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

[기고] 노조탄압 말고, 이제 대화의 장으로 나오십시오

“기업은 인재다”
이 말은 삼성전자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어록에 자주 등장했던 말이었고, 오래전 내가 삼성전자 직훈에 입사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감독관이 나에게 질문 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때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가 늘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기술자이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사람과 교육을 중요시 여겼던 삼성이었기에 ‘오늘날의 초일류 글로벌 삼성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상당했었는데 소위 말하는 장인정신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삼성전자를 대표해 소비자를 만나는 최일선의 엔지니어들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다 들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두들겨 맞아도 엔지니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도 없습니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며, 위험한 고층 빌딩에 매달려, 합당한 위험수당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안전 보다는 회사와 고객을 위해 지금도 땀 흘려 일하는 저희 협력사 직원들!

국내 최장근로 시간에 박봉, 잠자는 시간 외에 자신의 삶을 80-90프로를 회사에 올인 해야 하고, 온갖 실적에 쫓겨 다니는 불쌍한 소모품 인생일 뿐입니다.

또한 우리 엔지니어들을 협력사로 돌려 정규직대비 1/3의 임금만 받게 했습니다. 그리고 노가다판도 아닌데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체계를 만들어 이 사회의 최저기준인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조차 위반하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을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저임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끝없는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야 부자가 될 수 있는지요?

서비스 수준을 일류로 만들려면 서비스를 실행하는 주체가 일류라는 마인드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업무구조와 처우에선 엔지니어가 느끼는 감성은 하류인생 이라는 자괴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도 입막음 하려는 일부 관리인들의 행태도 이러한 부정적 사고를 하는데 한몫을 하는데 틀림없습니다.

어떠한 첨단의 기술도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존중받고 그 사람이 생산해내는 노동가치가 존중받아야, 진정!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건회 회장께서는 삼성전자 제품의 또 하나의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회사 직원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가 저희 직원들과의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십시오.

또한 이제는 실적위주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영으로 바로 세워야 삼성전자와 저희 직원들이 미래를 꿈꾸며 그 꿈을 하나씩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삼성전자 서비스 40개 센터 소속 A/S 기사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창립총회를 열고 노조를 설립했다. 가운데 위영일 지회장.

이건희 회장님! 우리들은 노조를 설립할 때 돈과 권력의 화신인 삼성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뭉칠 수 있었고, 조합원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는 배후에서 노조탄압 조종에만 혈안이 되어있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이렇게 우리의 요구와 대화를 거부한다면 저희들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고, 장시간노동-최저임금을 숙명처럼 알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라도 감지덕지하며 살아가라고 한다면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의 동변상련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법률단체, 정당, 노동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회사 직원들의 울음소리를 귀 막지 마시고, 삼성의 수장이신 이건희 회장께서 이 나라의 국민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의 당당한 요구를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태그

이건희 , 삼성전자 , 삼성ㅈ , 서비스노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위영일(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