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
 |
▲ 지난해 12월 일본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
한다 안 한다 말도 많던 한-일정상회담이 결국 20일 날 열리기로 결정된 이후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독도 문제,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등으로 양국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일본 측의 요구로 지난 3월부터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25일 “가까운 시일 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밝혔고 노무현 대통령은 “상반기로 예정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굳이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본 외무성의 야치 사무차관이 한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 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고 있어 일본이 미국에서 받은 정보를 한국에 주는 것은 문제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상황은 급랭됐다.
일본의 견제구에 다시 대미 굴종 자세로 돌아선 한국 정부
한국 정부는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공고하다”며 발끈하고 나섰고 일본 대사 소환, 청와대 대변인의 강력한 유감 표명 등으로 대응하며 한-일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뉘앙스를 담은 발언을 연달아 내놓았다.
야치 발언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미국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야치 발언이 공개된지 약 일주일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본의 군비를 합법화, 강화하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준비한 것"이라며 "동북아 정세 전체를 살피며 향후 방향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직접 밝혔다.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을 때만 해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일본 측의 야치 발언이라는 견제구에 즉각 반응을 내놓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윤태영 청와대 1부속실장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통령은 철저하게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 균형자를 강조하고 있다"고 거들고 나서기도 했다. 또한 그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동북아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라고 쐐기를 박아 한국 정부는 완전히 대미 저자세로 돌아섰다.
6.15 행사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관계는 이상 없다’는 신용장을 받아 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비상사태 시 북한에 대한 미군의 직접 통제까지 담고 있는 작계 5029, 주한 미군의 전략기동군화 등 동북아 긴장을 격화 시킬 수 있는 미국 측의 계획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사즉생의 자세로 임하라”, 단 미국 말고 일본 한테만
이 와중에 나카야마 일본 문부상이 지난 11일, “당초 없었던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교과서에 나와 있었으며 원래부터 없던 표현이 교과서로부터 없어진 것은 잘된 일이라고 평가한다"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당연히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3부 요인및 여야 인사를 초청해 오찬하는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외에 대일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할 때는 탄력성과 유연성도 필요하지만, 협상을 깨뜨릴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지만 이 발언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허탈함을 더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실무협상팀에게 “죽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사즉생의 단호한 심리와 자세로 협상을 벌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참석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독도 영유권 문제, 연이은 망언,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등 한국 정부 입장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고 미국과 일본의 현실적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전형적인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기'식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독도 문제에 대한 강경대응 등으로 40% 이상까지 치솟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급락하자 다시 대일 강경 대응 카드로 국면을 타개하려는 노림수가 아닌가 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