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되는 길 가르쳐주는 회사

[보수언론 벗겨보기] 자동으로 이야기 지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


설 영화 드라마의 줄거리 창작을 돕는 한국형 소프트웨어가 나왔다. 국내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처음이란다. 이 프로그램은 엔씨소프트와 이화여대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소가 공동개발했다. 엔씨소프트측은 콘텐츠 창작자가 자신의 구성에 따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외국엔 이런 프로그램이 이미 있단다. 드라마티카 프로, 스토리크래프트 등 다양한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란다. 우린 한 글자씩 써내려가는 창작마저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다른 신문은 이 프로그램을 개발자를 이화여대 이인화(본명 류철균) 교수 겸 소설가라고 소개했다. 박정희를 기리는 <인간의 길>을 썼던 그 작가다.

평생 문학평론가 김열규 전 교수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해마다 1권 이상의 책을 내고 있다. 김 전 교수는 1991년 나이 육십이 되자 하던 교수 일을 접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자 고향으로 낙향해 20년 넘게 살고 있다. 그는 몇 달 전 내놓은 신작 <읽기 쓰기 그리고 살기>(한울)에서 “디지털 시대의 읽기와 쓰기가 보편화된 요즘 손으로 읽고 쓰기는 무척 성가시고 복잡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읽기의 으뜸은 책이고, 쓰기는 손이 최고”라고 말한다.

인간은 머리와 가슴으로 읽고 쓰면서 사람됨을 지켜나간다. 이런 게 기계의 힘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참 놀라운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이런 게 어쩌면 박근혜 식 ‘창조경제’인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기사는 PC방 금연정책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통렬한 반격이다. 어쩌면 이것도 박근혜 식 ‘창조경제’일지 모른다.

기업의 ‘평판 관리’를 체계적으로 맡아서 관리해주는 컨설팅 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착한기업’이 되도록 기업별 맞춤 컨설팅을 해주는 ‘굿 컴퍼니 솔루션센터’ 문을 열었다. 제일기획은 의뢰 기업에 적절한 사회공헌 방법을 알려주고 온라인상의 부정적 여론에 대응할 체계를 제공한단다.

올 들어 핸드폰 추적과 미행 등으로 노조설립을 방해한 한 재벌유통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재무비리로 CJ 등 여러 기업 총수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에게 횡포를 부리다 들통 나 따가운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르니 이런 컨설팅센터도 만들어진다. 센터 이름에 한글이라곤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영어로만 된 ‘굿 컴퍼니 솔루션 센터’다. 과연 그들이 뭘 할까. 제품 결함이나 해당 노동자나 하청기업을 못살게 굴다가 온라인에서 욕지거리를 잔뜩 들을 때 이 센터에 의뢰하면 ‘부정적 여론에 대응할 시스템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데, 도대체 그게 뭘까.

이 센터의 업무가 온라인에 비난 여론이 쇄도하면 입장 발표하고, 댓글은 어떻게 다는지도 가르쳐 주고, 댓글 알바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알려주는 수준보다는 좀 더 세련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의 머릿속이 안타깝다. 자기네 총수가 감옥 갈 것 같으면, 이 센터에 의뢰해 어디어디 기부하고, 어디어디에 가서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하고, 언론에 어떻게 자세잡고 사진 찍힐지 알려주는 회사도 생겼다. 참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이들은 진짜 이런 일을 하면 ‘착한 기업’이 되는 줄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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