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탄압’과 ‘법과 원칙’

[기고] 버스노동자 진기승은 왜 목숨을 끊으려 했나

오월의 햇살이 따사롭다 못해 따가운 전주시청 광장에서 늙은 버스 노동자가 울먹이며 편지를 읽는다. 아니 읽는다기보다 절절한 외침이다.

“이제 그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너는 거기 누워 있어서는 안 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복직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이용해 남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영혼까지 농락한 중간 관리자 그들! 그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다음 생에는 버스 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너의 소망을 우리 모두의 소망으로 간직하며 투쟁하겠노라고 약속하마... 사랑한다 기승아!”


진기승 씨는 지난 4월 30일 자신이 일했던 신성여객 현관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동료에 의해 병원에 옮겨진 진기승 씨는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하루하루 죽음의 문턱에서 가냘픈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소생 가능성에서 대해서 희망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진기승 씨에게 쓴 편지를 읽는 동료 조합원

해고의 고통과 복직이 안 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기승 씨가 안타까운 선택을 한 다음날 법원은 진 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진 씨는 법원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전북지역 버스 사업장 어용 노조와 사측과의 담합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주는 대로 받던 버스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3년간 자신들이 사측에 받아야 할 체불임금이 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어용 노조는 단 백만 원에 사측과 통상임금과 관련한 합의를 하고 자신들은 한 달에 무려 70만 원이나 임금을 올렸다. 속았던 버스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당연했다. 노동자들은 어용노조를 탈퇴하고 민주노총으로 대거 옮겼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버스 사업주는 버티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교섭은 회피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들을 내걸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진 씨도 이 과정에서 해고를 당했다. 절차를 무시한 막가파 해고였다. 누가 봐도 부당해고가 분명하자 신성여객은 노동위원회 판정이 있기 전 슬며시 복직을 시키더니 재차 징계위원회를 열어 또 다시 해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판정을 뒤집었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기 하루 전에 진 씨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이 과정이 3년이 넘었다.

진 씨는 해고 과정에서 당연히 생활고에 시달렸다. 관광버스와 대형 화물차를 이른바 ‘알바’라는 이름으로 운전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은 될 수 없었다. 집안의 분위기도 나빠졌다. 아내와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신성여객 사측은 복직을 미끼로 진 씨를 회유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복직시켜주겠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조를 한다는 자부심과 당장 생계를 위한 복직을 바꿔야 했다. 숱한 고민의 날이 반복됐다. 어렵게 노조 집행부에 진 씨는 말을 꺼냈고 노조 집행부는 “복직만 된다면 민주노총을 떠나도 괞찮다”고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진 씨를 다독였다.

진 씨는 결국 복직과 민주노총 조합원을 맞바꾸기로 결심했다. 신성여객 회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복직만 시켜달라”고 했다. 사측은 진 씨가 무릎을 꿇은 다음날부터 진 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복직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진 씨는 자신의 모든 자존심을 버렸지만 돌아온 것은 ‘농락’과 ‘우롱’뿐이었다. 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신성여객이 나쁜 짓거리를 다시는 할 수 없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진 씨는 동료에게 유서를 대신해 보낸 문자에서 “가정파괴는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네요. 신성 동지 여러분 사측 놈들의 농간에 나 같이 놀아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또 다른 문자에서는 “이 놈들 도태시켜요. 내가 자존심 버리고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는데 나를 이용만하네요”고 했다.

신성여객 측은 여전히 당당하다. 노동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회장은 “누가 죽으라고 했냐?”라며 핏대를 세웠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실에 대한 대답이다.

전북지역의 버스 사업주들은 회사만 다를 뿐 노동자를 옥죄는 양식은 같다. 버스를 운행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800원, 2400원의 미입금을 갖고 횡령을 했다고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 법원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될 것이 뻔하지만 일단 해고부터 한다. 법원에서의 재판 등 지난한 기간 해고노동자가 받아야 할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지우고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한다. 같은 사안이라도 ‘민주노총’은 해고요, 그렇지 않으면 슬며시 넘어간다.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어쩔 수 없이 힘들게 눈물을 머금고 ‘민주노총’을 떠난다. 그렇게 과반 노조를 흔들고 나면 여지없이 교섭을 거부한다. 이것이 전북지역 버스 사업장들의 일관된 행태다.

  전주시청 앞, 진기승 동지 쾌유와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

우리는 이것을 ‘노동탄압’이라고 하지만 저들은 ‘법과 원칙’이라고 한다. 자신들은 수백만 원의 유류보조비를 부당하게 받고, 버스 외벽 광고 수입을 계상하지 않고 세금을 떼어먹으면서도 800원, 2400원을 횡령했다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저들의 ‘법과 원칙’이다.

여기에 관리감독을 해야 할 전주시와 전라북도, 노동청은 먼 산 불 보듯 한다.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한해에 버스 사업자에 지급하는 지원금만 해도 수백억 원이다. 그럼에도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무소신, 무책임, 무능력, 3무 행정의 전형이다.

진 씨가 사경을 헤맨 지 보름이 넘었다. 진 씨가 일했던 신성여객 노동자들은 지난 6일부터 버스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동료가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조차 지지 않는 신성여객 사측에 대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15일부터는 전주시내 5개 버스 사업장에 회차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성여객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전주지역 버스 사업장이 벌이고 있는 민주노조 탄압에 대한 저항이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당,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아성이라고 하는 전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집회를 마치고 전주시내를 행진하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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