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 백리 살 때 일입니다. 이맘때였는데 풀이 엄청 자랐습니다. 낫질이 귀찮기도 하였지만 풀숲이 그렇게 싫지 않았습니다. 제멋대로 자라는 그 속에 있으면 맘이 편해지기까지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네 농사꾼 어르신들은 그렇지 안으셧습니다. 게을러서 그런거고 뱀 나오고 모기 생긴다고 아주 질색을 하시는 겁니다. 만날 때마다 풀좀 베라고 약좀 놓라고 하는 통에 인사도 드리기 싫어 빙빙 피해 다닐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염소를 한 마리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어릴적 아버지와 흑염소들을 몰고 냇가 개울둑에 다니던 생각이 났던 겁니다. 저녁때 집으로 데려 올 때 쯤이면 그 많던 풀은 다 없어지고 콩자반 같은 똥들만 그 자리에 데구르 놓여 있었습니다. 당장 오산장에 가서 흑염소 한 마리를 사고 이름도 지어 주었 습니다. 까망이 까망이는 정말 풀을 잘 먹었습니다. 까망이가 하루를 보낸 자리는 둥그렇게 맨땅이 원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까망이는 제일 먼저 키 닿는 나뭇잎을 먹고 그 다음 맛잇는 풀을 먹고 그다음 맛있는 풀을 차례로 먹으면서 더 이상 먹을 게 없으면 음메 하고 울다가 안옮겨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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