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확장, 이대로 괜찮을까?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가능한가?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은 가능한가?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이란 게 가능한가? 몇 번의 토론회와 연속기고를 준비하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뜨거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이 났다. 반도체 산업의 물, 전기, 광물 등 자원 소비량,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의 건강위협, 공공 통재가 어려운 구조 모두 ‘정의’롭지 못한 요소들이 가득한 반도체 산업이 정의롭다는 건 애초에 뜨거운 아아처럼 형용모순이 아닐까.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더 이상 죽여선 안된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더 이상 죽여선 안된다

국민의 힘, 민주당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의 주장처럼 우리 미래의 먹거리가 반도체 산업이 되어야 하는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반도체 산업을 무한 확장하는 것에 어떻게 찬성할 수 있단 말인가. 수많은 독성화학물질, 방사선에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존재를 지우고, 여전히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정치인들, 탐욕스런 재벌기업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고 싶지 않다.

불공정과 재벌 특혜로 점철된 반도체 특별법

불공정과 재벌 특혜로 점철된 반도체 특별법

산업경쟁력을 빌미로 한 노동시간 규제 적용 예외 주장은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노동시간 규제 적용 예외의 합리성을 옹호하면서 노동시간 유연화일 뿐 연장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노동시간은 이미 과도한 상황이다. 2020년 제도 개편으로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주 64시간까지 노동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유연화를 명목으로 규제를 아예 없앤다면, 노동자의 건강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다.

‘반도체 올인’의 함정

‘반도체 올인’의 함정

지금 필요한 것은 재벌 대기업 지원과 무조건적 장기 투자가 아니라, 기술 변화와 시장 환경, 기후 위기에 단호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산업정책, 공공성이 강화된 투자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의 공공적 통제와 공적 소유 구조 재편으로 경영상의 위험과 오류를 최소화하고, 전략 산업지원과 공적자금이 국가 균형 발전과 서민 경제를 위해 쓰이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반도체와 AI는 공짜가 아니다

반도체와 AI는 공짜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전기와 물, 광물 등 자원의 추출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다양한 물질들은 이후 연재에서 다루게 될 반도체 산업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산단이 자리 잡은 지역사회에도 큰 위협이 된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에는 황산, 질산, 불화수소, 아르신, 포스핀 등 유해화학물질이 잔존할 위험이 있으며, 특히 극미량으로도 심각한 생태계/인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에서 전혀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기도 한다.

공공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공공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확대는 기업과 국가가 원한 것처럼, 더 많은 돈을 벌어와 우리 사회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안과 위험은 계속 커져만 갈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원이 아니다. 지금의 자원을 어떻게 나누고, 파편화된 우리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것’을 빼앗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