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우데자네이루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빈곤 퇴치와 실질적인 경제 발전이 핵심 의제가 되었으며, 이는 전쟁, 이윤, 강압 외교를 중심으로 한 기존 G7의 의제를 압도했다.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G20에서 '기아와 빈곤에 맞서는 세계 동맹'이 결성되었다. 출처 : G20 공식 홈페이지
이번 주 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지정학적, 지경학적으로 깊이 분열된 세계가 밝은 ‘태양 아래의 휴가’라는 모습을 연출하려 애쓰는 흥미로운 장면을 제공했다.
관심 있는 관객들을 즐겁게 할 만한 장면도 많았다. 한밤중 코파카바나 해변을 산책하며 건장한 경호팀에 둘러싸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맨발로 파도에 놀라워하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그리고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팜 트리(palm tree)와 대화를 나누느라 G20 단체 사진 촬영에 빠진 모습이 있었다.
정상회의 직전, 바이든은 열대우림 속 세트장에서 두 개의 대형 텔레프롬프터를 앞에 두고 아마존을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워싱턴의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미국이 개발한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를 이용해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승인”했다는 소식을 흘렸는데, 이는 잠재적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리우는 슈가로프를 배경으로 한 현대미술관에서 G20을 개최하며 아름다운 무대를 제공했고, 덕분에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이로 인해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와 그를 싫어하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짧지만 긴장된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중국, G20의 주역으로 떠오르다
브라질의 대중적 지도자인 룰라는 뛰어난 행사 진행자로 활약했지만, 이번 G20의 진정한 주인공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었다. 그는 APEC 정상회의에서 '페루의 왕'으로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둔 뒤 리우에 도착했다. 그 자리에서 태평양 해상 실크로드의 새로운 남미 거점인 13억 달러 규모의 찬카이 항구 개항식도 열렸다.
글로벌 연결 회랑 구축을 중시하는 중국은 찬카이-상하이라는 새로운 모토를 글로벌 사우스 전역에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G20의 대부분 회원국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APEC 13개 경제권의 최대 교역국이며, 아시아-태평양 경제 성장의 64.2%를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G20 내 브릭스 동맹국들과 새롭게 합류한 파트너 국가들(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반면, G7/NATO 국가들은 끝없는 전쟁, 색깔 혁명, 뉴스와 문화의 무기화, 무역 전쟁, 과도한 제재, 자산 몰수와 같은 방식으로 활동해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이로 인해 G20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특히 G7과 러시아-중국 전략적 동맹 간의 대립에서 이러한 긴장이 두드러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중국의 경우, 7년에 걸친 트럼프-바이든 시대의 무역 및 기술 전쟁에도 경제는 연간 5.2%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수출은 중국 GDP의 16%에 불과해 외국 무역 책략에 덜 취약하다. 그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과의 무역이 중국 GDP의 2.4%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나토 국가들의 전면적인 기술 제재에도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서방의 기술 기업들은 대규모 정리해고, 공장 축소, 폐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중국의 세계 무역 흑자는 사상 최대인 1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서방 경제학자들을 공포에 빠뜨리며,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 중 일부이지만 쇠퇴 중인 주요 경제와 "충돌 코스(collision course)"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G20 의제를 ‘우크라이나화’하려는 노력
브라질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일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정밀하게 난관을 피해야 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싱크탱크들은 브릭스 국가들을 겨냥해 그들이 단지 "포즈를 취하고 불평만 한다"고 비난하는 전면적인 선전 캠페인을 벌였다. 반면 G20은 "모든 주요 채권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으로서 "재정적 불만"과 개발 격차를 해결할 가능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브라질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 정치적 리더십이 전무한 나토 블록이 G20 체제 내에서 "재정적 불만"을 해소하거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헤게몬(미국)의 금융 엘리트들(Hegemon’s financial elites)이 G20 회의에서 흥미를 가질 유일한 사안은 "파트너십 강화" 즉 2026년 G20 개최를 앞두고 추가적인 협력과 종속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리우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빈곤과 기아 퇴치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는 중국이 "8억 명 전원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유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빈곤 감소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G20 연설에서 모든 회원국들에게 “리우에서 새 출발을 하자”며 “포용적 세계화”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헬(Sahel) 사막의 모래알조차 알고 있듯이 나토 국가들은 다자주의를 혐오한다.
리우 G20의 공식 주제는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건설”이었다. 하지만 헤게몬의 지배 계층은 대통령이 누구든 "정의로운 세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는 데만 신경 썼다. “지속 가능한 지구”라는 표현은 사실상 유엔, 세계경제포럼(WEF), 나토의 이해관계가 얽힌 다보스 세력의 의도를 담은 암호화된 표현이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G7/나토 블록은 리우 G20 의제를 탈취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글로벌 사우스가 주도하는 다극성을 방어하며, 헤게몬의 최신 "끝없는 전쟁"인 우크라이나와 가자(Gaza) 문제에 더 깊이 얽히지 않도록 조정된 의제를 협상하는 데 성공했다.
나토는 가자 대학살을 사실상 지지했기에, G20의 85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최종 선언문은 최대한 합의된 일반 원칙만 담을 수 있었다. 가자에서의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G20 정상회의 직후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를 즉각 거부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G20 기자회견에서 몇 가지 추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서방이 G20 의제를 ‘우크라이나화’하려고 시도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최종 선언문에 다른 분쟁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들(서방)은 마지못해 중동(서아시아) 관련 G20 최종 선언문의 논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다음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 G20 공식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룰라 대통령의 G20에서의 개인적 기여는 글로벌 사우스의 움직임을 대표했다. 이는 기아, 빈곤,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 싸우기 위한 동맹을 결성하고, 동시에 초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세부적인 실행 방안에서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미 80개 이상의 국가와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여러 금융 기관, 그리고 다수의 비정부기구(NGO)가 이 동맹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동맹은 2030년까지 약 5억 명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중에는 1억 5천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양질의 학교 급식을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아프리카연합이 이를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결국, 이번 리우 G20은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를 보완하는 형태로 작용했으며, 사회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포용적 다중 연결 세계를 향한 길을 열고자 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G20들이 강조한 핵심 연결점을 언급했다. 바로 글로벌 사우스의 역할이다.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현재 브라질에서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는 “세계 인구의 대다수에게 중요한 관점을 반영하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이 흐름에는 브릭스 회원국 3개국과 브릭스 파트너국 1개국이 포함된다.
개인적으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중극화 세계 속 아프리카 통합을 주제로 한 풍부한 대화 직후 G20을 지켜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리우에서 브라질로부터의 바통 전달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유대의 구체적 표현”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적 다수를 단결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출처] G20 knocks out G7 agenda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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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에스코바르(Pepe Escobar)는 더 크래들(The Cradle)의 칼럼니스트이자 아시아 타임즈(Asia Times)의 편집장이며 유라시아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 지정학 분석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