명예퇴직, 조기퇴직이 확산되는 경향에서 신중간계급 역시 노동과정의 피로도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논쟁지점들

신중간계급의 이론적 지위는 무엇인가? 신중간계급의 위치를 어떻게 이론적으로 특징지워야 할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계급간 소득분포에서 중간에 존재하는 수준의 분석을 넘어서야 한다. 과연 그들이 스스로 재생산할 능력과 토대가 있는지를 규명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이들을 계급으로서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될 것이다. 그래야 서두에서 밝혔던 새로운 계급분석의 의의가 드러날 것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조직장악(조직재)’, ‘전문기술(기술재)’을 일종의 생산수단으로 보는 시각(발제문 <2 기존논의배경>에서 라이트(Wright)의 견해)도 있는데, 여기에도 많은 논쟁지점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현실운동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현재 포스트 케인즈주의적 시각의 위기이론의 분석틀과 해법이 세계적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금주도성장론’의 주장처럼 노동자계급의 임금하락이 주된 위기의 원인이라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노동분배율 지표를 보면 임금의 하락은 관찰되지 않으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임금소득자 내의 격차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임금분배율 높이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계급 내의 양극화를 극복할 단결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일지, 그리고 더 나아가 중간계급까지 아우르는 계급연대 전략은 무엇이 될지, 이런 것이 아닐까? 이것들 모두 신중간계급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해야 할지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분석을 통해 부각된 신중간계급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따져보는 것도 의미있다. 그러면 신중간계급을 관념적 대상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인 대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는 공무원과 교사는 어떤 계급으로 놓아야 하는가? 숫자는 적다하더라도 언론, 사회단체, 정치집단처럼 정치권력과 이데올로기 재생산 영역의 종사자들은 어떤 계급인가? 이들은 맑스가 말한 것처럼 프롤레타리아 경향 속에서 토대될 존재들인가?

다음으로 구중간계급의 몰락을 동태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회자되는 ‘경제민주화’, ‘갑을관계’라는 이슈는 구중간계급의 몰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통계적 비중 축소 이외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한 자영업의 쏠림 현상과 불안정 노동시장의 관계를 비교해야 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대부분 노동시장에서 퇴출(은퇴, 명퇴) 혹은 진입하지 못해(청년실업) 영세자영업자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업종에 과잉된 이들은 3년을 넘길 생존율이 10%도 채 되지 못해 다시 열악한 노동시장(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으로 진입해야만 신세가 된다. 구중간계급의 몰락은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함께 동태적으로 더 분석해야 한다고 보인다.

아래는 발제문 전문이다.


한국의 계급구조와 이데올로기 : 신자유주의 시대의 계급*

1. 들어가며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들은 어떤 변형을 겪고 있는가? 이에 대하여 실증적인 분석을 해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흔히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나아가 양극화 경향을 수반한다고 이야기된다. 그리하여 현재 실제로, 소득 불평등 문제나 정규직-비정규직의 분할과 관련한 노동시장 분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탈규제와 시장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이러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화에 따라 불평등의 심화가 전반적인 경향이라고 할지라도, 이 경향은 각 계급 또는 계급내 분파별로 차별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에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계급 개념을 사용하여 다룬 연구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계급 개념이 의미가 없다면 이러한 연구 또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소득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층화하는 계층 개념과 달리, 계급은 생산관계에서의 위치를 중시한다. 그것은 생산관계에서의 위치에 따라 사회경제에 대한 이해(利害)와 이해(理解)가 다를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계급은 무엇보다도 우선 생산수단 소유 여부에 의해 나뉜다. 이것은 단지 소득 격차 등의 현상적인 불평등 양상 뿐 아니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라는 구조적 차원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이며, 생산수단을 소유한 것과 그렇지 못하여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고용에 의존하는 계급은 객관적인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산관계에서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계급적 경험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인식을 형성케 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말하자면, 계급 분석을 하는 것은 생산관계 차원에서 형성되는 구조적 이해관계와 의식의 문제를 탐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계급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계급과 관련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본 축적 방식의 변화는 계급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 어떤 계급 또는 계급내 분파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변화에 의해서 상승할 수도 있고 하강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급구조의 변화는 사람들의 경험과 의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생산관계에서의 경험은 생산관계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고 실천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시대 계급운동이나 실천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일차적으로 계급구조의 분석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적 자본 축적 방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계급구조의 변화, 계급경험과 계급의식의 변화를 추적하는 과정은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일단 기본적인 스케치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선,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통해서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구조를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 신자유주의적 불평등과 양극화 경향이 각각의 계급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종합사회조사 자료를 가지고, 계급위치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용 정도를 살펴본다. 이것으로 계급의식이나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계급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수용에 대한 간단한 지표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2. 기존 논의 배경

실제 분석에 앞서, 이 글이 기반하고 있는 기존 논의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계급 분류에 대하여 규정해야 할 것이다. 계급 분류 자체에 대해서도 논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계급 분류에 따르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생산하는 부르조아(자본가계급),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롤레타리아(노동자계급), 생산수단을 소유하되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여 생산하는 쁘띠부르조아(중간계급) 세 계급으로 나눈다. 그러나 그후 이러한 계급 분류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는데, 핵심적인 논쟁점은 이른바 신중간계급에 관한 것이었다. 기업의 대규모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기업의 경영관리 업무를 맡거나 전문적 기술을 사용하는 피고용인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 관리자나 전문가들은 생산수단을 갖지 않고 기업에 고용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노동자계급이지만, 노동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고소득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무산자라는 뜻의 프롤레타리아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자기노동을 하는 자영계급인 구쁘띠부르조아와는 매우 성격이 다르지만,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에서 신중간계급이라고 통칭되었다.

마르크스주의 계급연구에 천착해 온 라이트(Wright, 1985)는 이 신중간계급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위치시키기 위하여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종의 자산으로서 기술재와 조직재를 소유할 수 있다고 보고, 생산수단, 기술재, 조직재 세 가지 자산의 보유 여부에 따라 계급을 더욱 세분화하였다. 그러나 기술재와 조직재를 생산수단과 같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자산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 글에서도 신중간계급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피고용 지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경영관리직과 전문기술직에 종사하는 경우를 신중간계급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기술재와 조직재를 생산수단과 같은 자산으로서 인정하기보다는 노동과정의 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이나 (구)중간계급과 다른 점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소득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노동과정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자기 의사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감독과 지시에 종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노동자계급의 특징인 ‘노동력 판매’란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종속과 (판매된 노동력의 사용 측면에서) 노동과정에서의 종속을 의미하며, 이 두 가지가 부르조아계급이나 (구)중간계급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문기술직과 경영관리직은 노동과정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지니거나 나아가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결정권까지 갖고 있기도 하다. 즉 신중간계급은 노동시장에 종속되어 있다는 측면에서는 노동자계급과 같지만 노동과정의 종속에서 일정하게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계급과 구별할 수 있다.1)

신중간계급은 경영관리직과 전문기술직 두 개의 분파로 나눈다. 전자는 타인의 노동력 사용에 대한 지시권을 갖고 있는 경우이고, 후자는 자신의 노동과정에서 자율성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

노동자계급은 (하급)사무직, 기능생산직, 서비스판매직, 단순노무직으로 나눈다. 이것은 이른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핑크칼라, 비숙련단순노동 4개의 분파를 가리킨다. 이러한 구분 역시 노동과정에 따른 것이다. 이 분파들은 각각 노동과정이 서로 매우 다르며, 따라서 노동자로서 노동과정에서 겪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글은 기존 한국 계급구조 분석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자본주의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짐에 따라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계급구조의 변화가 매우 컸으며, 이러한 변화들을 추적한 연구들이 1980년대와 1990년대 다수 존재하였다. 그 중에서 특히 조돈문(1994)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간의 계급구조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구중간계급은 급격히 감소하고 노동자계급의 규모는 크게 확대되었으나, 그것은 주로 산업구조 효과, 즉 농업 부문의 비중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부문들이 성장한 것에서 기인한다. 반면 계급구성 효과, 즉 한 산업 내에서 계급 구성의 측면을 보면, 무산자계급의 확대보다는 관리직이나 전문직 등 신중간계급의 성장이 더 눈에 띄는 걸로 나타났다. 그는 미래의 계급구조 변화를 전망하면서 농업 부문이 이미 거의 최소화되었기 때문에 산업구조 효과에 의한 구중간계급의 축소 및 노동자계급의 확대는 한계에 다다라 정체될 것이며, 계급구성 효과에서 전문직의 증가 등 노동력 고급화 경향은 지속될 수 있으나 주로 탈숙련 노동으로 구성되는 서비스 부문의 성장 등 산업구조 효과에 의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간계급의 성장 또는 축소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러한 전망이 제기된 시점에서 다시 20년이 지난 지금, 그간의 계급구성 변화를 추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그 20년은 한국에서 자본 축적 방식의 변화가 발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내부노동시장이 성립하여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상대적 고임금에 기반한 포드주의 축적체제가 확립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시기는 매우 짧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상용직의 증가, 노동자계급의 임금 향상 등 포드주의 축적체제의 계급 양상을 보였으나, 1995년을 전후하여 기업들이 유연화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1997년 말 경제위기와 1998년 IMF 체제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 정책이 매우 전격적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보통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에서의 계급적 양상으로서 무엇보다도, 양극화라고 표현될 만큼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거론된다. 신자유주의화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점은 모든 나라 모든 지표에서 확인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시장 방식의 확대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각종 규제나 집단교섭이 약화되면서 고용관계에서 개별적인 시장 계약의 성격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Cappelli, 1999). 이것은 고용형태에서 다양한 방식의 비정규직 확산, 임금 측면에서 개별교섭과 유연임금의 확대 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시장화는 동일한 산업과 직종, 또는 동일한 계급위치에서도 소득격차가 커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적 축적은 자산계급에게 유리하고 노동계급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Duménil & Lévy). 즉 신자유주의 축적체제는 포드주의 축적체제와는 달리 노동소득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자산투자를 장려하여 자산소득으로 상쇄하도록 한다. 그 결과 자산계급이나 자산투자가 가능한 고소득자는 더 많은 소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자산투자의 여유가 없는 저소득 노동자는 노동의 불안정화로 말미암아 빈곤화의 늪에 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인 경향은 계급위치 즉 계급과 계급내분파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따라서 계급에 따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험과 의식이 다를 것이다. 이하에서는 그러한 지점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3. 계급구조의 변화

<표 1>은 1995년, 2000년, 2005년, 2010년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에서 직업과 종사상의 지위를 교차하여 추산한 개인별 계급위치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2)

가장 뚜렷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구중간계급의 비중 축소이다. 조돈문(1994)의 추산에 의하면, 구중간계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동안 73.4%에서 34.4%까지 39.1%가 줄어들었는데, 그것의 대부분은 산업화에 따른 농림어업의 대폭적인 축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다. <표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그후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구중간계급은 29.1%에서 22.0%까지 줄어서 산업화 시기에 비하면 축소 폭이 매우 작지만, 그래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노동자계급 역시 증가폭은 작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기 구중간계급의 축소와 노동자계급의 증가 역시, 농림어업의 고용 축소 때문일까? 아니면 산업구조 변동 효과 외에 같은 산업 부문 내에서도 구중간계급이 몰락하고 노동자계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자영 비율이 높은 농림어업부문과 도소매부문, 숙박음식부문 세 산업에서의 자영 비율과 피고용 비율에 대해서 1995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보았다.3) 그것이 <표 2>이다. 그 산업에서의 자영 비율과 피고용 비율, 그리고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각각 그 산업의 자영자와 피고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자영자는 1995년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0.6%에서 2010년 5.9%로 줄어서, 그 15년 동안 구중간계급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7.1% 축소된 것 중에서 상당부분을 기여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미 농림어업 부문이 크게 축소된 상태라 산업화 시기의 급격한 감소 비율과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여전히 농림어업 산업 부문의 위축이 구중간계급의 감소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구조 변동만이 구중간계급의 감소 및 노동자계급 증가의 요인인 것은 아니다. <표 2>에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보면, 자영 비율이 현격하게 낮아지는 대신 그만큼 피고용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자영을 하는 구중간계급이 차지했던 산업에서도 자본이 침투함으로써 구중간계급이 몰락하고 노동자계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유통, 판매, 관광, 레저와 같은 부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산업별 분포 뿐 아니라 직업별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표 3>은 직업별로 1995년과 2010년의 종사상지위를 비교한 것이다.

<표 3>에서 보다시피, 역시 서비스판매직의 경우는 자영자가 대폭 줄어들고 피고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서비스 부문의 자본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기능생산직은 오히려 피고용자가 감소하고 자영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것은 근래 운수업이나 생산직에서 특수고용 등의 비정규직 사용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4.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계급적 양상

신자유주의가 경제적 불평등과 격차를 강화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지표들에서도 드러나는 만큼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표 4>의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노동운동의 영향으로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의 성격을 보였던 1990년대 전반기까지는 대체로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한 경향은 1995년을 전후로 하여 반전되기 시작했다가, 경제위기로 인한 IMF체제가 성립되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격적으로 도입된 1998년에 큰 폭으로 악화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소득분배가 개선되기보다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이처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각 계급별로는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절의 표들은 한국의 공식적인 소득분배지표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로 계산한 것이다.4)

<표 5>는 계급별 소득격차를 알아보기 위해서 전체 가구 평균소득에 대한 각 계급별 가구 평균소득의 비율을 나타냈다. 여기서 계급 분류는 가구주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 가구주의 소득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 )에 표시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중간계급 가구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1994년 전체 평균 가구소득 대비 구중간계급의 가구소득은 99.7%였는데, 일관되게 수치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2010년에는 85.9%까지 감소하였다. 이것은 가구주 소득이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81.1%에서 64.8%까지, 일관되게 그리고 큰 폭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기록한 것이어서 더 심각하다. 가구주에 더하여 다른 가구원들도 어떤 일이든 일을 하여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구소득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중간계급은 전체 계급위치에서 숫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상황도 악화되고 있는 몰락하는 계급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구중간계급과 반대로 신중간계급의 가구소득은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1994년 전체 평균 가구소득 대비 124.8%에서 2008년에는 138.6%. 2010년에는 조금 떨어져서 133.7%를 기록하였다.

셋째, 노동자계급 중에서는 사무직의 상승이 눈에 띈다. 한두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비율이 오르고 있다. 1994년에 사무직의 전체 가구소득 대비 평균 가구소득 비율은 다른 노동자계급 분파들 즉 기능생산직, 판매서비스직, 단순노무직에 비해 각각 12.1%, 15.5%, 17.0%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울 보면 사무직과 다른 노동자계급 분파들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져서, 각각 24.1%, 31.1%, 53.9%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급사무직에 해당하는 이 노동자층은 소득 수준에서나 노동과정에서 신중간계급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다른 노동자계급 분파들과의 격차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넷째, 노동자계급 중에서 가장 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단순노무 종사자들의 가구소득은 전체 평균 가구소득에 비해 거의 일관되게 그리고 큰 폭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1994년 83.0%에서 2010년에는 61.7%까지 떨어졌다. 1994년 당시에는 다른 노동자계급 분파들과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으나, 2008년에는 아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즉 신자유주의 시기의 빈곤화는 노동자계급 중에서도 가장 하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계급 분파 중 경제적으로 가장 상층인 사무직의 상승과 더불어 가장 하층인 단순노무직의 경제적 상황 악화로, 노동자계급 내에서 양극화가 분명히 나타난다.

다섯째, 가구소득에서 가구주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체로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인데, 이것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가구주소득 비율에서 주목할 것은 경제적으로 하층 계급(분파)일수록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즉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가구주 뿐 아니라 다른 가구구성원들도 돈을 벌 수 있는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가계소득을 벌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구소득 격차보다 개인소득 격차는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표 6>은 각 계급 내에서 소득의 산포도를 나타내는 변동계수(표준편차/평균)이다. 이것은 계급내 소득 격차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계급별 변동계수 또한 1994년에 비해 2000년대가 대체로 높다. 특히 IMF 체제였던 1998년에 변동계수가 급격히 높아져서 경제위기 시 특히 계급내 소득격차가 매우 극심해짐을 보여준다. 경제위기와 IMF의 충격이 좀 가신 후에는 수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 시기에 계급간 격차 뿐 아니라 계급내 격차도 심화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증할 것은 신자유주의의 자산효과, 즉 임금은 불안정해지지만 자산투자로 소득을 상쇄할 수 있다는 가설을 보고자 한다. <표 7>은 가구총소득 대비 임금소득 비중과 가구의 자산소득 비중을 계급별로 비교한 것이다.5)

<표 7>을 보면 신자유주의가 확산된 시기에도 어떤 계급에서도 자산소득이 더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6) 굳이 이야기하자면 차라리 가구소득에서 가구주 및 가구원들이 피고용되어 받는 임금소득 비중이 약간 증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것보다도 구중간계급 가구에서 임금소득이 증가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구중간계급의 경제적 지위 하락과 더불어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취업을 통한 임금소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계급이나 소득계층별로 보유한 자산의 격차는 크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처분소득으로 전환되어 실제 가구 수입에 기여하는 정도는 비교적 미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선전 또는 예상과는 달리, 자산투자에 의한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임금의존도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 계급과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신자유주의 자본축적은 물론 그를 위한 이데올로기 선전을 동반한다.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아도 언론 등 대부분의 이데올로기 매체들에서는 시장자유가 지고선(至高善)인양 떠들어대면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정도는 계급적 위치와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2011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사용하였는데, 이 조사에 시장자유주의와 개인적자유주의를 측정하는 설문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7)

개인적자유주의는 이 글에서 분석하는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자유라는 명목과 연결되어 선전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일관된 자유주의의 바탕 위에서 시장자유주의를 수용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하여 검증하였다.

시장자유주의를 측정하는 것은 각각 10점 척도로 표시하게 되어 있는 세 항목, “소득이 더 공평해져야 한다 / 노력하는 만큼 소득에 차이가 나야 한다”, “사기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 국영기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가 복지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 / 자신이 각자의 생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의 점수를 더하여 다시 3으로 나눈 10점 척도 점수를 사용하였다. 개인적자유주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생계의 어려움은 개인적인 노력이나 능력의 문제이다 / 정치 사회적 제도로 인한 문제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제한될 수 있다 /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라는 10점 척도의 두 항목의 점수를 더하고 2로 나누어 10점 척도 점수를 만들었다.

개인적 요인인 성별과 나이, 학력, 그리고 계급적 요인인 가구총소득과 개인의 계급위치를 독립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한 결과는 <표 8>과 <표 9>에 제시되어 있다.

시장자유주의에 대해서는 5% 유의수준에서 성별, 나이, 학력, 가구총소득이 유의한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계급구분에 관해서는 부르조아계급만이 의미가 있었다. 즉 남성이 시장자유주의에 더 적극적으로 찬동할 가능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또 가구총소득이 높을수록 시장자유주의를 지지하였다. 계급위치에서는 부르조아계급이 시장자유주의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다른 계급위치들은 별 차이가 없었다.

그에 비해 개인적자유주의 수용 정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5% 유의수준에서는 오직 중졸 이하의 저학력소유자가 개인적자유주의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의미가 있으며, 10% 유의수준으로 보아도 나이가 적을수록 개인적자유주의를 지지한다는 경향만 나타날 뿐이다.

이 글에서 중심적인 관심사인 계급과 시장자유주의 수용 정도를 보자. 계급별 시장자유주의 평균점수와 집단간 평균차에 대한 분석이 <표 10>과 <표 11>에 나와 있다.


<표 10>에서 보다시피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점수는 10점 척도에서 전체 평균 5.547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특히 부르조아계급은 5.9739로 거의 6점에 다다른다. 그 뒤를 이어 자영을 하는 구중간계급, 피고용되어 있으나 소득수준이 높은 신중간계급, 마지막으로 노동자계급의 순으로 평균점수는 낮아진다. 그러나 <표 1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분산분석 사후검정을 통해 집단간 평균 차이를 분별해 보았을 때, 5% 유의수준에서 부르조아의 평균 점수는 다른 세 계급보다 확실히 높다고 말할 수 있으나, 구중간계급과 신중간계급, 노동자계급 사이의 평균 점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었다.

노동자계급 내 분파 사이의 차이도 거의 없었다. <표 12>에서 보면 판매서비스직, 사무직, 단순노무직, 기능생산직의 순서로 평균점수가 약간씩 높았으나, 실제 분산분석 사후검정 결과 이 평균점수들의 통계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단순한 지표로 계급의식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이 지표를 보았을 때, 부르조아계급은 계급적 이익에 걸맞게 시장자유주의에 대해서 확실히 찬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다른 계급들은 계급 위치와 무관하게 모호한 상태로 시장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 나가며

지금까지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에도 구중간계급의 몰락과 노동자계급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는 산업화 시기와 마찬가지로 농림어업과 같은 1차산업 부문의 축소라는 산업구조 변동의 효과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으나, 그 뿐 아니라 자본이 제조업과 같은 2차산업 부문에서 이제 서비스 3차 부문으로 진출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자영이 많았던 부문에서 구중간계급을 몰락시키고 노동자계급화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특히 구중간계급은 상대적 규모의 면에서 뿐 아니라 경제적 지위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으며, 신중간계급의 경제적 지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동자계급 중에서는 사무직 화이트칼라 분파의 경제적 지위가 계속 상승하는 반면, 가장 하층인 단순노무 비숙련 노동자층은 경제적 위치가 대폭 하락하고 있다. 신중간계급과 사무직 화이트칼라 층의 경제적 지위 상승, 단순노무 비숙련 노동자층의 경제적 지위 하락으로, 1994년 당시보다 신자유주의가 진행된 현재는 계급(또는 계급분파) 간 상층과 하층의 격차가 매우 극심해져서 양극화 현상을 확실히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하여 신자유주의화에 따라 계급간 격차 뿐 아니라 계급내 격차도 증가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이데올로기의 면에서 보면, 부르조아계급은 계급이익에 걸맞게 시장자유주의를 가장 적극으로 찬성하고 있으나, 다른 계급들은 계급적 위치와 상관없이 모호하게 전반적으로 시장자유주의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노동자계급보다 오히려 부르조아계급에서 계급이익을 인식하는 계급의식이 더 발달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구조에 대한 기초적인 파악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계급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특히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 계급적 경험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자본축적 방식의 변화와 계급의식 사이를 매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놓는다.


* 주

* 이 발제문은 제6회 맑스코뮤날레에서 발표된 글을 수정보완한 글이다.

1) 이러한 구분은 오히려 라이트의 초기 계급 구분과 유사하다. 신중간계급의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라이트는 기술재와 조직재 등을 계급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기 이전에, 생산관계에서 (타인이나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통제권을 기준 중의 하나로 삼아 경영관리자와 (반)자율적 피고용자를 각각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 쁘띠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모순적 계급위치로 규정한 바 있다(Wright, 1978).

2) 1994년의 직업코드 개정에서 전후의 직업 분류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성을 위해서 1995년부터 추산하였다.

3) 1995년 기준 산업 종사 인구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5% 이상, 그 산업 내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외에도 운수통신부문도 해당하지만, 2005년 이후 5차계정부터 통신부문이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통신업’ 대분류로 재분류되었기 때문에, 연속적인 비교를 위해 제외하였다.

4)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비해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조사 단위가 개인인 데 비해 가계동향조사의 조사 단위는 가구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계급분류는 가주주의 계급위치를 따랐다. 따라서 개인 단위의 계급구성 비율과는 다른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가계동향조사의 가주주계급위치에 따른 계급분류에서는 전문기술직과 기능생산직 등의 비율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비해 높게 나오고 판매서비스직은 낮게 나온다. 판매서비스직은 가구주가 아닌 여성의 부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가계동향조사는 2002년까지는 도시거주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2005년까지 1인가구를 제외하여 2인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표본의 연속성을 위해 그 이후의 자료들에서 비도시거주 가구와 1인가구를 제외하고 분석하였다. 즉 이 자료는 2인가구 이상 도시거주 가구가 대상이다. 이 절에서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사용한 것은, 경제활동인구조사에는 경제활동에 따른 소득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소득에 관련해서는 개인별보다 가구별로 분류하는 것이 실제적인 경제적 위치 파악에 더 적합하기도 하다.

5) 임금소득은 가구주와 가구주외 가구원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자산소득은 피고용되거나 자기 사업을 해서 노동으로 번 소득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규정하여, 건물임대소득, 재산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 등)과 자산변동 수입(증권 매각, 저축 및 보험 탄 금액, 부동산 매각 등)을 더하였다. 가계동향조사의 분류에 의하면 이 중에서 건물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고 재산소득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과 함께 가구총소득에 포함되지만, 자산변동 수입은 가구총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 규정하는 자산소득은 가구총소득의 일부는 아니다. 다만 가구총소득에 비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6) 계급별로 구분하지 않고 소득 분위별로 구분하여 살펴보아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즉 소득이 가장 높은 소득1분위에서도 모두 자산소득이 특별히 증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소득분위별로 구분해 보아도 전체적으로 오히려 가구총소득에서 임금소득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약간 나타날 뿐이다.

7) 이 조사는 다단계지역확률표본추출방법을 사용하였으며, 1535개의 표본 중 이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항목에 대한 결측이 있는 표본을 제외하여 1334개의 표본을 분석하였다. 원자료는 한국사회과학자료원에서 제공받았다.

<참고문헌>

조돈문, 1994, “한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 1960-1990”, 한국사회학 제28집
Cappelli, P. 1999, The New Deal at Work, Oxford University Press
Gérard Duménil & Dominique Lévy, 2001, "Costs and benefits of neoliberalism. A class analysis",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8:4
Wright, E.O., 1978, Class, Crisis and the State, New Left Books
____________, 1985, Classes, Verso


<참세상 주례토론회 안내>

“부자들의 사회주의, 가난한 자들의 자본주의”를 넘어

다음 주례토론회 주제는 “스웨덴 복지정치”다. 최근 복지국가로서 스웨덴 모델이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폭동수준의 저항을 하고 있는 곳도 스웨덴이다. 1920년대 스웨덴 사민당이 처음 정권을 잡고 스웨덴 식 복지국가체제를 도입했지만 1990년대 이후 스웨덴이 어떤 식으로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스웨덴에 대해서 어떤 환상이나 막연한 반감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에서 스웨덴 사회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스웨덴 복지정치와 신자유주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7월 9일(화) 오후 7시, 우리타워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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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 , 마르크스주의 , 계급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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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명관

    한글버전이 달라서 편집본에서 나온 꺽은선 그래프의 색깔이 다르게 표현됐네요.^^; 구중간계급이 갈색이고 단순노무가 하늘색입니다. 발제문에 구체적이 수치가 나와있으니 그것을 참조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 이종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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