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이 내 제자였다면, 무어라 했을까

[기고]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43명의 교사들이 ‘박근혜 퇴진 선언’을 한 뒤 교사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이번 선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솔직하게 담고 있어 필자의 동의를 구해 <참세상>에 소개한다.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에는 항상 거부감이 있었다. 너무 과격하지 않나, 한 번 더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하는 정서적 거부감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다수가 나와 같은 온건함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온건함, 정부에 대한 관용, 배신을 당하고도 한 번 더 믿어보려 하는 순진한 마음에 대고 권력자들은 비웃고 다시 속이고 약속을 어기고 무시한다.

그래서 여전한 정서적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퇴진을 외치기로 했다. 권력자들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아니 적어도 귀찮은 존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우습게 알면 국민에 의해 끌어내려질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누군가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말할 것이다. 학교 밖에서의 정치활동도 금지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교실 안의 중립성에 대해 말한다면 난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편파적이지 않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중립은 두 개의 정의 사이의 중립이지 정의와 부정의 사이의 중립은 아니다.

교사가 말 꺼내지 않아도 아이들 대다수가 정부를 욕하고 불신하는 상황에서 아무 말하지 않거나 균형을 위해 정부를 옹호하는 말을 하는 것이 정부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중립이라면 나는 하지 않겠다.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더구나 도덕교사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정의를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명백한 부정의 앞에 침묵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정의를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숨죽이고 기다리고 포기하는 사이에 가장 약한 존재들이 희생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희생은 계속될 것이고 나의 학생들 그리고 나의 딸도 그리고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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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선언에 참여하기로 한 뒤에 유가족들이 정치적 구호에 부담을 느낀다는 기사를 읽고 다시 한 번 망설였다. 추호라도 유가족들과 아직도 아이들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분들이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해서 하는 행동임을 그분들이 알아주시길 바라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 아이들이 내 제자들이라면 뭐라고 할까. 잘했다고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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