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미국과 유럽의 농업 제국주의, 우크라이나의 역할

[편집자 주] 마이클 허드슨의 이번 칼럼은, 세계 곡물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놓고 다투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농업 제국주의'를 다룬다. 미국과 유럽의 이 오랜 다툼에서, 최근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협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미 서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산업농업을 장악한 현실을 짚는다.

출처: ADVFN 화면 캡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두 가지 주요 원자재, 석유와 곡물에 대한 통제를 국제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 경제가 탈산업화되면서 석유와 곡물은 미국 국제 수지의 주축이자, 무기와 함께 수출 흑자의 주요 범주였다.

정치적으로, 이는 모든 국가에 대한 경제의 기본 요구 사항이다. 미국 외교 정책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산 곡물에 의존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1950년대에는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주의 혁명에 반대하는 미국이 중국에 곡물 금수 조치를 취하려 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제재를 위반하여 수십 년 동안 선의를 베풀었다.

미국은 곡물 자급자족을 달성하려는 타국의 시도에 반대함으로써 미국 농부들에 대한 곡물 의존도를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가장 악명 높은 것은 세계은행이 처음부터 남반구, 3세계 국가들의 식량 곡물 생산을 위한 농업 대출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대출은 미국의 농장 생산과 경쟁하지 않는 열대 작물을 장려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천연 구아노(guano) 비료 공급국인 칠레와 같은 국가들은, 구리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곡물을 미국에서 구입하는 데 낭비했다.

1958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공동시장/유럽경제공동체(EEC)가 출범하자마자, 공동농업정책은 EEC와 미국 간의 주요 외교 갈등의 영역이 되었다. 이것이 미국 외교관들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라이벌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은 미국의 강력한 농업 보호주의를 무역 협정에 반영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농업조정법, 가격 지원(parity pricing)과 농업 확대를 위한 여러 정부 지원 정책 덕분에 미국의 농업 생산성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지속적으로 향상했다.

유럽의 공동농업정책(CAP)이 프랑스, 독일 및 기타 회원국의 무역 수지에 기여하는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익을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EC의 입장에서 CAP1960년대와 1970년대의 가장 주요하고 성공적인 경제적 성과였다. 유럽은 주요 곡물 수출국이 되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외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러한 성공으로 농업은 EEC가 유럽공동체(EC)로 확장되면서 프랑스와 독일 외교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이 두 주요 농업 생산국은 자신들의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EU 회원국들이 자국의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보조금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U 내에서 계속되는 정치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옥하고 생산성이 높은 토양으로 유명한, 곡물, 해바라기 씨 및 기타 농산물의 글로벌 수출국이다. 다시 한 번 미국의 외교적 이해관계는 EU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미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농지를 광범위하게 사들여 폴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안드레이 두다(Andrej Duda) 대통령은 국영 라디오 및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실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서유럽과 미국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산업 농업에 특히 주목하고 싶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토지 소유자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기업이 아니다. 이는 역설적인 상황인데, 농민들은 폴란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고 [...]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이 농민들의 삶을 극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폴란드와 다른 유럽 농업 생산자들에 대한 저가 우크라이나 곡물의 위협은 두 가지 문제로 인해 더욱 심화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곡물 판매를 위한 주요 대안으로 서쪽으로의 철도 운송을 선택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인 블랙록(BlackRock)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협력, 나토(NATO)가 지원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외화 조달을 돕기 위해 산업 규모의 우크라이나 농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투자를 조직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로비활동은 유럽연합 곡물 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동참했다. 폴란드 농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산 곡물 수입이 자국 곡물 판매 가격을 낮추지 못하도록 막으려 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다른 EU 농가에 대한 가격 지원이 없다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농장의 경쟁 위협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로써, 반세기 이상 농업 분야의 이해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갈등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우크라이나 농업 경쟁에 대한 EU의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농업 무역의 영역에서 볼 때 유럽의 번영을 저해하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의 파괴와 같은 일이 될 것이다.

1958년 이후 EEC의 공동농업정책(CAP)에 반대했던 미국 농업의 이해관계는, 오늘날 유럽연합의 농업 생산자들에 맞선 미국의 투자 이익으로 이어진다.

[출처] Agricultural Imperialism in the EU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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