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은 물을 싣고 왔다, 그런데 왜 지구 운석엔 그 흔적이 드물까?

이 이미지는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기록된 100개 이상의 화구(fireball) 영상을 겹쳐서 보여준다길게 뻗은 선은 화구의 궤적이고점들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별 위치를 나타낸다이 자료는 사막 화구 네트워크(Desert Fireball Network)가 촬영했다.

과학자들이 초기 태양계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운석에서 비롯된다운석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 대기를 뚫고 불타는 낙하를 견뎌낸 고대 암석이다이러한 운석들 가운데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s)’라 불리는 유형은 가장 원시적인 특성을 보였으며태양계 형성 초기 단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창을 제공한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물과 탄소유기 화합물이 풍부하다이 암석은 수화된(hydrated)’ 상태로암석 내 광물에 물이 결합한 형태로 포함되어 있다이 물은 결정 구조 속에 구성 요소들이 고정된 형태로 존재한다많은 연구자가 이 고대 암석이 초기 지구에 물을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구에 도달하기 전 우주를 떠도는 암석은 크기와 조성에 따라 소행성유성체혜성 등으로 불린다이러한 천체의 일부가 지구까지 도달하면 그것은 운석(meteorite)’이 된다.

과학자들은 망원경으로 관측한 소행성을 통해 대부분의 소행성이 물이 풍부한 탄소질 조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이론적으로도 운석의 절반 이상이 탄소질이어야 한다고 예측한다그러나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 가운데 탄소질 운석은 4%도 되지 않는다그렇다면 이처럼 큰 불일치는 왜 생기는 걸까?

2025년 4월 14일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 나와 동료 행성 과학자들은 오래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바로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이다.

시료 귀환 임무

과학자들이 이 고대 암석을 연구하고자 하는 열망은 최근의 시료 귀환(space sample-return) 우주 임무들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임무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Hayabusa2) 임무는 원시적이고 탄소가 풍부한 소행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지상에서 발견되는 운석은 빗물식물 등에 노출되어 원래의 상태에서 크게 변화하고이에 따라 분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그래서 OSIRIS-REx 임무는 소행성 베누(Bennu)로 향해 변형되지 않은 시료를 직접 채취했다이 시료를 확보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소행성의 구성 물질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하야부사2의 소행성 류구(Ryugu) 탐사는 또 다른 물이 풍부한 소행성에서 오염되지 않은 시료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들 임무 덕분에 나를 포함한 행성 과학자들은 소행성에서 온 원시적이고 섬세한 탄소질 물질을 연구할 수 있었다이러한 소행성은 태양계의 구성 요소와 생명의 기원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었다.

NASA의 시료 귀환 우주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에서 촬영한 탄소질 근지구 소행성 베누(Bennu)의 모습이다ⓒ NASA

탄소질 콘드라이트의 수수께끼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가 탄소질 부스러기를 걸러낸다고 가정해 왔다.

우주 물체가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 극심한 압력과 고온을 견뎌야 한다탄소질 콘드라이트는 다른 운석보다 구조적으로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특성이 있어서이런 천체들은 대기 진입 중에 생존할 가능성이 작다.

대부분의 운석은 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여정을 시작한다이런 충돌은 수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 크기의 암석 조각들을 만들어낸다이 우주 파편들은 태양계를 가로질러 날아다니다가 결국 지구로 떨어질 수 있다이 조각들이 1미터보다 작으면 과학자들은 이를 유성체(meteoroid)’라고 부른다.

유성체는 너무 작기 때문에지구 충돌 직전에 천문학자들이 운 좋게 관측하지 않는 한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 소행성 파편 집단을 연구하고운석의 조성이 왜 그렇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유성 및 화구 관측 네트워크

우리 연구팀은 지구 대기를 탐지기로 활용했다.

지구에 도달하는 대부분의 유성체는 매우 작고 모래 알갱이만 한 입자이지만때때로 지름이 수 미터에 이르는 천체가 충돌하기도 한다연구자들은 매년 약 5,000톤의 미세 운석(micrometeorite)이 지구에 떨어진다고 추정한다또한 매년 4,000개에서 10,000개의 대형 운석—골프공 크기 이상의 물체—이 지구에 착륙한다이는 하루에 20개 이상 떨어진다는 뜻이다.

FRIPON 캉(Caen), 2019년 9월 8일 관측
2019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FRIPON 네트워크가 관측한 화구(fireball)이다.

오늘날에는 디지털카메라 덕분에 밤하늘을 하루 24시간 관측하는 일이 실용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가능해졌다저비용 고감도 센서와 자동 탐지 소프트웨어를 통해 연구자들은 대기권에 유성체가 진입할 때 발생하는 밝은 섬광을 포착하면서 넓은 영역의 밤하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시간 관측 자료를 자동 분석 기법(혹은 매우 헌신적인 박사과정 학생)을 통해 분석하여 소중한 정보를 찾아냈다.

우리 팀은 두 개의 글로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하나는 프랑스 주도의 FRIPON네트워크로, 15개국에 관측소가 설치되어 있다다른 하나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화구 네트워크(Desert Fireball Network팀이 시작한 협력 프로젝트인 글로벌 화구 관측소(Global Fireball Observatory)이다우리는 이들 네트워크 외에도 여러 개의 오픈 액세스 자료를 활용해, 39개국에 분포한 19개 관측 네트워크에서 포착된 약 8,000건의 충돌 궤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프랑스 피레네산맥의 피크 뒤 미디 천문대(Pic du Midi Observatory)에 설치된 FRIPON 카메라다ⓒ FRIPON

우리는 지구 대기에서 포착된 모든 유성체 충돌 사례와 지표면까지 도달한 운석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어떤 소행성이 충격을 견뎌낼 만큼 강한 조각을 생성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반대로어떤 소행성이 약한 물질만을 만들어내어 지구에서는 운석으로 거의 발견되지 않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호주에 위치한 사막 화구 네트워크(Desert Fireball Network)의 자동 원격 관측소다ⓒ Desert Fireball Network

태양이 암석을 지나치게 가열하고 있다

놀랍게도우리는 많은 소행성 조각이 지구에 도달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암석 조각이 여전히 우주에 있을 때약한 물질부터 먼저 제거되기 시작한다구조적으로 약한 탄소질 물질은 궤도가 태양에 가까워질 때 열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분해되는 것으로 보인다.

탄소질 콘드라이트가 태양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서급격한 온도 변화는 그 물질에 균열을 만든다이 과정은 실질적으로 지구 근처에 있는 천체 집단 중에서 약하고 수화된 암석을 분해하고 제거한다이 열균열(thermal cracking) 과정을 거치고 남은 조각들만이 이후 지구 대기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남은 천체 중 오직 30%에서 50%만이 대기권 진입을 견뎌내고 운석이 된다궤도가 태양에 더 가까운 파편일수록 물리적으로 더 견고한 경우가 많아서지구 대기를 통과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우리는 이것을 생존 편향(survival bias)’이라고 부른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가 탄소질 운석이 희귀한 원인이라고 추정해 왔지만우리 연구는 대부분의 제거 과정이 지구가 아닌 우주 공간에서 먼저 발생한다고 보여준다.

앞으로는 새로운 과학 기술이 이러한 발견을 입증하고 유성체의 조성을 더 정확하게 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과학자들은 천체가 지구에 충돌하기 직전에 망원경으로 이를 탐지하는 기술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이와 함께천체가 대기에서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모델링하면연구자들이 그 특성을 더 잘 분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향후 연구에서는 유성의 색깔을 통해 이러한 화구(fireball)의 조성을 판별하는 더 나은 방법도 개발할 수 있다.

[출처] Why the meteorites that hit Earth have less water than the asteroid bits brought back by space probes – a planetary scientist explains new research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패트릭 M. 쇼버(Patrick M. Shober)는 NASA 행성과학 박사후연구원이다. 태양계 내의 소행성, 혜성, 유성체 등 소형 천체를 연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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