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3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배달 라이더 등 운수노동자들은 "서울시는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서 "도로가 일상이고 일터"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서울시의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즉각 공개하라고 나섰다.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공개 요구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서울와치, 정보공개센터는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즉각 공개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를 운행하던 박모 씨(34)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낮에는 광고업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부업으로 배달 노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사고 당시 9호선 연장공사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탈출했으나, 도로 위에서 배달노동을 하던 라이더는 도로의 위험을 전혀 알 수 없어 일하다 위험을 인지하면 피할 수 있는 권리인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짚었다.
박정훈 위원장은 또한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 지역을 예측한 지도인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에서 사고 지역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로 인해 특별점검 대상에 포함된 곳으로 침하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표시되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 지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집주인의 땅값을 지키기 위해 묻어야 할 비밀문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고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지하철공사로 인한 지반침하 또는 상수도관 파열이 원인이라는 것으로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만일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라이더 노동자가 배달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 택시, 화물, 택배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안전하게 이동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도로의 안전을 확보해 주시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박남선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도 "이번 사고와 같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싱크홀 사고의 경우 국가배상법상의 영조물 책임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로 규율하여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모든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관련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반복되는 씽크홀, 운전자는 두렵다". 공공운수노조
김예찬 정보공개센터와 서울와치 활동가는 "사고 전부터 바닥 균열 등 이상 징후가 있었고 여러 민원과 전문가 경고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지반침하 안전지도'에 따라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런 정보가 미리 공개되었다면 지역 주민들은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공사와 안전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을 것이고, 지난 24일의 안타까운 사고 역시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김예찬 활동가는 이어서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비공개 이유로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와 '시민들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언급했고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3조를 들어 마치 지도의 공개하지 않을 근거가 있는 것처럼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는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서울시가 비공개 근거라고 설명한 내용들은 오히려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해야 할 근거가 된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고, 서울와치와 함께 "여러 차례 위험인지 신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안전대책을 취하지 않아 노동자 시민을 죽음으로 내몬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감사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