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나가려고 머리를 감던 중이었다. 샴푸 거품을 잔뜩 묻히고 헹구려는데 갑자기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침 한 시간 동안만 더운 물이 나와 밥 먹는 것을 포기하고 줄을 서 들어간 욕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서울에 와서 구한 첫 하숙집, 그 곳에서 나는 ‘집’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 된 듯하다. 물론 초등학교를 네 번이나 전학 다녀야 할 정도로 자주 이사를 다니면서 집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는 있었겠지만 그때는 ‘집’이 참 먼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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