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럽우주국(ESA)
현재 1만 개 이상의 위성이 시속 약 27,000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인공위성들은 GPS, 기상 예보, 실시간 TV 방송 등을 가능하게 하며, 현대 사회의 핵심 기술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는 점점 더 혼잡해지고 있다. 1950년대 후반 우주 시대가 시작된 이후, 인간은 지구 상공을 온갖 잔해로 채워 왔다. 기능을 잃은 위성, 오래된 로켓 조각, 기타 부유물들은 수천만 개에 이르며,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작은 파편 하나라도 우주선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현재도 위성 운영자들은 이 거대한 장애물 지대를 피해 다니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매년 수천 개의 새로운 위성이 발사되기 때문만이 아니다.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수축시키면서 우주 쓰레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세기말까지 궤도에서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위성의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00만 개로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위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궤도에서는 14만 8,000개만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생각보다 적은 숫자다. 미국 회계감사국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하늘에 추가될 위성만 6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의 경우, 스타링크(Starlink) 위성 4만 2,000개를 발사할 계획이다.
"현재 우주 환경은 이미 매우 혼잡하다. 위성들은 끊임없이 장애물을 피하며 조정해야 한다." MIT 항공우주학과 박사 과정 연구원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윌리엄 파커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들은 충돌을 피하려고 무려 5만 번이나 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우리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는 한, 우주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동안 온실가스가 상층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무지권(ignorosphere)’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이산화탄소가 역설적으로 상층 대기를 냉각시키고 수축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치 차가운 곳에 방치된 풍선처럼 대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 밀도가 낮아지면서 우주 쓰레기가 자연적으로 궤도를 벗어나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는 과정이 느려지고 있다. 지구의 대기는 카르만 라인이라 불리는 약 100km 상공을 기준으로 점차 희박해지며, 이곳을 도는 물체들은 미세한 대기 저항을 받아 점차 궤도를 낮추다가 결국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불타 없어진다.
장시간 노출로 촬영한 사진에는 30분 동안 밤하늘의 한 구역을 지나가는 위성들의 수가 나타나 있다. 출처: Alan Dyer/VWPics/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Aerospace Corporation)에 따르면, 가장 낮은 궤도를 도는 파편들은 수개월 내에 대기로 끌려 내려오지만, 대부분의 위성이 위치한 저궤도(LEO, Low Earth Orbit, 200~2,000km)에서는 이 과정이 수백 년에서 수천 년까지 걸릴 수 있다. 더 높은 궤도는 ‘우주 묘지(graveyard orbit)’로 불리며, 이곳에 남겨진 물체들은 수백만 년 동안 우주를 떠돌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대기가 우주 쓰레기를 정리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대기가 수축하고 냉각될수록 이 기능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파커는 이렇게 경고했다. "대기가 없다면, 쓰레기는 영원히 그곳에 남아 있게 된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할 경우, 대기 밀도가 줄어들어 우주 쓰레기 사이에서 위성이 안전하게 운영될 공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위성들은 더 낮은 궤도로 밀려나야 하며, 생존 가능한 위성 수가 절반으로 감소할 수 있다. 저궤도에서도 400~1,000km 범위에서는 최대 14만 8,000개 정도만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으며, 이보다 많아질 경우 충돌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위성 하나가 충돌하면 파편이 발생하고, 이 파편이 또 다른 위성을 파괴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천문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결국 모든 위성이 서로 부딪히며 파괴되고, 더 많은 파편을 만들어 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연쇄 충돌 현상은 ‘케슬러 신드롬’으로 불리며, 결국 지구 궤도가 너무 많은 파편으로 가득 차 새로운 위성을 발사하거나 기존 위성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이 이 시나리오를 더욱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맥도웰은 덧붙였다. "우리는 점진적으로 스스로 만든 쓰레기에 질식하게 될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우주 탐사가 시작된 이후 최소 650건의 파괴, 폭발, 충돌 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양의 잔해가 우주로 흩어졌다. 미군 우주군 같은 감시 네트워크는 현재 차 한 대 크기만 한 것을 포함해 약 4만 개의 우주 파편을 추적하고 있으며, 10cm 미만의 작은 물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억 3천만 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맥도웰은 이를 비유적으로 "우주에 쓰레기 수거차를 보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022년, 중국의 한 위성이 고장 난 위성을 속도를 맞추어 포획한 뒤 우주 묘지 궤도로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 일본 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은 폐기된 로켓을 자석으로 포획할 수 있는 거리인 15m 이내로 접근한 뒤 다시 물러나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 문제는 결국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질 환경적 문제다." 맥도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수용 가능한 한계를 초과하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출처] Earth's orbit is filling up with junk. Greenhouse gases are making the problem worse. | Grist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사치 키타지마 멀키(Sachi Kitajima Mulkey)는 그리스트(Grist)의 기후 뉴스 펠로우로 활동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