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에게 사인펜과 행정명령을 기꺼이 건네고 있는 기독교 파시스트들과 소수 권력자들은 “딥 스테이트”나 급진 좌파, 혹은 “반유대주의자들”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검증 가능한 사실, 법치주의, 그리고 자유언론·반대할 권리·활기찬 문화·권력분립(독립적인 사법부를 포함함)을 통해서만 가능한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내가 ⟪자유주의 계급의 죽음⟫(Death of the Liberal Class)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다뤘듯이, 열린 사회의 이 모든 기둥들은 트럼프 이전부터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다. 언론, 공영방송을 포함한 학계, 민주당, 기업화되고 진부해진 문화, 억만장자 계급을 위해 봉사하는 사법부, 로비스트들에게 매수된 의회는 모두 내장이 도려내진 상태다. 이들은 쉽게 쓰러진다. 이들을 방어하려 들고자 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들은 우리를 배신했다. 그러니 죽게 내버려두자.
Trumpland USA. 출처: Mr. Fish
나는 2010년 ⟪자유주의 계급의 죽음⟫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자유주의 계급의 상실은 그 자리를 투기꾼, 전쟁 이익 추구자, 갱단, 살인자들이 채우게 한다. 이들은 종종 카리스마 있는 선동가들이 이끈다. 이러한 전체주의 운동은 자유주의 계급과 그들이 표방해 온 가치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면서 부상한다. 이 전체주의 운동의 약속들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자유주의 계급에 대한 그들의 비판은 진실에 기반하고 있다.”
파시즘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속에서 전통적인 역할을 포기한 파산한 자유주의로부터 태어난다. 자유주의는 더 이상 지배계급과 제국의 가장 심각한 과잉을 점진적이고 단편적인 개혁으로 완화하지 않는다. 자유주의는 자신이 배신한 소외된 노동자들을 꾸짖고 도덕적으로 훈계한다.
언론 기관들은 진실보다 권력자들과의 접근을 더 중시한다. 그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우리를 몰고 가기 위해 거짓과 선전을 증폭시켰다. 그들은 월스트리트를 찬양했고, 우리의 평생 저축을 투기꾼들과 도둑들이 운영하는 금융 시스템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확신시켰다. 그 결과, 평생의 저축은 망가졌다. 그들은 ‘러시아게이트(Russiagate)’라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그들은 이스라엘 로비에 노예처럼 복무하며, 집단학살과 대학 시위를 다룰 때 보도를 왜곡하여 팔레스타인인, 무슬림, 학생 시위자들을 악마화했다. 그들은 기업 광고주와 스폰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고통, 빈곤, 불만을 겪고 있는, 언론이 집중해야 할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할 인구 전체를 투명인간으로 만든다.
대학들은 기업으로 변모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MBA 학위를 가진 고위 행정가들과, 학교에 수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 코치들은 연봉 수십만 달러를 받으며, 인기 있는 코치와 대학 총장들은 수백만 달러를 번다.
현재 교수직의 10% 남짓만이 정규직이다. 거의 45%는 비정규 시간제 직원 또는 시간강사다. 5명 중 1명은 비정규 전일제다. 대학은 정규직과 적절한 급여를 제공하는 자리를 급격히 줄임으로써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연장선이 되었다. 시간강사들과 대학원 노동자들은 종종 메디케이드에 지원하고,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더 맡거나 우버나 리프트를 운전하거나, 계산대에서 일하거나, 그럽허브나 도어대시로 음식을 배달하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집을 지켜주거나, 서빙을 하거나, 바텐더로 일하거나, 한 아파트에 네 명 혹은 여섯 명이 함께 살거나 친구의 소파에서 지내기도 한다.
저임금에 고용 불안정한 교수진은 사회적 불평등, 포식적 기업들, 제국의 범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영속적 전쟁 상태 등 지배 서사를 도전적으로 다루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당한다. 한편, 대학 고위 행정가들은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등록금과 수업료를 올리고, 직원을 줄이며, 임금을 억제한 공로로 보너스를 받는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학계에서 의심받지 않으리라는 점을 부유한 기부자들에게 보장한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은 찬양받고, 대학에서 일하는 노동 빈곤층은 잊힌다.
어빙 하우(Irving Howe)는 1954년 에세이 ⟪이 순응의 시대⟫(This Age of Conformity)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식인의 소명이라는 생각—상업 문명이 결코 실현할 수 없는 가치들에 헌신하는 삶이라는 생각—은 점차 그 매력을 잃었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특정한 노선을 포기했다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의 패배를 구성한다.” 하우는, 자본주의가 인간 진보의 확고한 엔진이라는 믿음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확성기처럼 울려 퍼진다. 관영 선전, 제도적 광고,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 그 체제를 반대하던 학자들의 저술이 그것이다”라고 썼다.
하우는 “진정으로 무력한 사람들은 새로운 현실주의자인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권력의 자리 곁에 자신을 들러붙게 하고, 발언의 자유를 포기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지식인들의 역사뿐 아니라 ‘부’와 ‘지성’의 관계에서 핵심적인 사실은, 이들이 제도권 사회에 흡수되었을 때마다, 전통적인 반항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는 더 이상 지식인으로서 기능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양당은 신자유주의라는 사기를 팔아 국가의 탈산업화를 추진하고, 가혹한 긴축 정책을 도입했으며, 조직할 자유를 말살하고, 공공을 착취로부터 보호하는 규제를 무력화시켰다. 그들은 기업들이 부와 권력을 약탈하고 집중하도록 권한을 부여했고, 이는 독점 자본주의의 부상과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소득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을 낳았다. 은행, 통신, 석유, 무기, 농업, 식품 산업은 가격 담합과 금융·보건·환경 보호 규제를 회피하거나 폐지하고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이윤을 보장받고 있다. 뉴딜 규제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트럼프 집권 하에 완전히 말소될 것이며, 이는 절망 속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선동가에게 투표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
예술에 대한 자금 지원이 말라붙으면서, 예술가들은 기업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안된 공영방송처럼, 각종 보조금과 기업 후원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그 결과는 예술과 언론의 진실성 쇠퇴였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선악의 저편⟫(Beyond Good and Evil)에서, 오직 소수만이 그가 “인간 현실의 용암 구덩이”라 부른 곳을 들여다볼 용기를 지닌다고 썼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구덩이를 애써 외면한다. 그러나 니체에게 있어 예술가와 철학자는 진리에 대한 탐구, 의미에 대한 갈망이라는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에 사로잡힌 존재다. 그들은 그 용암의 구덩이 깊숙이 내려간다. 그들은 불길과 열기에 밀려 도망치기 전까지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니체는 이 지적·도덕적 정직함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썼다. 현실의 불꽃에 그을린 자들은 “불에 데인 아이”가 되며, 영원한 고아가 된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문화는 급진적이며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문화는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우리의 현실에 언어를 부여하며, 우리가 느끼고 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가 타인, 특히 억압받는 이들과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문화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드러내며, 신비로움을 존중한다.
제임스 볼드윈은 다음과 같이 썼다. “예술가의 정확한 역할은 그 어둠을 밝히고, 광대한 숲 속에 길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그 목적—결국 세상을 보다 인간적인 거처로 만드는 일—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독립적 지적 탐구, 예술, 문화에 대한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그 구덩이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고, 세상을 보다 ‘인간적인 거처’로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수행되고 있다. “불에 데인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주변부로 밀려났다.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약 1만6천 권의 책이 금지되었고, 검열은 계속 확산되어 더 많은 책들이 추방되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문화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화된 과거와 자기기만적 현재를 찬양한다.
대중문화는 환상, 흥분, 행복, 희망에 대한 인간의 갈증을 먹여 살린다. 그것은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영원한 물질 진보라는 신화를 판다. 그것은 연예인이나 SNS 속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숭배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트럼프의 “영웅의 정원(Garden of Heroes)”과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이번 겨울 열릴 예정인 호화로운 크리스마스 제전이 정점인 문화적 부패였다.
양당의 정치인들은 억만장자들과 기업들로부터 제공되는 ‘검은 돈’에 의해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 정치인들은 합법화된 뇌물 시스템 속에서 의회에서 그들의 주인들의 명령을 수행한다. 정치철학자 셸든 울린(Sheldon Wolin)은 이러한 정부 형태를 “역전된 전체주의”라고 불렀다. 역전된 전체주의는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제도, 상징, 아이콘, 언어를 보존하지만, 그 내부에서 기업들이 모든 권력 지렛대를 장악하여 더 많은 이윤과 정치 권력을 축적한다. 이 체제는 국제 법률 시스템을 이용해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약탈하며, 기업 지배에 도전하는 정부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이 체제는 정의보다 이윤을 우선시한다. 그것은 노동법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보호와 권리를 해체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부패하고 썩은 제도들을 폭파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실험의 종언이자 역전된 전체주의에서 독재로의 이행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기업 디스토피아를 불러올 것이며, 이는 훨씬 더 잔혹한 형태로, 국가 감시가 만연하고, 검열이 가혹하며, 선출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지배계층이 존재하고, 노동조합을 포함한 대중운동이 분쇄되는 중국의 전체주의 자본주의와 닮은 꼴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독재정의 특징인 마법적 사고의 세계로 추락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묘사하는 언어가 현실과 아무런 관계도 가지지 않게 된다.
권위주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필수적인 일은, 아무리 약화되고 부패했다 하더라도 모든 독립적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악시오스>(Axios)는,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보여주는 “가짜 여론조사”에 “분노를 폭발”시키며, 그러한 여론조사를 발표한 언론사들을 “선거 사기로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독재자의 정서다. 불편한 사실을 금지하라. 이 제도들이 침묵하거나 장악되면, 미약하게나마 존재하던 반대의 균열은 완전히 봉인된다. 사회 결속의 접착제는 공포가 될 것이다. 미온적 비판조차 범죄화될 것이다. 내무보안기관, 이민단속, 군대는 거액의 자금을 받게 될 것이며, 그 결과 트럼프만의 책임지지 않는 딥 스테이트가 구축될 것이다. 한편, 사회 프로그램은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위대한 지도자 숭배다. 이 비굴한 복종은 트럼프가 집권 첫 100일을 기념해 내각 회의를 열었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든 내각 구성원들은 “미국의 만(Gulf of America)”이라는 문구가 적힌 남색과 빨간색 야구 모자를 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는 전형적인 아부의 발언으로 다음과 같이 찬양했다. “대통령님, 당신의 첫 100일은 이 나라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훨씬 뛰어났습니다, 훨씬요. 전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4월 30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 중,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Gulf of America(아메리카 만)”이라 적힌 두 번째 모자를 착용한다. 출처: 현지 중계 화면 갈무리
트럼프는 생일 군사 퍼레이드를 갖게 될 것이고, 백악관 잔디밭에 100피트(약 30미터) 높이의 국기 게양대 두 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의회에 발의된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그의 얼굴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아브라함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함께 러시모어산(Mount Rushmore)에 새겨질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생일이 연방 공휴일이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새로 발행될 250달러 지폐에 자신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워싱턴의 댈러스 국제공항이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미국 영웅 국립정원을 건설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는 3선이 가능하도록 22차 수정헌법을 폐지할 것이다. 종신 대통령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미국을 사랑하도록 배울 것이다.”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는 스벤갈리(Svengali)처럼 그렇게 선언했다. “아이들은 애국자가 되도록 배울 것이다. 아이들은 민주시민의 가치를 배우게 될 것이다. 연방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면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교육부를 폐지하고 주정부에 자금을 지원할 때, 우리는 이 자금이 공산주의 이념을 홍보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
트럼프의 독사들은 우리가 갖고 있던 열린 사회의 마지막 숨결을 꺼뜨리고 있으며, 억만장자들과 기업들이 시작했던 더러운 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것은 과정의 시작이 아니다. 끝이다. 트럼프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에게 이런 일을 저지른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하나 있다.
배신자들.
[출처] Trumplan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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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