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공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서브팹은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이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간이다. 아무 피해가 없었다면 있는지도 모르고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공간이지만, 결국 이곳에서 일하던 한 사람이 죽고 말았다.
성원이 작업환경의 위험요소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몸이 실제로 아프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원은 일한 지 20년이 넘은 시점인 2020년 3월 부신암 4기를 진단받았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에 가스를 들이마셨다, 이게 내 몸에 언제 반응이 올지 시한폭탄 같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리고 진짜 안 좋아요. 우리가 가스 라인을 풀 일이 있어요. 풀다 보면 냄새가 확 나잖아요. 냄새를 딱 맞으면 고개가 뒤로 확 제껴져요. 확 이런 식으로. 한동안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유선은 아픈 와중에도 계속 일했다. 돈도 벌어야 하고, 아프다고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다만 선택의 폭은 좁았다.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군다나 아파서 뛰쳐나오게 된 반도체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병가와 연차 사용이 자유로운 곳이었다면 유선이 병원 진료 때문에 정직원을 포기해야만 했을까? 아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적 퇴사는 회사로부터의 해고와 모호한 경계에 있다.
“몸이 굳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고, 다리도 이상하고. 굳어 가는 걸 언제 느끼냐면 걸을 때요. 내 마음대로 걸을 수가 없고 뭔가가 막 더딘 거예요. 마비가 팔까지 왔는데도 회사를 다녔어요.” 대학병원 몇 곳을 거친 뒤에 ‘다발신경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반도체 분위기가 딱 나면 답답해요. 꿈속에서도. 엄청나게 답답하면서 나를 압박해 와요. 근데 그 꿈속에서도 돈을 벌어야 되는데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갈 곳이 없어서 내가 여기 또 왔구나. 여기서 다시 아프면 어쩌지.’ 그 꿈에서도 계속 그랬던 기억이 나요. 반도체가 저한테 기쁨으로 있지는 않아요. 아픈 게 진행 중이니까.”
반도체특별법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시민사회는 해당 법안이 “반노동, 반기후, 재벌특혜” 법안이라며 정치권에 “특별법 강행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 생산 공정 관련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치료 중 목숨을 잃었다. 숨진 노동자는 주식회사 삼영순화 온산공장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58)다.
'주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고용노동부가 나서 행정지침으로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확대를 밀어붙였다. 노동계는 거세게 분노하며 시행 지침 철회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길고 긴 터널을 마침내 나왔습니다. 산재 노동자 여러분 끝까지 싸우십시오.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LED를 만들다 서른 셋의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린 노동자가 신청 7년 만에 산재 확정 판결을 받고 소감을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LED 제조업무와 파킨슨병의 업무상 상관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산재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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