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연준 의장을 조롱하다

그렇다,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아침미국 대통령은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이자 달러 체제의 중심축인 연방준비제도의 의장 제롬 파월을 조롱하며 하루를 시작했다그리고 그렇다그는 파월의 해임을 가능한 한 조속히 요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이 7번째로 금리를 인하할 예정인데연준(Fed)의 항상 너무 늦고 틀린’ 제롬 파월은 어제 또 다른전형적인완전한 엉망진창’ 보고서를 발표했다유가는 하락했고식료품 가격(달걀조차도!)도 하락했으며미국은 관세로 인해 부유해지고 있다. ‘너무 늦은 자는 이미 오래전에, ECB처럼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하지만 그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금리를 낮춰야 한다파월의 해임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주말에 올린 글에서 내가 경고했던 것이 바로 이것인가금융시장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노골적인 정치 전쟁으로의 미끄러짐 — 달러 체제의 기반이 붕괴되는 ‘4단계’?

금융 시장정치의 무대가 될 것인가

지금까지는 통상 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친 파급 효과가 강력했지만간접적이었다관세의 중기적 효과는 실제 경제에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통화정책은 통상 정책보다 훨씬 민감한 영역이다만약 트럼프가 파월과의 충돌을 격화시키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조기 해임을 추진한다면금융시장즉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영역에서 즉각적인 충격이 나타날 수 있는 전면 충돌을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것일까?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아침 현재이번 충돌이 아무리 노골적으로 보일지라도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의 파월에 대한 행동은 모욕적이며 기이하다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 중 재닛 옐런을 대신해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지만, 2018년과 2019년부터 이미 관계는 매우 날카로워졌다그런 점에서이번 아침의 모욕적 언사는 충격적인 새로움이라기보다는 익숙한 학대적 패턴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이번 트럼프–파월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금융적 배경은주말에 우리가 염두에 두었던 시나리오와는 매우 다르다.

지난주 미국 국채 시장에서의 변동성 이후내가 토요일에 제시한 시나리오는 시장 스트레스가 시장 기능의 붕괴로 이어지며 연준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으로 시작되었다.

1. 시장은 오르내림의 반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질서 있는 방식으로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태로 기능 장애를 보이기 시작하는가?
2. 연준은 개입하는가?
3. 시장과 시장 해설의 정치화 압력이 계속 심화되어달러 체제의 자연스러운 정당성을 더욱 무너뜨리게 되는가?

이번 주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시장은 진정되었고대체로 원활하게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채권 발행정크본드 등과 관련해서는 말할 것이 훨씬 더 많다하이일드(고수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미국 경제에 있어 정말 나쁜 소식이다이에 대해서는 향후 포스트에서 다시 다루겠다하지만 기업 채권은 트럼프–파월 충돌의 핵심이 아니다핵심은 연준의 금리 정책이다.

바로 금융시장이 진정된 덕분에파월은 수요일 인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이자 시카고 부스 교수인 라구람 라잔과의 대담에서 비교적 매파적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그는 트럼프식 관세정책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금리 인하 등 어떤 형태로든 연준이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은 거절했다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인민은행(PBoC)이 취한 조치와 비교할 때이는 자신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끼친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길 원하는 트럼프를 격분하게 만들었다이 때문에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대통령의 이런 좌절감은 즉각적으로 트럼프와 노선을 같이하는 금융 해설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예컨대 <제로헤지>(ZeroHedge)연준이 바이든 행정부에는 훨씬 더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골적일지라도이는 또한 익숙한 경제 포퓰리즘 정치다독립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제도들이 부과하는 제약에 대해 고의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대통령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신경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문제는이것이 전면전으로 격화될 것이냐는 점이다.

트럼프에게 있어금리를 둘러싼 당장의 사안으로 파월과의 대결을 격화시키는 것이 과연 유리한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파월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훨씬 더 중대한 충돌이 태동하고 있다블룸버그(Bloomberg)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통령이 백악관으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보장받던 기관들의 고위 관료들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최근 몇 달 사이 급부상했다행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 연방공무원징계위원회(MSPB)의 고위 인사들을 해임했다.”

미국 행정법에서 기관의 독립성’ 개념은 1935년 연방대법원 판결 험프리 집행인 사건(Humphrey’s Executor)’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판결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FTC 위원을 해임하는 것을 금지했다.

현재의 위협은행정국가 전체에 대한 MAGA 운동의 공격이 연준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운동은 분명히 당파적 성격을 띤다트럼프의 길을 가로막는 자유주의 중도 엘리트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이 있다그러나 단순히 트럼프 진영의 감정적 반발을 넘어서이 독립기관들에 대한 공격은 미국 국가 자체의 역사와 미래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가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던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은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법무부 차관 대행의 서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험프리 판결은 잘못된 결정이며깊이 반()민주적이고폐기되어야 한다나는 동료 위원들에게, FTC의 공식 입장을 대통령의 입장과 일치시키자는 안건을 제안할 것이다.”

보수 진영이 험프리 판결에 반대하는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해당 판결이 행정부 단일 지휘체계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한 보수 성향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근 판례는 험프리 판결이 적용되는 기관은 실질적인 행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행정 기구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더 나아가대법원은 험프리 판결은 뉴딜 시대의 FTC 권한을 잘못 이해하고그 권한을 주로 입법적·사법적 성격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무차관대행의 서한을 인용한다. “따라서 험프리 판결에서 예외로 인정된 원칙은위에 열거된 규제 위원회를 이끄는 주요 고위직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현재의 구성 아래 이들 위원회는 실질적인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다예컨대 구속력 있는 규정을 제정하고, ‘행정 판결에서 일방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Seila Law, 591 U.S. 218-219)” “이러한 종류의 독립 기관은 역사적 근거도 없고미국 헌법 구조상 존재할 자격도 없다.” (ibid., 220, 222 및 주8)

이는 본질적으로 법적 전쟁이며금융 정책에 능통한 법률가들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다이와 관련해 내 동료 레브 메넌드(Lev Menand)만큼 이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인물은 없다그는 최근 팟캐스트 ‘Odd Lots’에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월은 수요일 시카고에서 한 발언에서 FTC(연방거래위원회)와 NLRB(국가노동관계위원회관련 사건들이 연준의 주요 관심사임을 분명히 밝혔다.

파월은 수요일, NLRB와 MSPB(연방공무원징계위원회고위 인사 해임과 관련된 현재 진행 중인 연방대법원 사건을 언급했다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질의응답 중 파월은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에서 한 사건이 진행 중이다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었을지도 모른다지금 많이 회자되는 사건이다나는 그 결정이 연준에 적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우리는 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 문제를 힘의 시험으로 보는 것은 트럼프만이 아니다중도주의 제도주의자들 역시 그렇게 보고 있다트럼프 행정부가 FTC 위원들을 해임했을 때, <블룸버그>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화요일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의 민주당계 위원 두 명인 알바로 베도야(Alvaro Bedoya)와 레베카 켈리 슬로터(Rebecca Kelly Slaughter)를 해임했다이번 해임은 1935년 대법원 판결(험프리 집행인 사건)을 정면으로 겨냥한 가장 직접적인 도전이다해당 판결은의회가 FTC 위원들에게 직무 태만 또는 비위가 없는 한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슬로터는 이번 해임의 파장은 공정거래·소비자보호 기관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롬 파월과 나 사이에는 법적 차이가 없다대통령이 나를 합법적으로 해임할 수 있다면제롬 파월도 합법적으로 해임할 수 있다.”

다시 말해자신들의 사건을 정치적으로 더 중요하게 만들기 위해, FTC에서 해임된 위원들 스스로가 연준을 이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긴장을 완화시키려면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조치들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이에 대해 조 와이젠털(Joe Weisenthal)은 풍자적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파월을 해임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은연방대법원이 민주당계 FTC 위원들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그리고 그 정당성이 연준 의장이나 연준 이사들의 해임까지도 정당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이 법적 쟁점에 대한 더 깊은 해설을 위해나는 엘레나 어스킨(Ellena Erskine)이 스티븐 블라덱(Stephen Vladeck, 조지타운 대학교 로스쿨)을 인터뷰한 ’SCOTUSBlog‘를 추천한다그들의 험프리 집행인 사건에 관한 대화는 결국 연준 문제로 귀결된다.

당신이 앞서 연준을 언급했는데연준은 현재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블라덱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보기엔지금의 대법원조차도 험프리 판결을 쉽게 뒤집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비록 그럴 기회들이 있었음에도말로는 하지 않더라도 널리 공유되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바로 연준의 독립성(그리고 그 어떤 다른 기관이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이 진정으로 중요하다는 믿음이다나는 대법원이 아직까지 험프리 판결을 뒤집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그 독립성이 무너질 경우 우리 경제 체계의 안정성에 또 다른 해를 끼칠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이들 사건은 단지 FTC와 연준만의 문제가 아니다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통신위원회(FCC), 연방공무원징계위원회(MSPB) 등 다수의 다인 위원회 구조를 가진 기관들 전체가 험프리 판결의 영향을 받는다하지만 블라덱은 이렇게 말한다. “이 문제에서 진짜 ‘800파운드짜리 고릴라는 바로 연준이다아마도 연준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는 있겠지만지금까지는 법적으로 왜 연준만 예외로 취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행정국가에 대한 공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민주당은 이에 대한 저항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국가노동관계위원회를 공격하자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즉각 조사 조치에 착수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4월 18일)트럼프의 파월 공격은 민주당 지도부 잔존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척 슈머(Chuck Schumer)는 트위터(X)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나는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한다독립적인 연준은 건강한 경제를 위해 필수적인데트럼프는 그것이 우선순위가 아님을 거듭 증명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은 훨씬 더 단호한 경고를 발표했다.

트럼프가 연준 의장 파월을 해임할 수 있다면시장은 붕괴할 것이다” — 엘리자베스 워런의 경고

우리는 지금 이와 같은 변증법적 구도에 갇혀 있는 듯하다. MAGA 진영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핵심 국가 기관들을 공격하고민주당은 독립적인 국가 기관들을 방어하기 위해 결집한다민주당은 대법원이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라며최악의 경우에는 시장이 궁극적인 심판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출처] Chartbook 376 Trump trolling the Fed chair, whilst legal warfare rages over America's administrative state. Is America nearing stage 4?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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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파월 해임 금리 트럼프 연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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