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달빛 아래, 여성의 권리선언
13일의 금요일, 어두운 밤 인사동 거리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피켓을 들고나온 모양으로 봐서는 분명 재미삼아 귀신놀이를 하려고 모인 것을 아닌 것 같다. 어느새 긴 행렬을 이룬 사람들이 “여성의 밤길을 위협하는 너, 집에 일찍 들어가!”, “여자보고 일찍일찍 다니라고 말하는 너, 너나 일찍 들어가!” 라는 구호들을 외치면서 후레시를 켜들었다. 참 어지간히도 지겨웠던 모양이다. 그놈의 ‘어두워졌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라는 말이… 하긴 자라면서 한번쯤 뒤에서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괜히 주눅들어 본 적 없는 여자들이 몇이나 있을까? 게다가 요즘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청혼을 거절당해 여자혐오증이 생긴 희대의 연쇄살인범 이야기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아담하고 예쁜 여성들만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둥,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처녀도 살해했다는 둥 기사를 늘어놓으면서 결국 ‘그러길래 여자들은 낮이고, 밤이고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된다’는 식의 극약처방만 내놓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흉악한 범죄행각을 모방하는 범죄심리나 현대인들의 정신병리학적, 사회구조적 문제들은 분석할 지언정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그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얼마나
사회
문화사회 98호
2004.08.23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