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운전면허학원에 설치된 지문인식기

작년 수원시와 서울 강남구에서 운용되거나 운용될 예정이었던 '인감증명용 지문인식기', 그리고 공공도서관 출입 시 시민들의 지문을 강제적으로 요구했던 '무인좌석발급기'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청이 운전면허학원 교육과정에 시민들의 지문날인을 강요하고 있어, 국가기관의 지문인식과 관련한 개인정보정책의 무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

올해 1월부터 실시되는 새 도로교통법시행규칙에 준거해 경찰청은 '대리·허위 교육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자동차운전학원에 수강생의 지문을 채취해 신분확인을 하도록 하는 지문인식기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문인식기로 확인된 수강생들의 교육 상황은 실시간으로 경찰청에 전송되고 있다.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는 개인의 고유한 프라이버시를 담고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정보는 누구나 함부로 취급해서 안되며, 심지어 국가 및 정부기관에서도 함부로 집적하거나 취급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단지 운전면허학원에서의 허위 교육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시민들의 중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현재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이 새롭게 시행됨에 따라 각 운전면허학원에서는 2000만원이 넘는 지문인식기를 포함한 전산시스템을 일일이 설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하는 수강생들은 본인확인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학원에 의해 묵묵히 자신의 중요한 개인정보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새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을 꼼꼼히 살펴보아도 본인확인을 위해 '지문날인'이 필요하다는 강제사항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경찰청에서도 수강생이 '거부'하면 아이디카드로 대체할 수 있다며 자신들은 절대로 강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강생들은 지문날인을 하지 않아도 운전면허교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면 학원 측이 바뀐 시행규칙에 의해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고 강제할 때, 수강생은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문날인과 관련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강생들은 자신들의 고유하고 소중한 정보를 무 방비한 상태로 뺏기고 있을 따름이다. 시민들이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았다 한들, 번거롭고 까다롭게 지문날인을 거부해야만 하는 제도가 자꾸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지문날인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유독 이 땅에서는 운전면허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간 시민들에까지 지문날인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일까.

개인정보는 행정편의주의를 위해 간단히 침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찰청은 당장 지문인식기 도입을 중단하고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가 자신들의 의무임을 먼저 자각한 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이 진정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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