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적 여론을 확산하는 언론"과 이를 방기하는 "무기력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3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무기력한 인권위와 혐오적 언론을 넘어, 트랜스젠더의 자리가 있는 나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트랜스젠더 혐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진정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각하 결정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에게 혐오적인 언론지형 규탄한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기간 중 "트랜스젠더 혐오적 여론을 확산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제보를 받아 37개 언론사의 58건 기사를 취합했다. 노동당은 해당 보도들이 "파리 올림픽 개막식 중 드랙쇼 등 성소수자 문화와 관련해서 '종교 비하', '과도한 PC' 등 원색적인 표현"들을 사용해 "성소수자 문화 자체를 방종하고 저급한 것 취급하고", "복싱 종목의 이마네 칼리프 알제리 국가대표 선수와 린위팅 대만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일방의 주장만으로 '성별 논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보도함으로써 트랜스젠더 혐오를 부추겼다"고 보았다. 노동당은 이러한 보도들이 "사실관계 확인 등 (언론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책임조차 방기한 것이며 기자들 스스로 정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 준칙' 중 '성적 소수자 인권 보장'에도 위배되는 등 반인권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지난해 11월 20일, 당시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위원장인 사루를 진정인으로 하여 37개 언론사의 발행인들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성소수자 차별 혐오적 기사를 게재 철회하고 정정 보도할 것 ▵인권보도 준칙에 따라 보도 시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성소수자 인권 증 진을 위해 각 언론사의 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올해 2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보도의 대상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점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사건 진정을 각하했음을 통지했다고 한다.
"소수자 괴롭히는 혐오언론 규탄한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케이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이러한 기각 사유는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언론의 차별적 보도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과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보도를 확산하였기에 발생하는 구별과 배제, 불리한 대우들은 피해가 아니라는 말인가. 셀 수 있는 특정한 피해자가 아닌 광범위한 당사자 집단 전체가 고통 받고 있는데, 이것이 피해가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케이 운영위원은 또한 "실제로 인권위 진정 중 인용 처리되는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인용이 된다 하여도 인권위의 권고에는 강제성이 없어 피해자들은 이것이 차별이라고 인정받기라도 한 것에 감사하며 가해주체가 차별행위를 시정해 주기를 비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윤석열 정권 동안 특히 안창호 현 인권위원장이 취임한 후로 인권위 규칙들은 소수자에게 불리하도록 개악되었다. 현재는 윤석열의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며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기구로 전락하였다"고도 짚었다.
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장은 "이번 진정을 인권위가 각하한 뒤 언론의 트랜스젠더 혐오 보도들을 다시 보았고, 언론윤리헌장 또한 읽어 보았다"면서 "그 어느 항목도 성소수자에게는 공허한 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앤 위원장은 이어서 "지난 파리 올림픽이 진행되면서 이마네 칼리프 선수를 향한 혐오세력의 공격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지 우리는 보았다. 단순한 미스젠더링을 넘어 젠더 불일치 사실 자체를 흥미로운 기삿거리로만 소비하고 선수의 젠더 정체성 존중도 성소수자의 인권 담론도 모두 헌신짝처럼 버렸다. 심지어는 선수의 신체적 특징을 노골적으로 제목에 실은 기사도 있었다. 이런 기사에 인권이 윤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앤 성소수자위원장은 또한 "성소수자 앞에서 언론의 진실에 대한 추구는 사라졌다. 성소수자 혐오만 투명하게 보도되고 성소수자의 존엄은 무책임하게 방기되었다"면서 "펜이 칼보다 날카롭다는 말은 그 날카로운 펜끝이 위로 향해야 한다는 책임의 표현이다. 펜끝이 아래로 향하는 폭력의 수단은 아니었는지 되물어보아 달라.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인권적 언론 보도를 해 달라. 언론이 그렇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언론인들에게 호소했다.
"인권은 뒷전! 윤석열만 지키는 국가인권위 규탄한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엄연히 공적인 영역인 언론에서의 혐오적 보도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말로 표현 못할 고통을 입고 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혐오적 언론 보도에 피해를 입은 트랜스젠더는 어디를 가야 구제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어서 "인권위 기구 자체의 한계와 더불어 윤석열 정권 내내 인권위는 자기 목적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임명한 위원장과 일부 상임위원들은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고 변희수재단의 설립을 방해하고 있다.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은 무시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권리만을 비호하는 단위로 전락하려는가"라고도 덧붙였다.
참여자들은 또한 "무기력한 인권위 혐오에 편승하는 언론을 넘어 트랜스젠더의 자리가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갈 것이다. 차별행위를 보다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구체적인 피해자 없이도 차별행위 시정이 가능하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쏟을 것이다. 또한 인권위가 방기한 혐오적 언론보도를 막을 책임을 노동당이 대신 이뤄낼 것"이라며 "진정의 대상이 된 각 언론사의 보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에 있어 언론이 기여할 수 있도록 각 언론사들에게 인권보도 준칙 준수와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인권은 뒷전 윤석열만 지키는 국가인권위 규탄한다! ▵소수자 괴롭히는 혐오언론 규탄한다! ▵더는 잃을 수 없다 평등지침 마련하라! ▵나중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함께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