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114호] 성 노동 논쟁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성 노동 논쟁
특집I: 2005년 쟁점 결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4호
김영선


특집 I : 2005년 쟁점 결산


성 노동 논쟁

김영선 / 한노정연 연구원



1.

여성의 탈을 쓴 남성의 모습(이른바 명예남성)으로 살기를 어언 삼십년. ‘여성주의’ 화두를 삶의 모토로 삼아 ‘여성으로 살기’를 인식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여성주의자의 충격은 여성의 인권과 삶을 가장 극단적으로 유린한다는 ‘성매매’ 문제에서 최초로 드러났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 충격은 성매매 현장의 참혹한 조건과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성 상품화, 이것이 낳은 집창촌 여성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동조건에서 온 것은 아니다. 물론 몇 날 며칠을 ‘충격과 쇼크의 도가니’에서 허우적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 충격의 진앙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여성주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것’ 말이다. 새내기 여성주의자는 어쩌면 순진했거나 어쩌면 이상주의자였거나 현실을 보는 눈에 심각한 질환이 있거나 그도 아니라면 어떤 도그마에 사로잡혔던 게 분명하다.

“저는 사회주의의 붕괴를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서 우리가 그토록 괴로워했던 게 단지 ‘외부’의 붕괴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내부’에 있는 그 무엇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를 파멸시킨 모순이 우리 속에서도 자라고 있어 그토록 괴로웠던 거지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을 부르짖던 우리의 조직과 이념 속에 이미 관료주의, 파벌, 갈등, 음모, 전횡, 기회주의 등 우리가 그토록 저주했던 나쁜 싹들이 함께 자라나고 있었던 역설의 시절이었습니다.” - 장필선, 《난주》3, p308, 필맥, 2005.

1980, 90년대의 운동권 이야기를 다룬 《난주》를 접하곤 바로 이 대목 때문에 가슴이 심히 울렁거렸다. 아니 사실은 새내기 여성주의자의 고민이 ‘딱, 바로 이거였다’는 고백이 옳을 거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이런 소재를 접하는 사람이 다 새내기 여성주의자 같지는 않을 테니까 더 거론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자. 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새내기 여성주의자가 헌내기가 될 때까지 바람이 있다면 바로 관료주의 따위처럼 주류화, 제도화, 남성화-주류질서나 제도권에 꼭 성(性)을 붙인다면. 아니, 꼭 성을 붙여야 한다-의 필연적 요소들과 절치부심하며 투쟁하는 것이 여성주의자가 갈 길 중에 하나라는 것.


2.

[2004년]
09.23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노동자 등 500여명 생계보장 및 유예기간 요구 시위
09.24 대구지역 집창촌 ‘자갈마당’ 성노동자 등 200여명 단속유예 요구 시위
10.01 미아리, 평택, 인천 숭의동 성노동자 등 280여명 인천에서 생존권 투쟁 연대 시위
10.05 부산 ‘완월동’ 성노동자 등 600여명, 경찰 단속에 항의 생존권 보장 촉구집회
10.07 서울, 부산, 대구, 강원 등 전국 12개 지역 성노동자 등 3,000여명 국회 앞 시위
10.11 평택에서 청량리, 용산, 영등포, 수원, 인천 등 6개 지역 성노동자 등 400여명이 평택 성노동자 150여명과 함께 성매매특별법(성특법) 폐지 촉구 시위
10.18 부산 ‘완월동’ 성노동자 600여명 부산 충무동에서 생존권 보장 촉구 시위
10.19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전국 17개 지역 성노동자 등 3천여 명 성특법 철폐와 생존권 보장, 공창제 요구 시위. 대표단, 한국여성단체연합 항의 방문
11.01 한터여성종사자연맹(한여연) 성노동자 대표 20여명 ‘생존권 보장 대책’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 돌입(총 73일간 릴레이 단식)
11.01 부산 ‘완월동’ 성노동자 180여명 이틀 연속 생존권보장 촉구 촛불시위
11.03 미아리 성노동자 임원 6명, 민주노동당의 성특법 찬성 입장을 반박하는 성명서 지참 항의 방문 및 열린우리당 당사 앞 피켓 시위
11.07 청량리에서 성노동자 등 100여명 성특법 철폐와 생존권 보장 요구 시위
11.11 한여연 소속 성노동자 2천여 명, 국회 앞 생존권 투쟁. 삭발 촛불 시위
11.12 성노동자 대표 성특법 관련 국회 항의방문,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간담회
11.18 용산역 사거리에서 성노동자 50여명, 강력한 단속에 항의하며 생존권 투쟁
12.06 미아리와 청량리, 경기도 평택, 수원 등지의 성매매 여성 30여명. 자발적 성노동자를 처벌토록 한 성특법 폐지 요구하며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소복’ 농성 투쟁

[2005년]
01.12 한여연 성노동자 대표, 유예기간 연장 청원서 청와대에 제출
03.05 성노동자 임원진 3명. 여성단체 주최 “여성노동자 차별철폐 거리행진” 여의도 집회 기습 참가시위. “여성 성노동자도 여성노동자다. 여성 성노동자 죽이는 여성계는 각성하라!”라는 제하의 ‘전국 성노동자 준비위 한여연’ 출범사 배포
04.12 성노동자 대표 2명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 2005’에 참가. 타이완 성매매 여성조합 대표 등 아시아의 성매매관련 인사들, 비디오 액티비스트들과 함께 성매매 주제로 토론
05.03 서울 미아리 텍사스 성노동자 등 500여명, 집창촌 한가운데서 경찰 단속에 항의,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 개최
05.25 전국성노동자준비위 한여연(전국성노위), 성노동운동 사이버팀(Daum 카페)을 꾸리고 공식 활동에 돌입. 성명전 준비 개시
05.30 전국성노위 성명 발표. 이른바 ‘성매매피해여성’을 돕는다면서, 실제로는 여성단체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부산 완월동 문화축제’를 준비한 부산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상담소 “살림” 규탄
06.09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측에 성매매(sex trafficking)를 “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 “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이라는 단서를 첨부하라고 요구
06.10 평택 성노동자 등 200 여명 야간시위. ‘성노동자도 노동자다’ 구호 외치며 가두 행진하며 무자비한 단속 항의 차 평택경찰서 앞 농성 투쟁. 성노동자 대표 평택경찰서장 면담
06.19 성매매를 장기밀매와 인신매매에 비교한 바 있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에게 14개항의 공개질의서 보내고 답변을 요구함
06.20 성노동자 대표진 “세계여성학대회”에 참가 발표. 성특법 문제점 지적, 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위해 ‘비범죄주의’ 주장. 성매매 금지주의 채택에 영향을 끼친 권력에 진입한 급진주의와 일부 자유주의 여성주의자들 비판. 문화주의 및 사회주의, 그리고 마르크스 페미니즘 여성주의자들까지 고른 발언권을 얻고 국제적인 수준에서 성노동 문제를 공론화 해줄 것을 요구
06.29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야외 광장(대관취소로)에서 성노동자와 성산업인 2천여 명, “성노동자의 날” 행사 열고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전성노련) 공식 출범
06.30 ‘성노동자 운동 가능한가?’ 토론회 참가 발제
07.03 전성노련, 세계여성행진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에 참가 발언. 8년 전 대만의 천수이벤 총통이 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시민 중산층의 표를 모으기 위해 공창제를 폐지한 것과 여성계 일부 및 현 정권이 개혁정권 이미지를 앞세우기 위해 성특법을 강행한 것 비교 설명. 성노동자 운동은 빈민운동이며 사회변혁운동, 사회적 오명에 시달려온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침묵 않겠다는 인간선언이라고 주장
07.12 ‘광양시 다방 자살여성 김양 관련, 상담소 등 여성단체에 책임 묻는다’ 성명에서 음성적인 다방업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두고, ‘광양 성매매피해여성 공동대책위’에서 ‘성매매 업소’라고 막연하게 지칭, 집창촌으로 오해할 소지 있음을 지적 시정 요구(모든 관련사고가 집창촌 폐쇄 구실로 악용됨을 우려)
07.13 성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양대 노총과 노동자의 힘, 서울여성노조를 상대로 공개질의. 헌법상 노동권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적극적인 의미의 노동권’을 인정한 것이므로 성노동자의 노동자성 또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노동단체들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노동자의 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음)
07.22 ‘성매매 합법화 운동을 우려한다’는 사회당 논평(대변인 이영기)에 ‘사회당은 성노동 비난말고 신자유주의 공격하라’고 반박
08.15 ‘대전에는 집창촌이 없다’ 성명에서 정신장애 여성을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혐의)한 사건과 관련하여 음성 성매매 분야 사고를 ‘집창촌’이라고 언론 보도한 데 대한 왜곡 편파보도 시정요구
08.27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출범선언문 발표. 성노동자들과 성산업인들의 개인차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노동운동의 전망과 활성화를 위해 전성노련을 탈퇴하고 민성노련을 출범시킨 배경을 밝힘
09.06 민성노련 노조구성, 민주성산업인연대와 단체협약 체결. 근로시간 및 휴일 등 명문화. 민성노련 겸 성노동자 상담소 사무실 개소식(참가단체: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성노동운동민중연대)
09.08 민성노련 성명 발표. ‘여성가족부는 자활시범지역 확대를 즉각 중지하라’ - 기존 자활시범지역인 부산 완월동과 인천 숭의동 경우, 해당업소에 일하던 성노동자들이 음성분야 등 타 업소로 이동하는 등 사업시행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성과가 없음에도 ‘탈업소’를 목적으로 시범지역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자활과 무관하며 혈세 낭비일 뿐이라고 규탄
09.23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와 성노동자운동의 방향과 전망”에서 민성노련 대표 발제(토론회 공동주최: 민주성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3.

대단히 곤혹스러웠다.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 집창촌을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여성들의 활동과 요구가 이처럼 지난했음에도 성매매 방지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하는 주류적 흐름에 “그녀들의 목소리”는 오간 데 없었기 때문이다. 주류 여성계의 꼭 일 년 전 모습과 성매매 여성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단식농성, 노숙농성을 할 적에 응했던 태도들이 일 년이 지난 오늘에도 변함없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실로 놀라운 일은 바로 이것이다. 성매매가 여성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짓밟고 남성중심의 성의 상품화를 부채질하므로 강력한 단속을 통해 없애야 하는데 어찌 그 당사자인-인권을 유린당한- 여성들을 그다지도 타자화시키고 배제할 수 있는지. 하기야 성매매 방지법을 시행하고 나니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가 줄어들고,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가 촉진(부산, 인천 집결지에서 자활지원을 시범 실시한 결과 검정고시 합격 4명, 조리기능사 자격 취득 24명, 취업 41명, 창업 22명)됐다는 여성부의 자화자찬격 성과 보고에 비춰본다면 이다지도 질기게 싸우는 성매매 여성들, 성노동자들의 저항은 차라리 무시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 9월 2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주최로 열린 ‘성매매방지법 시행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성노동자들의 존재가 가시화되기는 했다. 한 인터넷 언론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성매매방지법’으로 성매매여성들의 반발이 심한데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이냐”라는 질문에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이 “부산, 인천지역 등 시범 지역의 여성들이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 항의 방문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의 만남을 계기로 현장과 호흡하며 그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최대한 들으며 현재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한다. 비록 시범대상이긴 해도 성매매 여성들은 이만큼 가시성을 쟁취했다.


4.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 일 년. 누군가에게 지난 일 년은 돌아보고 평가하기엔 짧은 시간이고 또 누군가에겐 혹독하리만치 고통스러운 시간일 게다. 하지만 나름대로 가시적 ‘진전’은 있다고들 한다. 여성부와 경찰은 단속 1년 동안 성매매 집결지 업소는 1,679개에서 1,061개로 줄었고(36.8%), 성매매 여성도 5,567명에서 2,653명(52.3%)으로 급감했다고 전한다. 물론 이 또한 법 시행 6개월 뒤인 지난 3월에 발표한 실적에 비하면 별 차이는 없지만 말이다.
또한 대검형사부가 지난 달 국정 감사 자료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단속에 걸린 사람은 총 7,073명으로 이 중 6.1%인 430명이 구속됐다. 기소된 인원은 4,235명(59.9%)이다. 과거의 윤락행위방지법 아래서는 기소율이 46.7%였다.
그리고 여성부가 성인 1,181명(남 921명, 여 26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성인의 성 문화 및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497명)의 86.7%가 특별법 시행 뒤 구매 횟수가 줄었다고 답해 지난해 12월 조사의 43.4%에 비해 2배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조차 집결지 구매에 한한 것이고 룸살롱(31.2%), 안마시술소(21.7%), 단란주점(18.3%) 등을 통한 구매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 타겟이 되었던 집결지는 전체 성산업의 5~10%에 불과하다. 또한 음성적 형태로 변질한 성매매까지는 국가도 막지 못했다. 노래방이 변태적으로 업그레이드(노래빠, 노래궁, 노래밤 등의 명칭 및 수요 서비스의 엽기적 변화)됐고 국산 여성이 빠져나간 자리를 조선족 혹은 외국인 아가씨들이 메우고 있단다. ‘집창촌’으로 상기되던 성매매는 주택가, 여관 등 보다 시민의 삶의 가까운 곳에 저인망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집창촌은 개점 휴업인 반면 인터넷 성매매는 문전성시다.
더구나 성매매특별법 실시 1년이 지났지만 성매매에 대한 인식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비보도 있다. 춘천의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가 지난 6월부터 2달간 도내 성인 남녀 1,3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찬성은 49.4%, 반대는 48.1%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성을 파는 사람들에 대한 의식을 묻는 질문에 남자의 경우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49.1%)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의 경우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54.8%)로 나타났다. 제한적인 설문 결과이긴 하지만 ‘성매매는 범죄’라는 인식은 자리 잡혀 간다는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오명과 낙인은 여전한 셈이다.
이와 같은 각종 수치와 결과를 보고 누군가는 말한다. 아직 법 시행 일 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말자고. “1999년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한 스웨덴에서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내심을 가지고 법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는 외국 사례까지 들었다. 물론 법 시행 일 년 만에 법과 제도가 목적하는 ‘소기의 성과’를 얻기란 무망한 노릇이긴 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에 숨어들어 창궐하는 음성적 성매매는 어찌할 것이냐고. 그러니 (성산업 전반에 대한)단속과 각종 예산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이다. 어떤 이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성 판매 여성들이)피해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처벌하는 이 법에 문제가 많다, 자기 자신을 피해자화해야만 제도의 보호와 권리를 보장받는 게 타당한가? 탈성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한 달에 40만원을 6개월 지원하는 것에 실효성이 있는가? 인권유린을 막겠다며 달려든 단속 현장엔 왜 인권유린이 판치는가? 검정고시 합격 4명, 조리기능사 자격 취득 24명, 취업 41명, 창업 22명 등 탈성매매에 성공(?)한 여성들 말고 나머지 성매매 여성들은 어디로 갔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성매매 방지법 시행 1년 뒤 여론의 판세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흐름으로 기울어진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의 저변에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시행할 땐 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므로’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 드러난 일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부작용’들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방지법 시행이 몰고 온 ‘생존권 위협’에 맞서 자신들을 드러냄을 통해 가시화되었듯이 이 모든 ‘부작용’들은 사회 속에 늘 존재하고 시민의 곁에 침잠해 있던 것들이었는데 보이지 않았던, 보지 않으려 했던 부면(部面)일 뿐이다. ‘좀 더 지켜볼’수록 이 부면이 지닌 더 많은 면들이 드러날 것이다.


5.

성노동자들의 ‘등장’ 이후 ‘성 노동’에 대한 여성계, (일부 좌파 내)여성주의 운동 진영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란의 화두는 ‘성판매가 노동일 수 있는가’, ‘성판매 여성들은 노동자일 수 있는가’이다. ‘성 노동’ 논쟁에서 ‘노동자성’에 주로 집중하는 데는 주로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곳들이다. 다른 시민사회단체나 여성운동단체들도 ‘노동자성’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적으로 하는 곳보다는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집단행동과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영은 ‘성노동자일 수 있다’ 혹은 ‘성노동자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오랜 시간 짓눌려온 억압의 역사를 넘어 자신들 스스로 조직화하고 주체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노동의 엄숙성’을 제고할 것에 동감한다. 대개 이들은 성매매의 연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가족주의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전변시키는 실천 없이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여성의 빈곤화에 맞서지 않고는 성매매 방지법은 ‘허공에 울리는 징’소리로 끝날 것임을 경고한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신자유주의 여성정책)에 여성계의 공명을 우려한다. 단, 노무현의 여성정책을 우려하고 심각하게 반대하는 자들 모두 성판매 여성들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성매매에 대해 비범죄주의를 취한다. 물론 남성구매자에 대한 처벌과 관심은 아직 이렇다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합법화를 주장하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들이 합법화주의자들로 오해받는다는 점이다.
한편 ‘성 노동’ 운운에 심각한 불쾌감을 표명하는 자들도 있다. 이들은 성매매 자체는 폭력이며 여기에 인권적 가치와 노동의 개념이 끼어들 틈은 없다고 말한다. 단호한 입장이다. 이들 중 일부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요구를 알선업주(포주)의 동원에 의한 것으로 당사자들의 진정한 목소리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비판을 ‘여성의 성적 착취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주장을 반복’한다며 일축하기도 한다. 이들은 한곁같이 성매매 방지법의 유의미성과 성매매 금지주의를 주장한다. 이들은 합법화가 동반한 폐해들 - 호주 빅토리아주의 성범죄 증가와 성매매 여성들의 건강 악화, 독일 성매매 여성들의 합법화 기피 - 을 들어 ‘합법화주의자들’의 맹안을 비통해하지만 주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유린’이라는 점 때문에, 성매매는 인간에 대한 가장 극악한 폭력이자 폐절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함을 설파한다.
또 다른 목소리는 성 노동 논의가 성매매 여성의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법적으로 금지하는 성폭력과 추행을 허용하는 행위가 노동이 될 수 있겠냐는 거다. 성매매는 성폭력과 성추행이 ‘아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성매매가 일대 일로 형성되는 관계에서- 폭력이 동반될 가능성이 완전한 ‘제로(0)’가 아님을 염두에 두면 이 질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생존권 보장’ 요구와 별개로 성산업인 합법화 요구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성노동자들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면서 성산업인, 즉 중간착취를 용인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점이다.
여러 논쟁과 논란, 질문들은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령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고 말하면 ‘성매매(성의 상품화)를 합법화하자’는 거냐, 고 이어진다. 금지한다고 성매매가 폐절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그럼 합법화는? 이라고 묻는다. 우문현답인지 현문우답인지 모를 질문과 탄성과 분노들이 ‘성매매 논란’의 협곡을 가득 메울 뿐이다. 그 와중에도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여전한 반대는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누군가가 사주하고 있다는 발상이다. 이들의 주체성을 기필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전근대적 발상은 성매매 방지법을 주도하는 자들 내에 면면히 흐르는, 오늘날 여성주의 운동 내의 서글픈 풍경이다.


6.

민성노련은 별도 조직전환을 하기 직전인 지난 7월 13일 성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양대 노총과 노동자의 힘, 서울여성노조에 공개 질의했다. 이 중 노동자의 힘은 내부 ‘노동자성’ 논쟁이 있음을 들어 분명한 답을 하진 않았지만 성노동자들의 요구와 활동에 지지,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는 공식적 답을 하지 않았다(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언급을 살펴보면 “한 노동계 인사는 ‘성매매 여성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는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느냐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실정법과 국민정서에 비춰 성매매는 현재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성 노동 인정 여부를 놓고 사회적 차원의 공론화가 이뤄진 바는 없지만 이 문제를 논의 중인 대부분 전문가들도 성매매를 노동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는 9월 25일의 연합뉴스 소식이 있다. 또 레이버투데이 9월 23일의 소식을 보면 “사회적 약자의 노조 설립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노조 설립의 ‘자발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지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성매매여성들의 ‘자발성’이 전제될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다”고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의 변을 싣고 있으며 같은 뉴스에서 김지예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노동력을 제공해 임금을 받는 ‘임금노동자’의 개념을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이라는 것이 인간성 실현의 수단이라고 볼 때 성매매를 노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는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 다만, 그들이 민주노총에 대화를 요구해 온다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민성노련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민주노총 지역조직인 민주노총 경기본부 평택안성지구협의회에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발신 :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노동자조합
http://cafe.daum.net/gksdudus
수신 : 민주노총 경기본부 평택안성지구협의회
참조 : 노동상담 관계자
제목 : 민성노련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귀 단체의 견해 요청

귀 단체에 가입문의를 다음과 같이 드리오니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 음 ]
민성노련(평택 소재)은 지난 8월 27일 출범해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 및 노동권 쟁취와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로 그간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해 양대 노총과 노동자의힘, 여성노조에 공개질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현재 민성노련의 노동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투쟁을 선언한 사회단체로는 사회진보연대,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노동자의힘 여성활동가모임, 성노동운동민중연대가 있습니다.
우리는 9월 6일 성노동자와 성산업인 및 사회단체들이 모인 가운데 민성노련 노동자조합 출범과 함께 성산업인단체(민주성산업인연대)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아래는 우리들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민성노련 노동자조합 12대 강령입니다.
1.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투쟁한다
2. 성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3.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한다
4. 성노동자들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건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5. 고객인 남성을 성매매 특별법에 의거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6. 성노동자와 정직한 성산업인간의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관계'를 추구한다
7. 인신매매, 감금, 폭행 등이 개입된 범죄적인 성매매 행위에 절대 반대한다
8. 성노동과 탈 성노동에 관한 것은 성노동자 자신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9. 성노동자를 억압하는 반인권 악법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위해 투쟁한다
10. 민주적인 성노동자들의 전국적 조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11. 성노동운동의 대의와 취지에 공감하는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를 도모한다
12. 성매매특별법 추진한 한국사회의 급진적 여성주의를 개혁한다.

현재는 법외노조인 임의단체에 머무르고 있는 민성노련 노동자조합이 귀 단체에 가입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문의 드리오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끝)
(첨부자료 생략. 규약 및 협약서는 http://cafe.daum.net/gksdudus 에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 경기본부 평택안성지구협의회는 답을 했다. 이 답변의 공식성은 확실치 않다. 다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것은 다음과 같다.

다름이 아니라 지구협 홈페이지에 올려주신 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와 노동권 쟁취를 하고 인권보호를 위해 노동조합 결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성노동자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현재의 법외노조로서 활동을 하시지만 평택안성지구협의회에 가입을 원하시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우선 민주노총에 가입을 하여야 합니다.
방법은 서비스연맹(산별)에 가입을 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평택안성지구협에 가입이 자동으로 되어집니다.
두 번째로는 평택안성지역노조(일반노조)에 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여기 또한 정체성의 문제 때문에 많은 토론이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세 번째는 민주노총 경기도지역본부에 직가입을 하시면 이것 또한 지구협에 자동으로 가입이 됩니다.
현재 위의 세 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단은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조합이어야 지구협에서는 받아 줄 수가 있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으면 합니다.


7.

현재 민성노련과 몇몇 단체, 개인들이 ‘성노동네트워크’(명칭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를 구성해 성노동운동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성노동네트워크는 명칭을 정하지 못한 바가 시사해주듯 지향, 구체적인 실천방향 등에서 내부 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트워크 구성 역량들이 정부나 일부 여성계처럼 단단한 재정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성노동자 당사자들의 조직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 성 노동 논쟁 또한 전인미답의 길이라는 점, 보수적 성 담론이 깊이 뿌리박힌 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하면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다소 지나치기까지 할 것이다.
반면 성매매 방지법 제정과 성매매 금지(주의)에 앞장서온 세력과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방지를 위한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취지로 ‘여성인권 중앙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국정브리핑 뉴스는 “센터는 전국의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과 상담소 사이를 연결하고, 상담원 양성, 의료·법률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한다. 조영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이 센터장을 맡았으며, 현장지원팀·교육홍보팀·운영관리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성매매 현장,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긴급 상황실도 운영한다.”고 했다.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를 둘러싼 논란의 지형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왜 여성주의자 간의 투쟁과 반목으로 화하는가, 심각한 회의와 걱정을 하기도 한다.


8.

다시 새내기 여성주의자는 생각한다.
오늘의 여성운동이, 여성주의자의 고민과 행동반경이 이 정도까지 오른 과정에 있었던 ‘언니 세대’ 여성주의자들의 실천과 노력에는 존경심과 자매애를 느낀다고. 그 노력이 여성가족부로 여성계 상층 운동으로 경도한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는 생각이다. 제도화, 권력화는 필연적으로 관료화를 낳았다. 그리고 이 땅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없는 존재’로 비가시적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정책집행에 주마가편할 수 있다는 논리의 비정합성이 현실적으로 드러났다. 마치 적과 싸우다 적을 닮아버려 우리 안의 투쟁의 대상과 그토록 닮은꼴로 화하고만 여성운동 일각의 모습. 수고하셨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마지막으로 민성노련에 지지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사회화하려는 세력은 조금 더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각종 우려와 의구의 질문들에 세련되게 임하자. 평행선 달리기에 익숙하다보면 스스로 고립화를 초래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립화를 추구한 사람들은 스스로 고립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