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공장에도 봄을"... 옵티칼 '희망버스' 오르는 시민들

"우리는 희망버스를 타겠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희망을 품고 버스에 타겠습니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사회에 실현하기 위해 버스에 타겠습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존중받으며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버스에 타겠습니다. 

지난 4개월, 광장을 빛으로 수놓았던 민주주의가 모두의 일터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는 버스에 희망을 싣고 고공농성장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불탄 공장 위에서 해를 넘긴 두 해고노동자의 곁으로 다시 한 번 희망버스가 달린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 옥상에 오른 박정혜·소현숙 두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472일째(23일 기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500일이 되기 전에, 고공에도 봄을" 맞이하자며 마음을 모은다. 오는 26일, 전국 곳곳에서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를 타고 고공농성장을 향한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계획 발표 기자회견. 금속노조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에 오른 해고노동자들은) 하늘 감옥에서 두 번의 혹한을 견디고, 얼음물을 끌어안고 폭염을 이겨내야 했으나 외투기업은 여전히 고용승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매일 마음을 졸이며 고공농성을 지켜보는 우리는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 희망버스를 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희망을 품고 버스에 타겠다,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사회에 실현하기 위해 버스에 타겠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존중받으며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버스에 타겠다, 지난 4개월, 광장을 빛으로 수놓았던 민주주의가 모두의 일터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는 버스에 희망을 싣고 고공농성장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국니토옵티칼과 일본 닛토덴코는 고용승계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기업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으로,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해왔다. 외투기업으로 여러 특혜를 받아온 회사는 2022년 10월 구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급작스레 법인 청산을 통보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한국옵티칼의 '쌍둥이 자회사'라 일컫는 한국니토옵티칼 평탱 공장으로 고용 승계를 요구해왔다. 평택공장 한국니토옵티칼은 구미 공장의 물량을 이관받은 뒤 1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후에도 노동자 87명을 신규채용했지만, 불타버린 구미 공장을 지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한 분투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화 연결을 통해 고공농성 중인 두 해고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현숙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2부장은 "노동자를 버리고  떠나버린  니토덴코와 일본정부는 아직도  불타버린  공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 (니토덴코는) 20년 가까이 엄청난 혜택을  누렸지만 불이 나자  물량만  평택으로  빼돌리고 평택 공장에서  80명이 넘는  사람을  고용하면서도 구미  공장에서  고용승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는  차갑게  외면했다" 면서 "노동자는  기계 부품이  아닌  사람이고, 이렇게  버려지면  안된다"고 힘 주어 말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저희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싸워나가고 있다"면서 "언제나 그 길에 함께해주시고 있는 동지들이 있기에 가능한 투쟁이었고, 우리 의지와 동지들의 연대가 모이면 쓰러지지 않고 싸워나갈 힘이 더 커진다는 걸 투쟁하면서 배웠다"고 환기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또 한 번 동지들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4월 26일 옵티칼로 가는 희망버스에 함께해달라, 저희가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함께해달라"고 이야기했다. 

"500일이 되기 전에, 고공에도 봄이 오게". 금속노조

두 해고노동자의 절실한 외침에 시민사회도 응답했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공동집행위원장은 "(윤석열 퇴진) 광장의 주요한 요구는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사회였고, 자신을 드러내는 광장식 인사는 내가 한 명의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절박한 표현이기도 하다"면서 "노동자가 고공에서 471일을 살아야하는 사회를 사람답게 사는 사회, 존엄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광장에서 지킨 민주주의를 우리 삶과 일상에도 돌려줘야 한다"고 짚었다. 지오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어서 "광장에서 함께 외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이 구호들을 구호로 남겨두지 않겠다"며 "노동이 존엄한 나라를 앞당기기 위해 고공에서 투쟁중인 박정혜, 소현숙 두 동지가 땅을 밟지 못한다면 새로운 민주주의는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평등버스를 탄다. 옵티칼 동지들의 고용승계 쟁취하고 함께 평등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이야기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와 함께, 이번 희망버스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출발하는 '평등버스'를 운영한다. 

'한국옵티칼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에 참여했던 연대 시민 김민지 씨는  "옵티칼 희망뚜벅이는 광장 아닌 곳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고, 거기서 자신의 존엄과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시키는 대로 일하다 죽는 사회의 톱니바퀴가 아닌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들과, 타인의 아픔에서 눈 돌리지 않는 시민, 우리 모두 노동자이며 언젠가는 노동자가 될 시민들을 만났다"고 환기했다. 김민지 씨는 "광장은 닫히지 않았다"며 "옵티칼 희망버스라는 광장에 함께해달라, 버스에 타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이 되어 고공에서 힘겨운 싸움을 오백 일이나 계속하고 있는 두 동지들과 고공에 오른 동지를 지키기 위해 지상에서 오백 일을 싸우고 있는 다섯 동지들의 손을 잡자, 우리가 이번엔 불탄 공장을 광장으로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웹포스터.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

이번 희망버스는 지난 3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여러 시민들과 함께 구미 고공농성장에서부터  350km를 걸어 서울 광화문에서 '희망뚜벅이'를 마무리하면서 제안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87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전국의 노동자·시민들이 김 지도위원의 농성 현장을 찾아 연대하는 과정에서 '희망버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도 지난해 11월 고공농성 300일을 맞이하며 전국에서 1000여 명의 노동자·시민들이 연대버스를 타고 구미 공장을 찾았고, 올해 1월에는 1박2일 희망텐트촌을 펼쳤다.  

오는 26일, 다시 달리는 희망버스는 전국 20여곳에서 30대 가량이 구미를 향할 계획이다. 함께하고 싶은 이들은 웹페이지를 통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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