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딸세포] 함께 살다
#1. 눈덮힌 설악산에 가고 싶다. 그건, 연초에 작정한 ‘올해 내가 할 일’ 목록에 들어 있었다. 더 이상은 지쳐서 안 되겠다고 연 초에 마음 속에 들어온 결심은 날씨나 계절이나 개인적 감상에 따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단단해지기도 물렁해지기도 하다가, 1월도 지난 어느 날-양력으로 치자면 한 해 계획 따위로는 이미 소용없어진- 입 밖으로 나와 실행되었다. 무언가 슬로모션으로 진행될지도 모른다고 약속한 시간과 네시간 여유를 두고 끊은 하행 버스는 느끼던 것과 달리 아주 짧았던 물리적 시간 때문에 교환되었다. 십 분 걸렸다, 3년 7개월의 연애를 끝내는데. 난 같은 목적지의 하행버스 대신 양양행으로 바꾸었다. 추운 날, 산에 가고 싶었다. 오늘 내가 죽더라도 너랑은 상관없어, 라고 입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난 붐비는 버스 터미널에 서 있었다. 늦게 도착한 양양에서 푸짐한 한정식을 먹으면서도 난 몰랐다. 택시를 타고 오색에 닿았을 때도, 산 밑 여관에서 새벽에 깨어 나왔을 때도, 큰 눈으로 통제된 산을 그냥 등지고 돌아서면서도 난 몰랐다. 아주 오래 지나고 나서야, 눈 덮힌 설악산을 가고 싶어한 게 누구였는지 기억해냈다. 가고싶다,고 같이 가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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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