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법, 정의": 3월 19일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 체포에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출처: D. 카날레스 카르바할(D. Canales Carvajal) / 알라미 라이브 뉴스(Alamy Live News)
튀르키예는 현재 혼란 속에 있다. 야권의 대표 인물이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의 잠재적 대항마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Ekrem İmamoğlu) 이스탄불 시장이 3월 19일 부패 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체포에 항의해 시위에 나선 사람들 중 1,000명 이상이 구금되었고,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마모을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후 공화인민당(CHP)으로부터 2028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을 받았다.
이 부패 혐의의 핵심은 튀르키예에서 ‘나일론 파투라즐륵(naylon faturacılık)’이라 불리는 관행이다. 이는 문자 그대로 ‘나일론 세금계산서 발행’이라는 뜻으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단순한 회계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거래를 조작하거나 지출을 부풀리거나 수혜자를 감추기 위한 고의적 조작이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이 관행은 튀르키예 전역에 만연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튀르키예의 비공식 경제의 일부로 간주한다.
튀르키예의 비공식 경제는 노점상, 비공식 재활용업체부터 등록된 기업들이 연루된 복잡한 탈세 구조까지 매우 다양하다. 나일론 파투라즐륵은 부패가 제도 밖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 내부에서 활개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관행은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일부 합법 기업들이 법적 틀을 조작해 겉으로는 준법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방식도 드러낸다. 2024년 9월, 튀르키예 재무부는 약 4,500건의 대형 납세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억 리라(약 610억 원) 규모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적발했다.
지난 4년간, 나는 튀르키예 전역의 사업주, 노동자, 창업가 6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비공식 소규모 사업부터 공식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까지 다양했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주제가 바로 나일론 파투라즐륵이었다.
사람들은 이 관행을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일’로 묘사했다. 법 집행이 불완전하고 제도가 취약한 경제 구조 속에서 이 관행은 지난 10년간 일상화되었다.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묵인되고 있다.
튀르키예 법상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3년에서 8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인터뷰이들, 특히 비공식 경제 안팎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이 행위를 사업상 불가피한 방법으로 여겼다. 그들은 이것이 급등하는 비용, 복잡한 관료제, 공식 시스템의 페널티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CHP의 외즈귀르 외젤(Özgür Özel)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은 이마모을루의 체포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며,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외젤은 이번 사건을 튀르키예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마모을루와 함께 체포된 인물 대부분이, 이마모을루가 관할한 이스탄불 대도시 자치단체(İBB)로부터 공공계약을 따낸 기업들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들 중에는 실제로 조달 과정이나 공공입찰에 관여하지 않은 학생이나 친척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혐의는 이들 기업들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이다. 즉, 실제 수행되지 않은 업무나 과장되거나 중복된 서비스에 대해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젤은 정부가 지금까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혐의는 ‘기슬리 타니크(gizli tanık, 비공개 증인)’의 진술이나 모호한 연루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비공개 증인은 İBB와 중앙정부 양측 모두와 일해온 한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회사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에르도안 대통령 직속의 커뮤니케이션국 캠페인에도 참여했었다. 같은 행위, 같은 개인이나 회사가 어떤 정권 하에서는 합법으로 인정되고, 다른 정권 하에서는 범죄로 간주된다면, 법과 정치 사이의 경계는 극도로 위태로워진다.
튀르키예에서는 야권 시장들이 부패 혐의에 신속히 법적 제재를 받는 반면,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당) 소속이었던 전 앙카라 시장 멜리흐 괵첵(Melih Gökçek)이 관련된 공공 손실 460억 리라 규모의 중대한 부패 의혹은 지금까지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괵첵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가 2017년까지 앙카라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접수된 부당 행위 관련 고발은 총 97건에 달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평가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선택적인 사법 정의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누구에게는 법이, 누구에게는 예외가
이 사건은 단순히 가짜 세금계산서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이 불균형하게 집행되고, 회색지대가 넘쳐나며, 비공식성이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을 드러낸다. 나일론 파투라즐륵 같은 관행은 어떤 정치적 순간엔 묵인되다가, 또 다른 순간에는 범죄로 돌변한다. 어떤 회사는 정부와의 관계가 좋을 땐 합법적으로 운영되다가, 관계가 틀어지면 곧바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오늘날 튀르키예에서는 어떤 행위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보다, 그 행위에 누가 연루되어 있고, 그 사람이 누구의 권력을 위협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식, 비공식, 불법의 경계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나일론 파투라즐륵 문제는 단순한 변칙이 아니라, 권력, 정당성, 부패가 일상에서 맞닿는 지점을 드러낸다.
갈수록 심화되는 분열과 제도 신뢰의 붕괴 속에서, 튀르키예 국민들은 부패에 대한 처벌이 행위 그 자체보다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느끼고 있다. 오늘날 튀르키예의 민주주의와 사법제도는 단순히 부패가 아니라, 부패를 어떻게 선택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하느냐에 의해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법의 공정한 집행을 보장하는 일이다.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인 “하크, 후쿠크, 아달렛(hak, hukuk, adalet, 권리, 법, 정의)”은 단순한 요구를 넘는 경고를 담고 있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정의는 지속되어야 한다.
지금 튀르키예 국민들은 에르도안 정부에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권력의 저울추가 바뀌는 날, 오늘 권좌에 있는 이들 역시 자신들이 지금 훼손하고 있는 바로 그 공정하고 독립적인 사법체계를 필요로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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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린 젠기즈(Tulin Dzhengiz)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지속가능성 분야 수석 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