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쿠바의 최대 발전소인 안토니오 기테라스(Antonio Guiteras) 발전소가 고장 난 이후 쿠바의 국가 전력망은 며칠 사이에 4번이나 붕괴되었다. 수백만 명의 쿠바인이 여전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로 냉장고 안의 음식이 상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공산당 정부는 10월 18일 학교를 폐쇄하고 전력망 복구 작업을 시작하면서 필수적이지 않은 공공 부문 활동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일요일 밤, 허리케인 오스카(Oscar)가 쿠바 동부에 폭우와 강풍을 몰고 오면서 이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쿠바 에너지 관리들은 현재 안토니오 기테라스 발전소가 다시 가동되었으며, 수도 아바나(Havana)와 일부 외곽 지역에 전기가 복구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쿠바의 화력발전소 5곳은 노후화되어 붕괴 직전에 있으며, 발전량의 80% 이상을 석유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연료를 수입해 왔으나, 베네수엘라의 자체 공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올해 수출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쿠바 정부는 현물 시장에서 더 비싼 연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쿠바는 3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와 씨름하고 있으며, 자금 부족으로 인해 하루 최대 20시간의 정전이 일상화되었다. 쿠바의 최고 전력 관리자인 라자로 구에라(Lazaro Guerra)는 "시스템이 복구되더라도 정전이 끝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현지 보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쿠바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쿠바의 이 위기의 뿌리는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미국의 지원을 받던 풀헨시오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 정부를 전복시키면서 시작된 냉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소련은 쿠바 혁명이 라틴아메리카 극좌 운동 중 가장 진보적이라 확신하고 산업재와 기술 지원을 제공했다.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1960년 7월 쿠바는 자국 내 미국의 산업, 은행, 상업 시설을 몰수했다. 쿠바 정부는 모든 설탕 공장과 대부분의 산업, 국토의 절반, 쿠바의 모든 은행과 통신망을 점령했다.
미국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1960년 미국은 쿠바 수출품에 대해 식량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금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1962년에는 쿠바와의 모든 무역 및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1964년 당시 미국 대통령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은 쿠바가 다른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도록 다자간 '경제 거부'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30년 동안 쿠바는 소련 블록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았지만, 쿠바는 설탕이라는 단일 수출품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그 대가로 쿠바는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원유를 공급받았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쿠바는 산업을 다각화하지 못했고, 생산성이 낮은 단일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가 모든 생산 수단을 소유한 구조 속에서 식량 자급자족마저 어려웠다.
주요 석유 공급국이 사라지면서 쿠바는 국내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62년간 이어진 미국의 금수 조치로 쿠바는 약 1,300억 달러(1,000억 파운드)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으며, 기본적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후반기에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한 차례 전환점을 맞았다. 2014년 양국은 외교 관계를 재개했고,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송금에 대한 제한도 완화되었다.
2016년 버락 오바마는 1928년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이후 최초로 쿠바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출처: 현지 보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로 인해 쿠바에서는 민간 부문 활동이 활발해졌고, 쿠바 정부는 경제 구조조정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앙 계획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줄이지 않아 개혁 속도가 너무 느려 실질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1년 임기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광, 송금, 에너지 공급을 겨냥한 무역 제한을 다시 부과하고, 쿠바를 "테러 지원국" 목록에 추가했다. 이 조치로 물자 부족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팬데믹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물류 병목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중단되고 운송 비용이 상승했다. 관광업에 의존하던 쿠바는 외화 보유고가 심각하게 고갈되었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23년 수출입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0억 달러 부족하며, 쿠바의 경제 생산량은 2025년 이후가 되어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50만 명의 쿠바인, 대부분이 젊은이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수천 명은 브라질, 러시아, 우루과이로 이주하며 역사적인 대이주가 이어졌다.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쿠바 정부는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쿠바의 현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은 최근 정전 사태에 대해 "우리는 국민의 평온을 방해하는 행위와 파괴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 혁명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디아스카넬은 2023년 4월 두 번째 임기에서 재선되었지만, 쿠바 경제의 취약성은 그의 정부에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그의 정권은 쿠바의 힘과 권력 장악에 대한 정당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긴장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가 러시아와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구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제재를 완화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이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다.
[출처] Cuba’s power grid collapse reveals the depth of the country’s economic crisi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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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포산스(Nicholas Pousans)는 에섹스 대학교(University of Essex) 경영학 교수 겸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연구 센터 공동 책임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