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암흑 우주'를 연구하다. 출처: ESA, CC BY-SA.
유럽우주국(ESA)은 2003년 7월 1일,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을 실은 팰컨 9(Falcon 9) 로켓을 발사했다. 이 새로운 관측소의 임무는 우주의 가장 잡히지 않는 구성 요소들, 즉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발사 한 달 후, 유클리드는 지구로부터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지구 라그랑주점(L2) 궤도에 진입했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인 위치로, 유클리드는 그곳에서 태양, 지구, 그리고 달로부터 오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 태양 가리개를 펼쳐, 장비의 높은 안정성을 확보한다.
유클리드 위성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한편, 유클리드는 우주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심우주를 향해 관측을 시작했다. 이 위치에서 유클리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함께하며, 새로운 우주 탐사의 시대를 여는 완벽한 동반자로 활약하고 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우주의 모든 것(우리 태양계부터 가장 먼 은하까지)은 일반적인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즉, 양성자, 전자, 쿼크와 같은 기본 입자들이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하는 물질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측 가능한 물질은 우주의 단 5%만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머지 95%를 차지하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암흑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더 나아가,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이 알 수 없는 물질이나 에너지에 대한 증거는 무엇일까?
이 두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면, 과학자들은 여러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별들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일반 물질"만 고려했을 때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또한, 관측 가능한 물질만으로는 은하단과 같은 대규모 구조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중력을 제공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빛을 방출하거나 반사하지 않아 관측할 수 없는 일종의 물질, 즉 암흑 물질이 등장한다. 이 암흑 물질은 우주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암흑 물질을 어떻게 탐지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암흑 물질 탐지에도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은 중력 렌즈라 불리는 상대론적 효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질이 우리 시야선에 위치할 경우, 그것은 확대경처럼 작용하여 그 뒤에 있는 은하의 빛을 왜곡시킬 수 있다.
특히, 은하단이나 블랙홀과 같은 매우 질량이 큰 물체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중력 렌즈에서는 은하의 모습이 눈에 띄게 왜곡된다. 이러한 효과는 블랙홀이 은하 배경 앞을 지나갈 때 빛이 어떻게 휘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력 렌즈 현상 일러스트레이션
배경 소스의 왜곡이 미미할 경우 이를 약한 중력 렌즈라고 한다. 이 경우, 왜곡은 통계적으로 많은 소스를 분석해야만 감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수십억 개의 은하의 왜곡된 형태를 측정하여 가장 정밀하고 상세한 3D 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암흑 물질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암흑 물질로 인한 강한 중력 렌즈 효과(좌측)와 약한 중력 렌즈 효과(우측). 발광원과 지구 사이에 암흑 물질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앙 이미지는 왜곡되지 않은 다수의 발광원을 보여준다. 출처: ESA, CC BY.
그렇다면 암흑 우주의 나머지 70%는 어디에 있을까?
이 70%는 이른바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겨진다. 암흑 에너지는 지금까지 탐지되지 않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지난 50억 년 동안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가속된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우주의 약 117억 년간의 역사를 지도화할 예정이다. 이는 대부분의 별들이 형성되던 시기를 포괄하며, 이를 통해 우주 팽창 가속도가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매우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팽창의 가속도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지난 117억 년 동안 가속도가 증가한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ESA.
유클리드에 탑재된 장비들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 웹 망원경처럼, 유클리드도 반사 망원경 유형에 속한다. 이는 빛을 초점에 모아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거울을 사용하는 망원경을 의미한다. 유클리드의 주경은 지름이 1.2미터로, 허블 망원경의 절반 크기이며 웹 망원경의 약 5분의 1 크기다. 궤도에서의 무게는 약 2톤에 달할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유클리드는 하늘의 약 3분의 1을 관측하며,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의 형태, 위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우주의 상세한 3차원 지도를 작성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클리드에는 VIS와 NISP라는 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각각 원시 우주의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VIS(가시광선) 및 NISP(근적외선) 장비. 출처: ESA.
1. VIS 카메라는 550나노미터(녹황색)부터 가장 극단적인 붉은색에 이르는 가시광선을 기록한다. 이 카메라는 36개의 CCD 센서로 구성된 모자이크 형태를 가지며, 각각 1600만 화소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태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를 얻는다.
2. NISP 장비는 제임스 웹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근적외선 영역에서 작동하며, 각각 400만 화소를 가진 16개의 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NISP는 먼 은하에서 방출된 빛의 밝기와 강도를 측정하며, 적색편이 현상을 통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우주에서 적외선 영역의 가장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웹 망원경보다 수백 배 더 넓음), 이를 통해 은하를 더욱 상세히 관측할 수 있다.
유클리드가 밝혀낼 우주의 비밀
이 새로운 우주 관측소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본질, 우주의 가속도 변화,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우주의 거대 규모에서도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클리드는 준비가 완료된 후 5년간의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약 2,000명의 과학자가 데이터를 수집하며 협력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추가로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결과를 얻기까지 거의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한편, 그리스 수학자이자 기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우클레이데스(Euclid)의 이름을 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여전히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이 경이로운 암흑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출처] Listo para su viaje, el Telescopio Euclid indagará en la materia y la energía oscura del universo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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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델 바코 노빌로(Óscar del Barco Novillo)는 사라고사 대학교 응용물리학과에서 22-23학년도에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무르시아 대학교 물리학과의 광학 분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