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orossiysk, Russia. 출처: Pavel Neznanov, Unsplash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금융 자본의 필연적인 추구는 그 영향권을 확장하고 심지어 실제 영토를 넓히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당시 제국주의 간의 경쟁이 치열했던 세계를 두고 말한 것으로, 이 추구는 경쟁하는 금융 자본들 간의 투쟁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세계는 빠르게 분할되어 더 이상 "빈 공간"이 남지 않게 되었다. 이후로는 경쟁하는 금융 과두제 간의 전쟁을 통해서만 세계의 재분할이 가능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전쟁들은 제국주의의 약화와 사회주의 혁명 및 탈식민화 과정을 통해 제국주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난 지역들을 만들어냈다.
자본의 중앙집중화가 발전하면서 자본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이는 한편으로 제국주의 간의 경쟁을 약화시켰다. 이제 자본은 경쟁하는 강대국들의 영향권으로 나뉜 세계가 아닌, 제한 없는 이동이 가능한 전체 세계를 원하게 되었다. 동시에 통합된 제국주의는 과거에 자신으로부터 벗어났던 영토에 대한 헤게모니를 다시 확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제국주의가 이를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 무기는 세계에 신자유주의 질서를 강요하는 것과, 신자유주의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계급을 약화했다. 선진국에서는 저임금의 제3세계 국가로의 이전 위협이 노동자들에게 닥쳤고, 그 결과 임금은 정체했다. 제3세계 국가에서는 이러한 이전이 노동력 잉여의 상대적 크기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 임금은 정체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실질 임금은 정체한 반면, 노동 생산성은 모든 곳에서 증가했다. 이는 결국 제3세계 노동력 잉여의 상대적 크기가 줄지 않은 이유이며, 세계 경제 전체와 각국에서 경제 잉여의 비중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급격히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양 결핍 인구 비율의 증가를 초래했다. 바로 이 때문에 과잉 생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 계층이 잉여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표준 케인즈주의적 과잉생산 해결책인 정부 지출 확대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효과가 없다. 총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출 재원인 더 큰 재정적자나 부유층에 대한 과세가 이 체제에서는 모두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금융 자본에게 있어 금기이며, 세계화된 금융 자본을 상대하는 국가들은 언제든지 자본이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변덕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내재된 과잉생산 경향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로 향하는 가운데, 신파시즘이 대두되었고, 기업 자본은 이들을 자신들과 동맹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담론은 물질적 생활 조건과는 무관하며, 종교적 또는 민족적 소수자를 "타자"로 규정해 혐오를 조장하는 데 집중한다. 신파시스트 세력은 일부 국가에서 이미 권력을 잡았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과잉생산 경향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이동 가능한 금융 자본을 상대하는 국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신파시즘 정부에서도 재정적자 확대나 부유층 과세를 통한 정부 지출로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가 침체 경향을 막지 못하고 신파시즘이 득세한 것에 대해 제국주의에 책임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답은, 어떤 국가가 글로벌 금융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국가를 이용해 수요를 증대시키려 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가 헤게모니를 다시 확립하려는 첫 번째 무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초래하며 신파시즘을 불러온다.
두 번째 무기인 전쟁은 이제 세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두 전쟁은 모두 제국주의에 의해 촉발되고 유지되고 있으며, 핵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 소련이 붕괴할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나토(NATO)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나토는 우크라이나까지 동진했고, 우크라이나 자체는 나토 가입을 원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에 반대했던 우크라이나의 합법적인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쿠데타로 축출되었고, 이 쿠데타는 미국 관료 빅토리아 눌런드의 감독하에 진행되었다. 새로운 정부는 나토 가입을 원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돈바스 지역과 갈등을 일으켰고, 러시아가 개입하기 전에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평화 협정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누구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프랑스와 독일의 도움으로 체결한 민스크 협정은 미국과 영국에 의해 무산되었고, 당시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키이우에 갔다. 당시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은 민스크 협정이 우크라이나가 전쟁 준비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한 속임수였다고 인정했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질적으로 러시아를 제국주의 헤게모니 하에 두려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제국주의의 프로젝트였고, 보리스 옐친이 대통령이었을 때 거의 성공할 뻔했다.
다음으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지금은 레바논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보자. 미국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치에서 시온주의 로비의 힘 때문으로 보이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제국주의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에 그저 공모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이스라엘이 오늘날 집단 학살을 수행하고 내일 대규모 민족 청소를 준비하게 하며, 이 지역 전체를 이스라엘을 통해 장악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도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쪽은 누구인가? 미국은 공식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인정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을 유엔의 194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는 제안이 총회에 상정될 때마다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 그 반대 세력 간의 휴전 협상이 중요한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스라엘은 협상 상대인 이스마일 하니야 또는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은 겉으로만 평화를 추구하는 척할 뿐이다. 미국 제국주의는 이 속임수에 명백히 동조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는 미국 제국주의가 맡긴 '지역 경비대' 역할과 잘 맞아떨어진다. 전쟁이 확대됨에 따라 핵 대결의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강요와 전쟁 개입이 제국주의가 헤게모니를 재확립하는 두 가지 무기라고 언급했지만, 하나는 신파시즘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출처] Imperialism’s Striving for Expansion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서 가르쳤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