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사일 배치는 미래에 러시아와의 어떤 협상에서 사용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 베를린 미국 대사관 페이스북(usbotschaftberlin)
미국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독일에서는 크게 주목받은 것이 7월 나토(NATO) 창립 기념 정상 회담에서 워싱턴과 베를린 간 체결된 합의였다.
독일은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2026년부터 자국 영토에 세 가지 유형의 미국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 미사일들은 미국의 지휘 하에 배치되며, 종류로는 사거리 1,000마일이 넘는 토마호크 블록 4(Tomahawk Block 4) 순항미사일, 주로 방공 역할을 담당하고 사거리가 230마일인 스탠다드 미사일-6(Standard Missile-6, SM-6),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이며 사거리 1,800마일 이상에 달할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ong-Range Hypersonic Weapon, LRHP)가 있다.
이 미사일 중 두 가지는 러시아 깊숙이까지 타격이 가능하며, 두 미사일 모두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는 재래식 무기지만, 핵무기로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를 핵무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는 독일이 자국에 배치된 미사일들에 대해 어떤 통제권을 가질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토마호크와 LRHP의 배치는 1987년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 이 조약은 사거리 500~5,000킬로미터(310~3,400마일) 사이의 지상 기반 미사일의 배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에 INF 조약에서 탈퇴했고, 이후 러시아도 자체적인 준수를 중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약으로 복귀하기 위한 어떠한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SRBM 이스칸데르(Iskander) 탄도미사일(핵 탑재 가능하지만 핵무장 상태는 아님)이 공식적으로는 INF 조약의 제한 범위인 500km 이내의 사거리를 가졌다고 선언되었지만, 실제로는 더 긴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미사일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인접한 발트해의 고립된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배치되었으며, 베를린으로부터 327마일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독립적인 확인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 이후 미러 관계의 악화로 인해 이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다소 이상하게도(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번 독일 정부의 미사일 배치 합의는 독일 의회인 분데스탁이나 국민적 논의 없이 이루어졌다. 이는 독일 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교 및 안보 관련 기관과 대부분의 정치권은 이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좌파 정당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BSW)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은 연립 정부의 가장 큰 정당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려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은 반대자들도 결국 정부의 입장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독일 대중은 분열되어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49%가 미사일 배치에 반대하고 45%가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동독 지역에서는 반대 비율이 74%에 달하며 찬성은 23%에 불과하다. 이번 달 동독의 세 개 주 선거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타협적 평화를 주장하는 AfD와 BSW는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독일 내 지역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내년 총선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1980년대 미국의 퍼싱 II(Pershing II) 중거리 핵 탄도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논란을 어느 정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배치는 소련의 RSD-10 파이오니어(Pioneer)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이루어졌으며, 독일 내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불러왔다. 현재와 비교하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당시 퍼싱 배치에 대한 반대(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했던)는 반핵 성향의 독일 녹색당의 부상을 크게 도왔다. 40년 후, 녹색당은 이제 토마호크 배치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최근 동독 선거에서 녹색당은 큰 패배를 겪었다. 현재 독일 정부를 이끄는 사회민주당 역시 과거 퍼싱 배치에 반대했었다.
퍼싱(Pershing) 미사일은 다행히도 발사된 적이 없었고, 실제로 발사될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치명적인 사고가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소련 지도부는 나토를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나토가 소련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봐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 정부는 새로 배치된 미사일들이 대비하려는 유형의 사전 계획된 나토 공격을 감행할 의도도, 그럴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핵 위협 발언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 나토-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되지 않은 상호적 확전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독일에서 발사된 미국 미사일이 러시아를 타격하면서 핵 참사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토마호크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도록 허용한 유일하게 합리적인 목적은 러시아와 새로운 핵 군축 협정의 일부로서 다시 그 미사일들을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1980년대 서독에 퍼싱 II 미사일을 배치한 유일하게 긍정적인 결과도 그런 협정이었다.
실제로 1979년 퍼싱 미사일 배치 결정은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명하는 선언과 함께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최신 결정에는 그러한 선언이 따르지 않았다. 전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후, 1989년에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INF 조약을 체결하여 퍼싱 미사일을 철수하고 폐기하는 대신 모스크바도 중거리 핵미사일을 철수하는 데 동의했다.
오늘날 이와 유사한 협정으로 미국이 독일에 계획된 신형 미사일 배치를 취소하는 대신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에 배치된 미사일을 철수한다면, 이는 독일, 유럽, 세계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난 세대 동안 군비 통제 협정의 전체적인 흐름은 반대 방향으로, 즉 통제되지 않는 군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군비 통제 협정이 붕괴되기 시작한 과정은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반탄도미사일(ABM)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시작되었다. 독일 정부는 이 결정에 불만을 가졌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베를린은 또한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조약을 수호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의 연합을 결성하려는 시도를 공개적으로 하지도 않았다. 이는 모스크바가 독일이 유럽의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데 있어서 워싱턴과 공개적으로 대립해야 한다면 결코 진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ABM 조약에서의 미국의 탈퇴 이후, 미국은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에 ABM 시스템을 배치했고, 이는 러시아가 아닌 가상의 이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백히 거짓된 주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독일 정부는 이번에도 이 주장에 묵인했다. (당시 러시아의 한 싱크탱크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러시아에 지도가 없다고 생각하나?"). 모스크바는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통해 이에 대응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서도 INF 조약의 조건을 근소하게 지킨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가 요구한 나토의 제한에 관한 보다 광범위한 협상의 일부로 중거리 미사일 문제에 대해 타협할 의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싱턴은 이를 기반으로 한 진지한 협상을 고려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 결과, 현재 유럽은 미사일 제한 협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워싱턴은 우크라이나와 영국의 압력에 따라 영국제 스톰 섀도(Storm Shadow) 순항미사일(미국의 목표 설정에 의해 유도되는)을 러시아로 발사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미사일의 독일 배치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워싱턴은 미국제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러시아로 발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독일에 배치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은 러시아 깊숙이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은 독일을 타격할 수 있지만 미국은 타격할 수 없다; 독일은 자국 영토에 있는 미국 미사일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이 없다. 이러한 조합이 많은 독일인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처] Germans uneasy about stationing new US missiles | Responsible Statecraft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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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 리벤(Anatol Lieven)은 퀸시 연구소의 책임 있는 국정 운영 유라시아 프로그램 디렉터이다. 그는 이전에 카타르의 조지타운 대학교와 런던 킹스 칼리지 전쟁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