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주]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러시아 제9대 국가두마(하원·450석)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355석을 차지해 압승했다. 야당인 러시아연방공산당(CPRF)이 40석,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LDPR)이 25석, 온건 자유주의 성향의 새로운사람들(New People)이 20석, 중도좌파로 불리는 정의로운 러시아(A Just Russia)가 4석을 차지했다. 이 글은 총선 직전에 작성된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오늘(18일)부터 의회인 국가 두마(State Duma, 연방의회 하원) 선거가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치러지는 러시아 최초의 의회 선거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의회 하원 450석의 주인이 결정된다. 이 가운데 절반인 225석은 전국 정당명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선출하며, 득표율 5%의 봉쇄조항을 적용한다. 나머지 225석은 소선거구에서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한다.
푸틴 대통령이 속한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이 다시 승리하겠지만, 다른 정당의 지지를 받지 않고 헌법을 개정하는 데 필요한 압도적 다수인 310석은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야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 공산당은 보통 2위를 차지하지만, 이번에는 공산주의 성향의 또 다른 정치세력인 ‘정의로운 러시아(A Just Russia)’가 일부 표를 가져갈 수 있어 예전보다 성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정당은 ‘자유주의’ 정당인 야블로코(Yabloko, 자유주의·반전 성향의 야당)가 유일하다. 야블로코는 통합러시아당에 반대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자신의 반대 의사를 표현하려는 소수의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애초 야블로코는 정당명부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었지만 이후 명부 선거에서 배제됐고, 개별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후보 상당수도 등록을 저지당했다.
야블로코 소속 인사 11명이 형사사건 피고인이 됐고, 당원 12명은 외국대리인 명부에 올랐다. 여기에는 당 대표 니콜라이 리바코프(Nikolay Rybakov)와 부대표 보리스 비슈넵스키(Boris Vishnevskiy), 블라디미르 도로호프(Vladimir Dorokhov), 레프 슐로스베르크(Lev Shlosberg )도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부대표인 막심 크루글로프(Maxim Kruglov)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에 관한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2026년 6월 24일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올린 내용에는 마리우폴(Mariupol)과 부차(Bucha)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에 관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야블로코 후보 몇 명은 여전히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야블로코의 선거 전단은 나오는 족족 사람들이 가져가고 있지만, 경찰은 선거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전단 배포자들을 3시간가량 일시적으로 체포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반전 인사는 마르크스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Boris Kagarlitsky)다. 그는 2023년 7월 체포됐으며 현재 교도소에서 5년 형을 복역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다. 2025년 11월에는 우파(Ufa)시의 한 소규모 마르크스주의 학습 모임 회원들이 마르크스의 저작을 읽었다는 이유로 “테러리즘”과 “정부 전복 음모” 혐의를 받아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는 여전히 전쟁을 지지하고 있으며, 두마 선거 결과도 사실상 정해져 있어 정치권에는 무관심이 팽배하고 정치적 정체가 일상화돼 있다. 러시아 경제 역시 이러한 정치적 정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5년째를 거의 채워가고 있다. 전쟁 초기 서방의 분석가들은 러시아 경제와 루블화가 빠르게 붕괴할 것으로 전망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은 여전히 파국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버텨냈으며, 2026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러시아는 국가 부채 규모가 비교적 작고 세금을 추가로 인상할 여지도 있다. 중앙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수 있으며, 정부도 전시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국유화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 경제는 대규모 군수경제 전환을 바탕으로 한 호황기를 거친 뒤, 지난 1~2년 사이 성장세가 둔화했다.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쟁 수행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민간 부문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러시아 경제는 2026년에 들어서면서 1년 전보다 더 약해졌고, 성장률은 떨어졌으며 유가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사실상 러시아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생산은 정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이른바 ‘군사적 케인스주의’도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경제성장 속도는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시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2023~2024년과 비교하면 거의 7분의 1 수준으로 둔화했다. 이란 전쟁으로 러시아의 석유 수입이 일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까지 늘면서 연방정부는 예산 지출을 16% 확대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군사비와 무기 생산에 투입됐다. 그 결과 러시아의 군산복합 부문은 계속 성장했다.
그러나 민간 제조업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거시경제분석·단기예측센터가 5월에 내놓은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3.2% 감소했고 2024년과 비교하면 4.6% 줄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4%로 낮췄고, 2027년 전망치도 2.8%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즉 경제가 붕괴하는 것은 아니지만, 호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0.5%로 예상하며, 2027년에는 1.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높은 세금 부담을 계속 떠안아야 하고, 대출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도 심각하게 부족하다. 실제로 2026년 중소기업의 68.7%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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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6년 8월 6.3%로 올라 202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6%보다 상승한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소규모 기업과 가계에 계속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어, 특히 군수산업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실질소득은 계속 늘고 있다.

전쟁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두마 선거 기간에 정부가 전사자와 부상자로 인한 병력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강제 동원을 발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푸틴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실제로 강제 동원을 시행한다면 반전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전쟁 관련 지출은 이제 연간 GDP의 7%를 넘어섰다. 정부가 세금을 인상했음에도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지출이 급격히 늘면서 러시아 국부펀드의 자금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에는 여전히 전쟁을 지속할 만큼의 자금 여력이 있으며, 경제가 붕괴할 것으로 볼만한 근거도 많지 않다. 다만 전쟁이 끝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군수 생산은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에 기여하는 생산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 경제는 다시 민간 부문의 자본 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생산 부문이 안고 있던 취약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전후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러시아 경제는 근본적으로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구조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보다는 자원 채굴과 추출에 크게 의존한다. 기술 수준도 뒤처져 있으며 첨단기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공지능부터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러시아는 아직 주요 국가로 자리 잡지 못했다. 무기와 원자력 에너지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수출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술도 아직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다. 결국 핵심은 러시아의 경제와 정치가 이번 10년의 남은 기간에도 정체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처] Russian elections: stagnant politics and economy, unending wa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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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