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파병반대 투쟁은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싸움
1. 불안한 평화 시골에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적어도 이 여름 한적한 자연에서 며칠 휴가라도 보내고 왔다면 알 거다. 풀, 나무, 벌레, 새, 들판, 냇물, 하늘이 얼마나 평화로운가를 말이다. 이 안에서는 들일을 하는 ‘인간’조차도 하나 흉악해 보이지 않는다. 개발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고 빼앗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개발 동물’, ‘경제 동물’이 되어버린 인간이라는 종조차도 말이다. 물론 자연 안에 먹고 먹히는 사슬의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 균형과 조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온갖 목숨들이 제 빛깔을 내는 가운데 함께 어울려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도 그렇다. 여기는 울진에서도 깊은 산중으로 들어온 곳, 그래서 인터넷은 물론 신문이나 텔레비전 유선방송도 되지 않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벌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아랫논에, 건넛밭에 들어가 일을 하고 계시는 걸 보곤 한다. 허리를 굽혀 고추를 따는 할머니도 수레를 끌고 탈탈 먼길을 걷는 할머니도 누구 하나 그분을 감싸고 있는 들이나 하늘, 풀, 나무, 벌레, 새 따위와 다른 어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서 그대로 하나가 되어 있다.
국제
박기범[동화작가]
2004.08.13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