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언니에서 우리가 취하는 태도나 방식은 기존의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퍽 낯설 것이다. 일단은 선생님의 위치에서 자꾸 비켜나려 해서 애들의 행동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예진이를 겁먹게 한 건 그 애를 향한 내 미움이기도 했다. 사람 만나는 일 하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내가 예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쉽게 미워하게 되고, 상처 주게 된다.
가끔 집에서 마주하는 지아는 이 집의 ‘꼬마 왕’ 같았다. 그러나 관심의 시간이 지나면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 피곤하고 바쁠 때 밀어내도 되는 쉬운 존재이다. 세상에 이렇게 하찮고, 힘없는 왕이 또 있을까.
책 언니를 하며, 그동안 하던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차차 받아들이게 됐다. 수업을 할 수 없었던 건, 애들과 우리 사이의 관계였다. 애들과 우리 사이에는 선이 그어져있었고, 책언니들은 자신 없어 하면서도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어린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가진 불신과 공격성은 생각보다 깊다. 이 정도 친해지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래 만나야 한다. 우리는 너희들 편이라고, 아니, 너희들 편이 되고 싶다고, 여덟 살 구역의 입구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충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덟 살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 번째, 우리가 그 입구 앞에서 거절당한 존재임을 아는 것이다.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 자기들 편이 아닌 다른 구역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던 사람은 없다. 흔히들 잊고 지내지만 ‘아동’이라는 낯선 타자는 나 자신의 과거였다.어른이 된 내가 복구해야 할 것은 내 과거의 기억이라기보다는 여덟살과 나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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