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복직합니다”

[기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한국GM 비정규직

"복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순간 눈을 의심했다. 당연히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었고 쉽게 된 것도 아니지만... 막상 결론이 나고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2007년 9월에 설립되었다. 그때는 한국지엠이 아니라 지엠대우였다. 1998년 대우자동차가 지엠 자본에 헐값에 매각된 뒤 막대한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지엠은 2001년 정리해고를 자행했다. 이후 투쟁으로 정규직들이 순차적으로 복직되었지만, 2003년경부터 회사는 비정규직을 대폭 채용하기 시작했다. 최대 많을 때는 부평공장만 15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있었다. 그리고 2007년을 전후로 외주화 등의 소문이 돌면서 비정규직의 고용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었다. 결국 비정규직 지회 설립 이후 몇 년 사이 1,000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야금야금 정리해고 되어 현재는 불과 350여명 정도(1차 하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살아남았다.

[출처: 뉴스셀]

10년도 안 되는 기간의 일이다. 요약하면 이런 거다. 일단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 고용하고, 또 자를 일이 생기면 이제 손쉽게 비정규직 자르고.. 여기서 ‘자를 일’이라는 건 꼭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엠대우의 매출이 한참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던 그 시기에 대규모 비정규직 해고가 자행되었다.

이런 상황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지회는 속수무책이었다.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며칠 만에 지엠자본은 가입원서에 서명한 비정규직들을 탈퇴하게 만들었다. 집행부를 해고하고, 이후 몇 달 안에 조합원이 있는 업체와의 계약해지로 업체를 폐업시키는 등 갖은 방법으로 남아있던 조합원들을 쏙쏙 골라내어 해고했다. 그리고 모든 조합원을 다 공장 밖으로 쫓아내는데 성공한 이후 지엠자본은 희망퇴직을 받기도 해가며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정말 야금야금 비정규직들을 정리해고 해나갔다.

그리고 지금 한국지엠은 국내에서의 신차생산계획을 철회하고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또다시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국내자본이라고 사정이 얼마나 다른가 하면(그렇지도 않은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글로벌 자본인 만큼 뽑아먹을게 떨어지면 쌍용차처럼 언제 어느 때 “먹튀”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전 세계적인 생산라인의 배치를 고민하는 지엠에 각국 공장의 노동자들 고용불안 따위는 관심 밖의 문제이다. 아니, 이로 인해 더욱 충성을 바치는 노동자들을 보며 몹시 흡족해하리라. 자본 몇 푼 유입시키자고 노동자들의 생존권까지 팔아먹은 결과이다.

[출처: 뉴스셀]

6년 만의 복직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미운털 박힌 비정규직이 복직 뒤 현장에서 겪게 될 탄압과 현장투쟁은 너무 당연하니 차치하더라도 이미 초토화된 현장에서, 또 언제 어느 때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묵직한 고민이 든다.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하청 외주 등의 고용구조하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뿐만 아니라 다양한 처지의 비정규직 문제도 고민해야 하지만,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 아직은 밀린 숙제로만 남아있다.

물론 이전과는 달리 현장은 조금 더 희망적이다. 해고될 당시와는 달리 사무직 노조가 정규직 노조와 통합하여 1사1조직에 한걸음 다가갔고 그 새로운 힘이 현장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임단투 시기 민주파 집행부에 대한 높은 기대로 합의안을 부결시킬 만큼 현장의 열망도 높다.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또한 노조가 필요하고 가입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물론 너무나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형식적인 설문조사의 답변을 가지고 희망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막연한 생각들이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밑바탕을 그리는 것 또한 지금의 비정규직 지회의 역할일 것이다.

[출처: 뉴스셀]

새로운 시작! 아직 9명의 복직 대기자가 남아있지만 당연히 현장에 돌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야겠다. 너무나 당연한 구호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구호를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에서 한번 외쳐본다. “1사1조직 실현! 현장권력 쟁취! 비정규직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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