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심정으로 굴뚝에 올랐던 차광호 씨가 내려옵니다.
전화기 너머 불어오는 거센 바람 소리가 종종 그의 목소리를 집어 삼켰다. 45미터 굴뚝위로 오른 지 1년. 365일간 하늘 밑에서 살아온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와의 한 시간 남짓한 전화인터뷰가 시작됐다.
“8월에 1차 희망버스가 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지역도 그렇고 금속노조도 그렇고 해복투만 고립되어 힘들고 절망적이었습니다. 1차 희망버스를 통해 전국에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굴뚝에 올라온 지 160일이 넘었다. 며칠 동안 비와 바람으로 굴뚝 위의 일과가 엉망이다. 며칠을 천막 안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다. 요리만화 식객부터 자본론까지 책장을 넘기가 쉽지 않다.
시를 읽으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지금의 나의 모습, 동료들의 아픔이 겹쳐져 눈물이 흐른다. 시가 나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굴뚝의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 한 편이 시원하게 어루만져 준다.
많은 노동자들이 휴가를 떠나지 못한다. 스타케미칼 조합원들만이 아니다. 코오롱정투위와 기륭전자 조합원들을 비롯해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올해도 여름휴가가 없다. 밀양과 청도, 강정마을도 마찬가지다. 정권과 자본의 탐욕에 맞서 힘겹지만 아름다운 투쟁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승리하고 여름휴가를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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