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교섭과 노조 민주주의

[기고] 조합원이 판단해야 다음 투쟁도 존재한다

요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섭 방식을 둘러싸고 쟁점이 생기자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교섭은 어땠는지 물어보고, 그 상황을 얘기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 현재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례이긴 하지만 삼성서비스지회 투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애써 모른 척했다. 그래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유사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경험이 이후 투쟁계획 수립에 참고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지적 애정을 담아 고민을 적는다.

2006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파업투쟁을 진행했다. 2005년 1월 파업과 잔업 거부로 위원장과 각 공장 대표를 포함한 조합원 101명이 해고된 후 진행한 파업이었다.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조합원은 지도부 지침에 따라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강고한 투쟁을 벌였다. 얼마나 잘 싸웠으면 투쟁기간 조합원이 늘어나고, 조합가입 문의도 쇄도했다. 투쟁이 길어지자 원청(현대자동차)은 3자 교섭과 비공개실무교섭을 요구했고, 투쟁을 멈추라 했다.

지회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현장 동력을 유지하고, 투쟁력 회복을 위해 비공개 실무교섭에 참여하며, 집중교섭을 결의한다. 단, 실무교섭단은 합의 권한이 없고, 쟁대위 회의에서 모든 의결과 합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측 최종제시안을 쟁대위 논의 없이 잠정합의서에 지회장이 서명해 버렸다. 지회 쟁대위는 이 합의를 ‘직권조인’으로 규정했고, 지회집행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지회 사무국장이었던 나도 책임을 지고 사퇴 했다. 비대위가 구성되고 구청으로부터 총회 소집권자를 지명 받아 진행한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합의 안’은 부결됐다.

‘잠정합의 안’은 지회가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조합원 총회를 열어 통과됐다. 평가는 상반됐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폄하한 동지들도 있고, ‘잠정합의서’ 서명은 일반적인 관례인데 지회 쟁대위가 과도하게 판단했다는 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걸고 투쟁해야 하는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특성상 한번 합의를 다시 뒤집어 재협상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2차례나 크레인에 올라야 했던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잠정합의서 서명이 법적 효력이 있고, 사측이 그 효력을 주장하고 있었기에 당시 지회 쟁대위의 직권조인 규정하는 너무나 올바른 결정이었다.

또 지회는 2006년을 통해 전체 조합원 논의와 동의 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교섭 결과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06년 지회는 43개 업체와 “1)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않는다. 2) 회사는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노력한다. 3) 회사는 원청사와 도급계약 해지 및 변경 시 신규업체에 대하여 근로조건의 저하 없이 종업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고용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 고용협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청업체가 폐업을 하고, 신규업체가 들어오니 폐업업체와 맺은 단체협약이 휴지조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섭과정에서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원청은 모른다고 잡아 땠다. 지회는 단체협약을 지키라고 투쟁했지만 대의원과 현장위원 3명이 해고되고, 해당업체 노동조건(임금, 근속 등)은 저하됐다.

결국 2006년 투쟁으로 노조 민주주의가 왜 중요한지를 알았고, 조합원과 함께 토론하고, 결정해야 이후 투쟁도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 경험은 2010년 대법판결 이후 진행한 불법파견 투쟁에서는 모든 것을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분반토론과 집단토론을 통해 결정했고, 싸움을 선택했다.

2010년 25일 간의 CTS 점거 파업 해제 결정도 여러 의견이 존재했지만 농성자 전체 회의에서 결정했다. 그래서 2011년 2월 조합원 500명이 정직·해고(46명)되는 상황에서도 재파업을 선언할 수 있었다. 또 2012년 정규직(현대차지부) 노사 임금협상에서 사측이 전격적으로 “3,000명 신규채용”을 제시했을 때도 지회는 “10년을 투쟁한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결정할 것을 요구”하며, 정규직 임단협 교섭장을 봉쇄했다. 이후 속개한 불법파견 본 교섭과 실무교섭 내용은 10년을 투쟁한 조합원이 결정 할 수 있도록, 조합원 보고대회와 유인물로 공개했다. 조합원은 교섭 상황을 정확하게 알았고, 이후 현대차지부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동의 없는 합의를 시도할 때 또 다시 조합원 힘으로 막을 수 있었다.

사측은 지금도 실무교섭을 진행하며 교섭내용 비공개를 요구하지만 지회는 언제나 그렇듯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논의했는지를 문자와 유인물로 공지하고 있다. 공개된 교섭내용은 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부 활동가, 지역 연대단위, 노동운동진영 전체에게도 전달한다. 사측은 비공개 교섭 요구를 위반했다고 ‘교섭 중단’을 운운하지만 실제 중단한 적은 없다. 단지 사측 공격빌미로 잠시 사용될 뿐이었다. 설사 비공개 위반을 이유로 사측이 교섭해태를 한다면 이는 합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 지연을 위한 교섭이기 때문에 교섭을 해봐도 별 소득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공개 교섭을 공개해서 사측과 일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 결정이다. 조합원 스스로 더 투쟁해야 하는지, 요구안을 수정해야 하는지, 요구보다 낮은 제시안으로 합의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판단해야 계획된 투쟁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교섭을 누가 하는지, 누구와 하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한다면 어떤 조합원이 지도부를 신뢰하겠는가? 또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스러운 자본과 비슷하게 교섭 효율만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파업을 노동자 학교라 말할 수 있고, 민주노조라 말할 수 있겠는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분명 상황과 조건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있다. 자본이 교섭을 하는 것은 현 상황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수기이기 때문에, 삼성 승계구도가 부담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의 단결된 힘과 그 투쟁을 연대하는 동지들의 힘이다. 조합원과 연대 동지들의 단결을 더욱더 강화하는 것은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다. 교섭전술을 이유로 일부만 공유하고, 누군가와 교섭하는지도 보안사항이라 말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투쟁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 보안이 핵심인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목동전화국 점거 투쟁도 조합원 집단토론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가장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열린 자세로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결정하는 것이다. 신뢰가 쌓이면 우려하는 보안문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핵심은 끝까지 조합원과 함께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비정규 투쟁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현대차 정규직, 불완전노동에 반대하고 노동 유연화에 저항하는 모든 조직, 모든 이들 투쟁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투쟁과 교섭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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