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o serious? 무엇이 그리 심각한가?

[기획연재] 에이즈를 도구로 LGBT를 공격하는 극우 기독교 세력의 논리

[편집자주] 동인련 HIIV/AIDS인권팀에서는 3회에 걸쳐 HIV/AIDS를 둘러싼 국내 이슈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1) 에이즈와 동성애혐오 (호림)
2) 에이즈와 건강권 (혜민)
3) 에이즈와 커뮤니티 (학인)


2013년 6월, 미국의 대표적인 엑스-게이(ex-gay) 기독교 단체였던 ‘엑소더스(Exodus)’는 동성애자들을 ‘치유’하려 했던 자신들의 활동이 그간 LGBT에게 악영향 미쳤음을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문을 닫았다. 종교적 신념을 명분삼아 LGBT에 대해 반감을 조장하고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던 극우 기독교 세력의 ‘본점’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자인하며 파산선고를 한 것이다. 헌데 2014년, 망한 ‘본점’의 낡은 논리를 그대로 수입한 한국의 극우기독교 세력은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그 세를 더욱 확장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청소년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다’, ‘동성애 조장을 막지 않으면 우리 청소년들이 에이즈로 고통당한다’며 퀴어퍼레이드와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강도를 높여가며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동성애 회복자 HIV/AIDS 감염자를 돕는 NGO까지 만들겠다고 나서는 실정이다.


지난 6월 7일 신촌에서는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1만 5천여 명의 역대최대 규모도 그렇겠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이 거리로 나와 퍼레이드 참가자들과 대치하고 그들의 행진을 방해한 것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후보자들에게 ‘동성애 확산방지’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낙선후보를 지정했던 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혐오 가득한 구호를 들고 나와 성소수자들의 면전에 모욕을 주기에 이르렀다.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 대부분은 극우성향의 기독교세력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그들의 명분은 결국 에이즈와 청소년이다. 동성애와 에이즈, 동성애와 청소년은 약발이 다했는지 이제는 동성애와 청소년, 에이즈를 삼단 합체시켜 동성애 반대의 구호로 이용한다. 이들은 LGBT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더 잘 팔리는 낙인을 생산해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동성애자와 청소년, 감염인의 삶에는 무관심을 넘어 무지할 지경이다. 자신들이 이용하는 동성애와 HIV/AIDS에 대한 낙인이 동성애자이자 청소년이며 HIV/AIDS 감염인인 누군가의 삶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자들이 내뱉는 혐오의 메시지는 무책임과 파렴치를 답습할 뿐이다.


청소년의 HIV/AIDS 예방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LGBT 청소년을 고려한 실질적인 성교육을 기획하고,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극우기독교세력은 성소수자 청소년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는데 혈안이다. 치료요법의 발전으로 HIV/AIDS가 이미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지금에도 극우기독교세력은 질병이 처음 발견된 80년대, 성소수자를 공격하기 위해 에이즈를 동원했던 (이미 망한) 미국 우파의 낡은 논리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한다.

극우 기독교세력의 방해와 난동으로 인해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거리를 행진할 수 있었다. 논란과 아쉬움이 많았던 퍼레이드였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할 것은 올해 퀴어퍼레이드에 한국 청소년 청년 감염인 모임 ‘알:R’이 얼굴을 드러내고 부스를 열었다는 것이다. 감염인모임으로써는 최초의 부스다. 스스로를 감염인으로 노출하는데 따르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Why So Serious?’를 구호로 내걸어 거리로 나왔다. HIV/AIDS라는 질병은 심각할 것이 없으며, HIV/AIDS라는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는 취지였으리라. 정말 심각한건 LGBT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만연한 이 사회이지, 질병도 질병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미국의 ‘엑소더스’ 사례가 보여주듯 혐오의 목소리들은 언젠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사죄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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