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카타르 월드컵 유치 비리에 관여” 의혹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정몽준, 피파 부회장직 보장받으며 카타르 유치 성원”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카타르 출신의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비리에 정몽준 피파 명예 부회장이 유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데이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정몽준 부회장이 △피파 부회장직과 AFC 회장직, 카타르 유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했으며 △이를 위해 정몽준은 빈 함맘에게, 빈 함맘은 정몽준에게 사적인 접대를 제공했고 △빈 함맘의 아시아 월드컵 지도자 매수를 정몽준도 알고 있었을 수 있고, △정몽준의 피파 부회장 자리 보장도 아시아 축구 지도자들에게 제시한 조건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선데이타임스>는 정몽준의 한 보좌관의 기록을 토대로 빈 함맘이 정몽준에 피파 명예 부회장직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정몽준 부회장은 공직 매수 유착 혐의 등으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이 2012년 5월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등 모두 5개 프로젝트(28억4000만 달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임원 선정에 대한 보다 심각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11월 밝힌 카타르 이주노동자의 살인적인 건설노동 현장에 현대건설이 포함됐다는 점도 다시 논란될 전망이다. 지난 3월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카타르가 2010년 말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후 현재까지 1200여 명의 이주 노동자가 숨졌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2022년 월드컵 개막 전까지 40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출처: <선데이타임스>]

2009년 정몽준, 빈 함맘 AFC 회장 낙마 위해 바레인에 뒷돈

<선데이티임스>는 우선 빈 함맘은 카타르는 건설 및 부동산에서 부를 축적했고 정몽준은 자동차와 중공업의 거인 현대의 대주주였다며 둘 다 돈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애초 이 두 명은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선출 문제로 대적적 관계였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여기에는 위에서 제기된 유착관계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2009년 초 빈 함맘은 정몽준이 바레인 측 후보에 돈을 대며(bankroll)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자신을 축출하기 위한 음모를 꾸리고 있다는 정보를 획득했다. 이 때문에 빈 함맘은 로비스트이자 제프 블래터 피파 회장의 보좌관이었던 피터 하지테이를 고용해 정몽준의 피파 활동을 감시하도록 했다. 또한, 스리랑카 출신으로 피파가 남아시아 지역개발 책임자로 고용한 마니랄 페르난도를 통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아시아 대표들을 매수하도록 한다.

이후 카타르가 공개적으로 정몽준 측의 바레인 표매수 의혹을 제기하며 피파가 분란으로 빠져들자 블래터 피파 회장이 개입, 논란은 흐지부지됐고, 결국 빈 함맘은 AFC 회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빈 함맘, 남아공과 말레이시아에서 정몽준에 집중 접대...“호화접대는 상호적”

이렇게 벌어진 두 명의 관계는 빈 함맘이 카타르 대통령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월드컵 카타르 유치에 나서며 180도 역전된다. <선데이타임스>는 이에 대해 힘맘이 아시아 축구연맹 지도부들을 매수했고 정몽준은 그의 계획 핵심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가 인용한 빈 함맘의 전략문서에 따르면, 그는 2008년 6월 초, 카타르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지원을 사는 것이 월드컵 유치권을 획득하는 데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파일은 이외에도 2009년 빈 함맘의 사기업 카타르에너지(Kemco)가 소유한 은행계좌에는 여러 건의 원인 불명의 이체 기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빈 함맘의 핵심 타켓은 정몽준, 워라위 마쿠디 태국축구협회 회장과 오구라 준지 일본축구협회 회장이었다. 그러나 빈 함맘에게 워라위 마쿠디에 대한 충성은 의심하기 어려웠지만 정몽준과 오구라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2022년 유치를 원했기 때문에 문제였다. <선데이타임스>는 이에 대해 “정몽준의 경우, 유치 경쟁은 애국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함맘은 이 강력한 인물을 자신의 편에 둬야 했기 때문에 정몽준에게 집중했다”고 평했다.

정몽준에 대한 빈 함맘의 구애는 다양하며 집중적인 접대로 이어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 중 정몽준과 빈 함맘은 경기 중 빈 함맘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고 주요 경기 동안 피파의 VIP 접대용 스위트룸을 공유했으며 요하네스버그 미켈란젤로 호텔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기도 했다. 정몽준 외에도 그의 아내, 두 딸과 조카 그리고 2명의 보좌진도 빈 함맘의 개인 전용기를 이용했다.

빈 함맘은 또 2009년 11월 정몽준이 FIFA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서 한국의 2022년 월드컵대회 유치 활동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집중적인 접대 행각을 벌였다. 빈 함맘은 그의 가장 가까운 측근을 쿠알라룸푸르에 배치하고 정몽준에게 5성급 샹그릴라 호텔 스위트룸에 지내게 하는 한편, 전용 자동차를 제공하도록 했다. 빈 함맘과 정몽준은 그해 11월 24일 아침 이 호텔의 레몬가든 식당에서 함께 아침을 먹기도 했다. 정몽준은 이후에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할 때마다 빈 함맘이 제공한 접대를 아낌없이 받았다.

당시 빈 함맘의 보좌관은 AFC의 물류부서 직원에게 “정몽준에게 항상 의장스위트 자격을 부여하라”며 “정몽준에게 제공되는 차는 현대(가장 좋은 모델) 또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메르세데스 300 또는 500 모델(신형)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추가 비용은 AFC의 빈 함맘 의장 계좌로 청구됐다.

<선데이타임스>는 그러나 “호화로운 접대는 상호적이었다”고 짚는다. 정몽준은 빈 함맘을 위해 5성급 하얏트 호텔을 제공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도록 주선했다. “청와대에서 우리의 만남은 다름 아닌 나의 좋은 친구이자 동지인 정몽준 박사가 마련했다”고 빈 함맘은 그의 블로그에서 칭찬한 바 있다.

  외쪽부터 차례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 전 회장, 제프 블래터 피파 회장, 정몽준 피파 전 부회장 [출처: <옌스바인리히> 화면캡처]

“정몽준에 피파 부회장 재임 보장하며 카타르 유치에 대한 로열티(충성) 얻어”

<선데이타임스>는 또 유출된 이메일을 근거로, 빈 함맘이 2011년 1월 예정된 AFC 회원의 투표에서 정몽준을 피파 부회장으로 재선출 되도록 보장하며 그의 로열티를 얻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정몽준은 피파 부회장직을 서로 보장했다는 것이다.

우선 빈 함맘은 정몽준에게, 2009년 AFC 회장 선거 과정에서 바레인 후보를 지원한 “한국의 쿠데타 시도”를 좌절시킨, 마니랄 페르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페르난도는 2010년 10월 20일 정몽준에게 “나는 두바이에서 나의 그룹과 회의를 했고 이제 막 돌아왔다”며 이메일을 보내고 “모든 나라가 빈 함맘을 AFC 회장으로 당신을 피파 부의장으로, 나를 피파 집행위원으로 지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스리랑카, 인도, 부탄, 네팔과 타지키스탄은 이미 서명했고 추가로,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몰디브,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은 AFC 빈 함맘에게 당신을 승인한다고 보낼 것이다”라며 “빈 함맘은 당신을 위해 매우 고단하게 캠페인 하고 있다. (...)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대해 염려하지 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정몽준이 페르난도의 부정직한 전술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또는 그렇게 요청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빈 함맘에게 이메일로 그가 확보한 국가들에 대한 큰 보상을 바랬다고 기록했다.

한편, 빈 함맘은 그의 사기업 카타르에너지사(Kemco)의 비자금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축구 대표들에게 아끼지 않고 직접 지불했다. <선데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축구연맹 회장은 2010년 6월 5만 달러, 요르단은 빈 함맘의 딸 계좌에서 5만 달러, 네팔은 2010년 8월 11만5천 달러, 방글라데시는 같은 해 11월 2만5천 달러, 파키스탄은 1만5천 달러, 아프가니스탄은 4만 달러를 받았다.

“로비 안건에 정몽준 피파 부회장 재임도 포함된 듯...아시아 피파 집행위원 간 담합도

<선데이타임스>는 “이러한 장면 뒤에서 빈 함맘과 정몽준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며 정몽준과의 암묵적인 합의의 토대는 남아공 월드컵 기간 여러 번에 걸친 사적 만남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아공 월드컵이 있었던 2010년 7월 2일, 정몽준은 빈 함맘에게 “오늘 축구시티에서 우르과이와 가나 사이의 8강전이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경기를 보고 싶다. 도중에 우리는 상호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메일을 보낸다.

<선데이타임스>는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AFC 집행위원 회의록을 근거로 아시아 회원 간에는 “그들 조국이 초기 투표전에서 실패할 경우 다른 이들을 지지하자는 한 가지 거래가 상정돼 있었다”고 전한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는 12월 22명의 피파 집행위원의 다중라운드의 비밀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12표 이상의 절대다수가 등장할 때까지 가장 적은 표를 받은 국가는 제외된다. 빈 함맘은 아프리카 표는 확신할 수 있었지만 최종라운드에서 절대 다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피파 집행위원들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아시아연맹에서는 카타르, 한국, 일본과 호주 4개국이 경쟁했다. 빈 함맘은 호주는 무시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표는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의록에서는 빈 함맘이 AFC 회의에 모인 오구라와 정몽준에게 “우리는 4개국을 가지고 있고 3개는 피파 집행위원을 대표한다. 나, 정몽준과 오구라는 우리의 존경하는 국가들을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우리가 실패할 경우 다른 국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파는 회원간 연합과 개최지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간주되는 유치 활동을 금지하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은 듯하다.

결국, 2010년 12월 2일 지독하게 추운 밤 스위스 취리히에서, 피파 집행위원회는 비밀투표를 시작했다. 카타르는 첫 번째 라운드에서 11표로 선두를 달렸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12표에서 단 1표가 부족했다. 일본은 미국과 같이 3표, 한국은 4표를 얻었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카타르는 10표, 일본은 2표, 한국은 5표를 받았다. 일본은 빠지고, 세 번째 라운드에서 한국은 탈락됐으며 4번째 결선에서 카타르는 14표, 미국은 6표를 얻어 카타르의 승리로 유치 경쟁의 막은 내렸다.

다음 달 진행된 아시아 선거에서, 페르난도는 피파 집행위원 자리를 얻었고, 빈 함맘은 AFC 의장으로 재선출됐다. 하지만 페르난도의 모든 로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연맹 회원은 정몽준의 피파 집행위원 자리를 요르단 왕자에게 주었다.

빈 함맘, 정몽준 피파 명예 부회장직 약속

<선데이타임스>는 유출된 서한을 토대로 “그것은 분명히 (정몽준에게) 아픈 타격이었다”고 기록했지만 “하지만 빈 함맘은 정몽준의 성의를 잊지 않았다”며 정몽준의 보좌관 ‘ES Kim’을 인용해, 빈 함맘이 이후 서울을 방문하여 정몽준에게 피파 명예 부회장 자리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정몽준의 보좌관 ‘ES Kim’은 “빈 함맘은 한국 방문 동안, 다가오는 피파 집행위원회에서 피파 명예 부회장 자리를 약속한다고 언급했고 정몽준은 AFC 의장의 친절한 태도에 깊이 감사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기록했다. 정몽준은 1년 후 피파의 유일한 명예 부회장으로 지명됐고 이 지위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선데이타임스>는 그러나 이후 빈 함맘과 마니랄 페르난도는 모두 세계 축구계에서의 인생이 금지됐다며 카타르에 대해서는 ‘이해 상충’ 때문이었고, 스리랑카에 대해선 이해 상충을 포함해, 뇌물 수수 등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1일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이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카타르를 밀어주는 대가로 500만 달러의 뇌물을 건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수 백만 통의 이메일과 편지, 은행거래 명세서 등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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