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심선언을 하는 의경이 되고, 새벽녘까지 거리를 지키는 투사가 되고,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골몰하는 전략가가 되고, ‘때려라, 찍어라, 잡아라, 돈 물려라’는 정권의 폭력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강한 진지를 구축하려는 양심이 된다.
대체하고 자치할 대안이 없는 한 ‘민주주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얼마나 반동적일 수 있는 지는 현실에서 쉽게 확인된다. 87년헌정체제 안에 녹아있는 민주주의 지배 주체가 바뀌지 않는 한, 87년헌정체제를 바꿔낼 대안 정치가 출연하지 않는 한 ‘거리의정치’ 그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도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분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뉴라이트에 그치지 않았다. 촛불 시민들은 기존의 모든 정치 세력을 거부하며 그들만의 \'거리의 정치\'를 만들어냈다. 의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야당은 거리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었다. \"진보정권 10년에 이 정도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나. 촛불은 어쩌면 5년 내내 계속될 지도 모른다\"고 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은 절반만 맞는 셈이다.
시민들이 70여 일 동안 거리에서 촛불을 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논리로 자신들의 밥상과 같은 생활세계가 침범당하고 있다는 자각과 그 파괴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셈이다.
중고등학생 중심으로 5월 2일 촛불을 처음 들어 촛불집회가 이어진지 두 달이 훌쩍 넘어갔다. 그동안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을 포함해 아침 해를 보면 끝마친 촛불집회는 그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끝내 6월 26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고 미국산 쇠고기는 유통이 시작됐다.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훅 불면 꺼져버리는 촛불. 시민들은 이 촛불을 물대포와 경찰의 폭력, 보수언론의 악 선동에도 꺼뜨리지 않고 뜨거운 여름을 정면으로 통과하고 있다. 70여 일간의 시민들의 행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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