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돌려받자”

– 저커버그, SNS의 신화인가 희대의 사기꾼인가

정은희 기자

 

오늘도 어김없이 이상하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진보 언론사의 편집장인 “B 씨가 삼성전자 광고를 좋아합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최근까지 삼성 반도체 산재 노동자 노숙 농성 기사를 낸 B가 삼성전자 광고를 좋아한다니.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K가 전원주택 광고를 좋아한다는 문구도 있다. 작년에 당첨된 임대 주택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굴었는데 이젠 전원주택을 찾아보나?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K, 전원주택 좋아해?”라고 묻자 그는 “아니”라고 답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페이스북은 “이 광고가 표시되는 이유는 광고주가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광고가 도달하도록 타겟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페이스북이 광고를 위해 이용자 성향을 분석하고 이 광고물을 게재했다는 것인데 그래도 되나?

게시물 20개마다 세 번씩 나오는 광고. 스팸 처리해도 추천 게시물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는 광고들, 페이스북이 마음대로 게재하는 ‘알 수도 있는 사람’의 얼굴들…. 자꾸 광고들이 시선을 방해하지만 그래도 기자는 페이스북 친구들의 안부와 소식이 궁금해 오늘도 페이스북을 연다.

우리는 SNS를 통해 정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여기서 정보를 취득하고 사람들과 교통하며 매일같이 ‘좋아요’를 누른다. 이름하여 사회적 네트워크. 그러나 광고는 계속 따라붙고 누군가는 이로 떼돈을 번다. 때로는 이용자 정보를 왜곡까지 하면서 말이다. 바로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같은 정보 사회의 CEO. 그러나 그의 신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좀처럼 드물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이용자가 채우는데, 그 광고 수익은 대부분 저커버그가 가져간다. 좀 이상하다. 그래서 우리는 묻기로 했다. 정보 사회의 CEO, 저커버그는 과연 무슨 수로 떼돈을 버느냐고.

페이스북은 잭팟이다

우선 페이스북이 얼마만큼의 돈을 버는지 살펴봤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에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 증가한 58억 4000만 달러(약 7조 255억 원) 매출을 냈다. 이 중 광고 매출 규모는 56억 달러로 매출액의 거의 대부분이 광고 매출이다. 순이익은 15억 6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전년에 대비해 124% 늘었다.

페이스북의 수익 규모는 현대차와 비교하면 이들이 얼마나 쉽게 돈을 벌어들이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업체(기아자동차 포함)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4조 원 수준으로 페이스북의 3배를 크게 웃돌았지만 현대차 순이익은 매출액의 6.1% 수준인 1조 6600억 원으로 페이스북에 비하면 2400억 원이나 적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2013년 이래로 3배가 뛰었다. 이 정도면 페이스북 주주들에게 페이스북은 잭팟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그래서 저커버그는 재산 60조 원으로 31세에 세계 4위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이러한 페이스북은 매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 해 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한 연구팀이 페이스북도 마이스페이스(My Space)처럼 향후 3년 안에 이용자 80%를 잃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로선 연구팀만 민망해졌다.

15억 명이 사용, 그러나 이윤과 지배 구조는 독점

통계 포털 사이트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과 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고 지인의 소식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페이스북의 가치는 자연스럽게도 SNS, 즉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데 있다. 하지만 매출이나 운영 면에선 그 근거를 찾기 힘들다.

우선 페이스북의 엄청난 이윤은 저커버그를 포함한 주요 주주가 탈탈 털어 간다. 물론 이 주요 주주는 금융 자본의 대표 주자, 거대 투기 자본이다. 2000조 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뮤츄얼펀드(회사형 투자 신탁) 자산 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리미티드(FIL), 미국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뱅가드 그룹 등 투기 자본이 바로 그들이다.

페이스북은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월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4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24억 파운드(약 4조 1천억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수익의 3.58%에 해당하는 8600만 파운드(약 1471억 원)만 냈다. 페이스북은 미국과 캐나다 외에는 페이스북 아일랜드 자회사를 각국에 등록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탈세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구글과 애플 등 국외에 서버를 둔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어서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법인세를 냈는지 안 냈는지도 알 수 없다. 2014년 <전자신문>은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코리아의 2013년 광고 매출은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 데이터의 <기업 신용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페이스북코리아의 동년도 매출 총액은 33억 2000만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3700만 원을 낸 것으로 돼 있다. 업계 분석대로 광고 매출이 1000억 원이라면 법인세 비중은 고작 0.037%에 불과하다.

이러한 페이스북은 점점 더 많은 SNS와 정보 기술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주고 샀으며 2014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 App)’을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매입했다. 이렇게 페이스북이 지난 10년간 인수한 크고 작은 회사의 수는 모두 8개국의 56개사에 달한다. 그리고 일찌감치 가상 현실 기기 업체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페이스북은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가상 현실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페이스북 독점 문제를 이야기하자

이렇게 페이스북은 막대한 이용자와 수익을 내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모래사장 위 모래 한 알 정도의 소수만이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미국 종합 경제지 《포춘(Fortune)》 6월 11일자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소유한 ‘B 등급’ 주식은 1주당 10배의 권한이 부여돼 주주 권한의 55%를 통제하며 다른 B 주식까지 포함하면 74%가 소수 대주주 몫이다(미국에서는 1주 1표인 A 주식과 1주가 10표를 갖는 B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2013년 4월에는 로비 단체 프워드닷어스(Fwd.us)를 만들어 다방면의 공공 정책에도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페이스북 창립 초기부터 터져 나왔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얼굴을 인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쿠키를 이용해 이용자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하며 기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스폰서 스토리와 같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광고 기법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논란을 낳아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에서는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 유저의 인터넷 사용 정보를 추적하는 한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활동을 지원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세계 15억 명이 이용하고 매출은 한 해에 100% 이상 늘어나는 한편 그 수익의 과반수는 북미 지역(미국과 캐나다) 외에서 나오는 페이스북에 대해 소수만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을 이용자들은 과연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하지만 이제까지 페이스북에 대한 논의는 주로 광고 마케팅이나 프라이버스 문제에 집중돼 왔다. 그렇다면 지금이 페이스북의 이윤과 소유 독점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해야 할 때가 아닐까?

 


 

21세기 ‘무명’, 페이스북코리아

사회적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한 기업의 엄청난 이윤 그리고 형편없이 낮은 세금. 참 이상하지 않은가? 《워커스》는 이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코리아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국내 유한회사로 등록돼 매출과 세금 등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 공시를 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의 국내 매출과 세금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애플 한국 법인이 2012년 의도적으로 유한 회사로 변경했듯 페이스북 또한 계획된 조치였을 것이다. 한편 국세청은 페이스북코리아의 납세 정보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 신용 분석 보고서’에 기재된 페이스북코리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영어로 잘못된 번호라는 안내만 흘러나왔다.

결국 기자는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무명’의 직원은 약속을 잡고 와야 한다며 거절했다. 기자는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직원은 회사 방침상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는 연락을 부탁한 뒤 걸음을 돌렸지만 결국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선 1000만이 넘는 이용자를 활용해 영업하는 페이스북의 정보는 언론이나 정부 그리고 국회까지 차단돼 있다.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샅샅이 긁어 가는 페이스북에 견주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 기업에 관한 한 페이스북처럼 비밀리에 운영되는 것은 일반적이다. 국회에서도 뒤늦게 2014년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논의만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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