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 사람들 발걸음은 부산한데 황단보도 앞 양버즘나무 가로수에 몸을 기댄 채 콩 몇 되, 나물 몇 줄기와 모과 몇 개를 늘어놓고 팔고 있는 할머니는 나무와 하나가 된 듯 그대로 멈추어 있다.
떠들썩하던 말매미 소리가 청승맞은 늦털매미 소리로 바뀌어 갈 때, 길에서 가장 흔히 만나게 되는 풀이 붉은서나물이다.
여름 끝자락에서 쥐꼬리망초 꽃이 핀다. 길가에서는 별꽃아재비, 까마중과 어울려 꽃 피고, 밭둑에서는 개여뀌와 깨풀 사이에서 꽃 피고 있다. 산기슭 공원 쥐꼬리망초는 뽕모시풀, 모시물통이, 쇠무릎과 함께 꽃 피고 있다.
길을 따라 길게 심어 놓은 회양목 아래서 자라는 마디풀과 바로 한 뼘 옆 보도블록 틈에서 자라는 마디풀은 도저히 같은 종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새싹들 색깔은 다 제각각이다. 귀룽나무처럼 처음부터 초록색을 드러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초록색으로 바뀌어간다.
가을 들녘이 꼭 흰눈이라도 내린 듯 하얀 미국쑥부쟁이 꽃으로 덮여 버렸다. 미국쑥부쟁이가 춘천 중도라는 섬에서 처음 발견된 게 70년대 말이었다.
숲속에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나무는 무엇일까? 지금은 신갈나무이다. ‘지금’이라고 했던 것은 전에는 다른 나무였다는 이야기고 또 그게 바뀌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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