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회복력 구축 노력은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지 못한다

출처: Unsplash, Mika Baumeister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기후 재난에 적응하는 능력) 구축은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기후 위기 대응을 정의한다. HHS의 '기후 행동 계획'에 명시된 목적은 "HHS의 활동 전반에 걸쳐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과 적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기후에 관련된 주된 계획적 노력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후 영향에 대한 회복력 구축(BRACE, Building Resilience Against Climate Effects) 프로그램으로 "주 보건 당국이 지역사회가 기후 변화의 건강 영향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HHS가 설명이나 공개 토론 없이 기후 회복력을 정책으로 채택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회복력을 구축하는 것은 기후 재난에 직면한 미국인의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연방 기관의 일관성 없는 대응이다.

생태학자들은 1970년대에 처음으로 회복력 개념을 사용하여,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위험이나 재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설명했다. 이후 그 개념은 변질되었다. 연방정부는 이를 단순히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혼란에 대비하고 견디며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이제 회복력은 조직, 커뮤니티, 개인이 재난 후 신속하게 비즈니스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회복력은 대비 문화를 성장시키는 것을 장려하는데, 이는 끝없는 재난과 복구의 순환으로 정의되는 미래가 지속적인 적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기후 회복력을 구축한다는 것은 화석 연료 연소와 인위적 온난화로 인한 대기 오염을 수용하고, 견뎌내거나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의료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후 회복력 구축은 극복하기 어려운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회복력은 기후 위기로 인한 인간 건강에 대한 피해가 셀 수 없이 많고 끊이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에 전 세계 인구의 99%가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에 노출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다 구체적으로, 최근 연구에서는 6천만 명이 넘는 메디케어(Medicare, 미국 공공 의료보험 프로그램) 수혜자의 경우, 주로 화석 연료 연소의 결과인 미세 입자 물질(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 입자)의 만성적 영향에 대한 안전한 노출 기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2022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알려진 전염병의 약 60%가 기후 붕괴와 관련된 위험이나 경로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단기간에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다면, 특히 평균 지구 온난화가 섭씨 1.5도(화씨 2.7도)를 초과하는 경우, 기후 회복력 있는 개발에 대한 전망이 점점 더 제한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배출량은 급격히 감소하지 않았다. 기록상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6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지구 온난화는 평균 1.64℃를 기록했다. 연속된 몇 달간의 기록적인 기온으로,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WMO 커뮤니티는 전 세계에 적색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6월 연설에서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회복력의 내재적 문제점은 브래드 에번스(Brad Evans)와 줄리언 레이드(Julian Reid), 사라 브라케(Sarah Bracke) 등 여러 학자가 10여 년 전에 설명했듯이, 이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원인이라는 점이다. 회복력 사고는 위험이나 재난이 만연해 있다고 가정하며, 이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통제를 벗어난 기후재난을 용인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회복력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기후 붕괴를 넘어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정한다. 우리의 삶이 영구적인 위험에 처해 있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회복력은 인간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일종의 주체화다.

기후 회복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소수자 집단이다. 이들은 기후로 인한 가장 큰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스스로의 취약한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는다. 사실상 회복력은 영구적인 기후 위험 인구를 만들어낸다.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는 당연한 결과다.

기후 재난에 영구적으로 노출된 삶을 살고, 기후 위협에 영원히 적응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것은 한마디로 지치는 일이다. 로이 스크랜턴(Roy Scranton)은 그의 저서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Learning to Die in the Anthropocene)⸥에서 이를 "내일이 어제와 똑같을 것처럼" 행동을 지속하고, "새로운 재난이 다가올 때마다 점점 더 준비가 덜 되고, 우리가 지속할 수 없는 삶에 점점 더 필사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놀랍지 않게도, 아제이 싱 차우드하리(Ajay Singh Chaudhary)는 최근 발표한 기후 정치에 관한 그의 연구 제목을 "⸢지구의 지친 이들(The Exhausted of the Earth)⸥"이라 지었다. "회복력은 평소와 같이 사업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명령이다. 위기 관리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회복력은, 지치는 것이다."

회복력 자체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회복력이 성공하면 극복하고자 했던 기후 재난과 구별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분야에서 최근 메디케이드(Medicaid, 미국 공공 의료보험 프로그램) 및 기타 지불자는 에어컨 비용과, 아마도 그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 오염에 대한 비용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본질적으로 반동적인 회복력은 무관심, 운명론, 그리고 비뚤어진 낙관주의를 가르친다, 회복력을 구축하는 것은, 원하는 미래를 달성하거나 변화하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삶에는 일관성, 혹은 의학 사회학자 아론 안토노브스키(Aaron Antonovsky)가 살루토제네시스(salutogenesis)라고 부르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복력은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저항이나 노력을 무효화하거나, 적어도 약화시킨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기후 위협과 재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복력은 기후 재난에 시달리는 세계에 면허를 부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정치 정책이다. 비인간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은 재난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영구적인 과정이다. 에반스와 리드가 2013년에 쓴 것처럼, 정책 입안자들은 "우리가 안전을 성취할 꿈을 포기하고, 미래 삶의 조건으로서 위험을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생태적 재난은 우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철학자 프레드릭 제임슨(Frederic Jameson)의 말처럼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쉽다." 차우드하리는 회복력이 착취적인 자원 사용과 환경 파괴에 대해 변명한다고 주장했다: "회복력이라는 이상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을 요구하는 세상을 유지할 뿐이다."

회복력이 있으면 사실상 기후 위기는 없다.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기 위한 연방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나 엄격한 연방 규제도 필요하지 않다. 대신, 애드리언 불러(Adrienne Buller)가 2022년 저서 ⸢고래의 가치(The Value of a Whale)⸥"에서 설명했듯이, 규제 완화와 시장 효율성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이 기후 정책에 대한 더 나은 접근법이다. 에번스와 레이드는 회복력은 "암울한 현재 정치 상황 이외의 다른 것을 상상하지 않는 정치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결론지었다. 회복력은 허무주의, 허무에 대한 의지, 가치 없는 통치다. 차우드하리는 회복력이 단순히 "침묵과 소박한 긴축을 권고"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무기력하다고 정의했다. 

HHS의 경우, 정책으로서의 회복력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이 부서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기후 관련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의료 산업에 요구되는 메디케어 또는 메디케이드 규제 규칙(예: 특정 기후 관련 진단 코드 및 품질 성과 측정)을 공표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보건의료 산업이 매년 약 5억 5,300만 메트릭톤(6억 1,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배출로 인해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수혜자에게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은 잔인하게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모든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겠다는 HHS의 미션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은 보건복지부가 피할 수 없는 기후 재난으로 인해 대중의 건강이 어떻게 해를 입을지 예측하는 월간 기후 및 건강 전망을 간단히 발표할 수 있도록 한다. 6월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책임은 "토네이도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홍수의 유형은 다양하다", 2024년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은 "정상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산불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HHS에게 기후 회복력은 스스로를 위협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이는 절망적이다. 

[출처] Efforts to Build Climate Resilience Do Not Protect Human Health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데이비드 인트로카소(David Introcaso) 박사는 의료 연구 및 정책 컨설턴트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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