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한낮 서울에서만 10만 명의 노동자∙시민들이 일상을 멈추고 거리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27일 전국 15개 거점에서 총파업 투쟁을 벌였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같은 날 전국 17개 지역에서 전국시민총파업을 진행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지연에 분노한 노동자∙시민들은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라면서 "노동자∙시민총파업으로 윤석열을 끝장내자", "윤석열을 파면하고 차별 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함께 외쳤다.
3월 27일 전국시민총파업 광화문 집회 현장. 참세상
"노동자가 멈춰야 윤 끌어내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0일 "26일까지 헌법재판소가 파면선고 일정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3월 27일 총파업을 벌일 것을 선언한다"며 "비상계엄 철폐를 위해 총파업에 나섰던 민주노총은 오늘 헌법재판소의 직무 유기와 내란 세력의 준동을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만이 아니라 내란수괴의 즉각적인 파면과 민주 회복을 바라는 각계각층 시민이 함께하는 투쟁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헌재가 파면선고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자, 민주노총은 예고한 대로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총파업 총력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전국 15곳에서 10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수도권에서는 3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서울역과 세종호텔 고공농성장, 한화오션 고공농성장 옆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행진을 시작해 광화문으로 모였다.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은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대회 발언에서 "한국지엠지부는 오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투쟁 지침에 따라 전/후반조 2시간 파업을 힘차게 결의하고 이곳 광장으로 나왔다"면서 "헌재는 누가 봐도 자명한 친위쿠데타를 두고 선고 기일을 잡지 않으면서 이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계속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며칠 전 발생한 산불은 잡힐 줄 모른 채 안타까운 피해와 희생자만 늘고 있다"고 짚었다. 안 지부장은 또한 "국민이 생중계로 국헌 문란을 목격했음에도 내란 수괴 하나 가두지 못하는 공권력이 애먼 노동자만 때려잡는다"며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내란 잔당이 발붙일 수 없는 온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했다.
자신을 서울에 사는 사무직 노동자라고 밝힌 30대 유모 씨는 참세상에 "노동자가 멈춰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을 다시 떠올리면서 오늘 파업에 참여했다"면서 "모두가 너무 지치고 힘든 상황이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야만 윤석열을 끌어 내리고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하루 파업에 그치지 않고 계속 함께 싸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평등 시민의 투쟁이 세상을 바꿔낼 것"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시민들도 일상을 멈추고 함께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전국 17개 지역에서 전국시민총파업을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신촌역과 혜화역, 서울역에서 시민총파업 대행진을 시작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광화문에 자리했다. 비상행동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노동자∙시민들이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총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3.27 평등시민 총파업 현상 영상. 참세상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도 이날 오후 3시 '평등 시민 총파업 - 내란의 오늘을 멈추고, 평등한 내일을 열자!' 사전 집회를 서울 시청역에서 개최하고 광화문으로 행진해 전국시민총파업에 함께했다.
평등 시민 총파업 참여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는 붕괴하기 직전이다. 윤석열의 파면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윤석열은 우리 사회의 모든 원칙을 무너뜨리고 시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짓밟으려 한 내란수괴임이 명백하다. 증거와 증언은 이미 차고 넘친다. 내란수괴 하나를 이토록 오랫동안 쫓아내지 못하는 현실에 분개하며, 윤석열 파면과 평등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오늘 하루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선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또한 "다시 혐오와 증오가 우리 공동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그 혐오와 증오에 기생해 민주주의를 농단하는 부패권력이 탄생할 수 없도록 ‘평등 시민’의 투쟁이 세상을 바꿔낼 것"이라며 "평등 시민의 총파업으로 답답한 시국을 돌파하자. 고장 난 민주주의를 멈추고,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자. 내란을 종식하고 평등사회를 건설하자. 윤석열 파면은 그 시작이다. 더 이상의 후퇴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생업과 삶을 포기하고서라도 끝까지 윤 파면을"
이날 전국시민총파업에는 여러 대학의 학생들도 동맹 휴강을 하고 참여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300여 명의 학생들이 동맹 휴강을 하고 신촌역에서 시작한 시민총파업 대행진부터 광화문 본 집회까지 함께했다.
동맹 휴강을 하고 전국시민총파업에 참여한 이화여대 학생들. 참세상
반지민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참세상에 "(총파업을 앞두고) 학교 안에서 동맹 휴강 TF가 만들어지고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한 활동들에 학우들도 공감을 많이 했고, 단과대 학생회들도 다수가 참여하여 오늘 집회에 많은 학생들이 동맹 휴강을 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헌재의 파면 선고가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답답한 심정을 학우분들과 같이 이겨내고, 끝까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만들어내자는 마음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반지민 총학생회장은 "민주노총 분들이나 시민분들, 우리들 모두가 정말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했는데도, (헌재 등이) 눈도 깜짝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우리의 생업과 삶을 포기하고서라도 파면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으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단순히 윤석열 한 명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 대개혁까지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대학생들의 역할을 같이 찾아가면서 노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민주주의 배신한 헌재, 이제 우리의 힘으로 윤 파면 강제하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전국시민총파업 본 집회 발언에서 "헌법재판소를 믿었던 우리를 반성한다. 그래도 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었던 헌법재판소는 다른 법원과 검찰과 경찰과 정부 기관과 다를 것이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오늘부로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를 배신했다. 주권자 국민들을 배신했다. 이제 우리의 힘으로 이제 노동자 시민들의 총파업으로 윤석열 파면을 강제하자"고 이야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또한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 윤석열을 파면시켜야 진정한 봄이다. 조금의 긴장도 조금의 느슨함도 경계하자. 그래서 더 강하게 더 힘차게 싸워서 반드시 종지부를 찍자"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노총은 28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위한 투쟁 계획을 논의한다. 오는 4월 3일에는 광화문에서 비상임시대의원대회와 확대간부결의대회를 진행하고, 10일에는 2차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4월로 넘어간 가운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노동자∙시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기울이며 계속 광장을 넓히고 있다.
비상행동은 매 평일 저녁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총궐기를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오후 5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등 9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범시민 대행진에 앞서 오후 2시 서울 종로 보신각 터에서 "윤석열들 없는 나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를 위해 '가자! 평등으로, 3.29 민중의 행진'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