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식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는 이유는 ‘모든 사내하청’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자신만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불법파견 소송결과만 기다리면 되지 굳이 투쟁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최병승 동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공정에서는 합법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일해 온 모든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며 모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어야 하는 노동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도 ‘2년 이상 일한 사람만 정규직으로 간주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모두가 피해를 당했지만 2년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말하는 이 이상한 판결을 받아들이는 대신 ‘모든 사내하청은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부만 정규직이 되고, 그 자리는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공정과 사람을 모두 정규직화하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신규채용안은 노동자들을 찢어놓고 회사에 줄 서게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불법파견에 대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투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해고하고 징계를 했습니다. 소송을 계속 끌고가면서 노동자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래놓고는 지금에 와서 ‘2016년까지 3천5백 명 정규직으로 신규채용’ 안을 내밀었습니다. 너무나 달콤해 보이지만 이 신규채용안은 노동자들에게는 독입니다. 아무리 3천 명이 넘는 인원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결국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절반도 안됩니다. 사내하청으로 똑같이 고통을 당했는데 일부는 버리고 일부만 정규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신규채용의 권한은 회사가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규직이 되어야 할 이들을 지금까지 착취한 것도 모라자 이제는 노동자를 하나하나 평가하고 골라내서 회사 맘에 드는 노동자들만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갈가리 찢어놓고 회사에 줄 서게 만드는 방안입니다.
신규채용안은 비정규직을 늘리고 사내하청을 합법화합니다
단계적으로 신규채용 한다는 것은, 정규직 정년퇴직 등의 빈자리가 생겼을 때 비정규직 중에서 선별채용해서 그 자리에서 일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에는 새로운 비정규직이 채용되어 일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 숫자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공장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비정규직들, 그리고 새롭게 채용된 비정규직들은 어떻게 될까요? 회사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앤다면서 소위 ‘진성도급’이라는 것을 만들겠다고 라인을 분리하고, 노동자들을 단기고용으로 만들고, 때로는 공장 밖으로 일하는 현장을 빼내버리고, 그래놓고도 모자라서 정치권을 압박해서 사내하도급법안을 통과시켜서 사내하청을 마음대로 합법화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남은 비정규직들은 이전보다 더 불안정한 노동으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지회는 ‘신규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어야 하고, 공정과 사람이 모두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비정규직 지회는 그래서 회사의 신규채용안을 쓰레기 안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왔습니다. 그런데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회사가 2014년까지 4,500명 정도의 신규채용안”을 내고 교섭위원 다수가 동의하면 그 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교섭위원 대다수는 정규직이고, 비정규직 교섭위원은 전체 교섭위원의 1/5에 불과한 6명입니다. 그래서 지부가 다수로 결정하면 지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지회는 일방적 합의를 막기 위해 교섭장을 봉쇄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비정규직 지회를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비정규직 지회는 정말로 치열하게 싸워왔습니다. 그 싸움 과정에서 56명이 징계해고되고, 6명이 구속되었으며, 600여 명이 정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함께 살자’고, ‘함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회의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합의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함께 사는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참으로 힘이 세고, 우리는 힘이 약한 것 맞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회사의 의도대로 산 자와 죽은 자를 나누는데 굴복하여 일부만이라도 살아남으려고 하는 순간, 죽은 자들에게는 끔찍한 고통이, 산 자들에게는 숨 막히는 회사의 통제가 기다립니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함께 사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목놓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힘이 약하면 약한대로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폭력을 견뎌가며 싸우는 것은 바로 그 길을 찾기 위해서 아닙니까. 완벽한 정규직 전환의 성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명도 배제되지 않고 작은 희망을 주는 대안을 만들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그래, 우리 정말 열심히 싸웠다”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줄 때까지 싸우겠노라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과 철탑 위의 혹한 속에서 최병승·천의봉 동지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속노조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금속노조 동지들, 그리고 현대자동차 지부 동지들. 그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와 연대하고 정규직화를 위해 애써왔던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 되니까 일부만이라도 살자”고 이야기하지 마시고, “우리가 더 힘을 내어 함께 싸울 테니 모든 사내하청이 함께 사는 법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해주십시오. 우리의 힘이 아직은 약해서 모두가 완벽한 정규직화를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사내하청에게 희망이 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해주십시오. 아직 우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 현대자동차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힘은 없을지라도 “정몽구를 구속시키고, 사내하청을 더 이상 사용하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해보자”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힘을 모아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회사의 안을 거부한 비정규직 지회를 향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를 찢어놓고 사내하청을 합법화하는 쓰레기 안을 내놓은 정몽구와 현대자동차 사측을 향해서 분노하고 항의해주십시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절망의 시대, 자본의 막강한 권력과 폭력 앞에 노동자들이 무너져갑니다. 그러나 파업을 한 번 할 때마다 수십 명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벌금이 쌓이며,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고공농성을 속에서도 웃음으로 버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들로부터 다시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동지들도 지금 많이 외롭고 힘듭니다. 지나치게 원칙적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함께 살자’는 그 의지, ‘현대자동차를 비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그 의지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화답해주십시오. 후회 없이 싸우며 길을 만들어야 앞으로도 ‘희망’을 말하고, ‘함께 사는’ 도리와 의지를 더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또한 우리가 당당하게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1월 5일 토요일.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가 울산 송전탑 농성장과 한진중공업으로 향합니다. 이 동지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함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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