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를 보고 아! 대한민국!

[문화]

 국가 대표! 7, 80년대 막 칼라로 바뀐 TV에서 무개차 위에 걸터앉아 어색한 웃음을 날리던 모습? 내게 국가대표란 그 정도가 다다.
그런데 그 ‘국가대표’가 요새 화제란다.
도대체 어떤 ‘국가대표’길래… 하며 누가 떠민 등도 아닌데 등 떠밀리듯 가본다.

 드라마 구조는 스포츠 영화가 으레 그렀듯이 각각의 사연을 담은 비행(非行) 청소년들을 스키점프대에 모아다 비행(飛行) 시키는 뻔한 구조를 갖고 있다.

 비행(非行) 청소년 출신들이 처음부터 비행(非行) 한 건 아니었지만, 비행(飛行)을 시키기 위해 비행(非行) 청소년을, 천마산 어린이 스키 교사 출신 방코치(성동일 분)가 찾아다니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어딘가 ‘공포의 외인구단’ 아류를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대표 팀에 합류하리라고 나도, 관객들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게 관객인가 보다.
그러다가 좌절을 겪을 것이고… 반항하던 비행 청소년들이 개과천선하여 좌절한 코치를 다시 불러내어 결국 승리로 이끌 것이고…. 정말 관객의 심리는 어쩔 수 없다. 아마 소설책이었어도 맨 뒤로 넘겨 결과만 보진 못할 것이다.

 약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독후감’이 됐건, ‘평론’이 됐건 ‘감상평’이 됐건 그런 평가로 완성되는 것이지 평가가 없는 영화는 여전히 미완성이다라고 평소 주장해왔던 나로선 ‘평’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빨려 들어가듯 줄거리만 따라가다간 아무 생각도 못하고 평도 못 쓸 것이다. 그래서 딴죽을 걸어보기로 했다. 바로 제목인 ‘국가대표’.

 그들이 ‘대표’하는 ‘국가’란 뭘까?
‘국가대표’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광스런 지위인 것 같다. 단, 영광된 지위를 약속하지만 그만큼 ‘봉사’와 ‘희생’을 강요한다. 때론 영광된 지위에 관심 없는 자들에겐 ‘봉사’와 ‘희생’만 강요하기도 한다. 대신 물질적이던, 정신적이던 ‘보상’ 주어지니 그런 딜(deal)이 이루어지겠지?

 극중 하정우가 분(粉)한 ‘밥’(미국명, 곧 귀화해 차헌태로 불린다)에게 있어서 국가는 경멸의 대상이고 저주의 대상인 것 같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팔려간 그에게 ‘국가’는 없었다. 다만 어머니가 사는 나라로서의 한국을 찾았을 뿐이다.
어머니는 예상과 다르게, 가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밥’은 그 어머니를 위해 아파트를 사드리고 싶었다. 그걸 알아챈 방 코치는 자기가 신이라도 된 양, 덜컥 아파트 한 채를 약속 해 버린다. 단, ‘금메달 따면’이란 조건은 걸지만…
연로하신 할머니와 4차원 정신세계의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도 방 코치가 군대를 면제시켜 준다는 꼬임에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군대에 가면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순종하며 평생 아버지(이한위 분)가 운영하는 고기 집에서 고기만을 구우며 살 것 같던 마재복(최재환 분)도, 여자를 너무 좋아해 오로지 방 코치의 딸을 작업(?) 하려고 국가대표 캠프에 참여한 최흥철(김동욱 분)에게도 그들이 대표할 ‘국가’는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제각기 다른 ‘보상’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심지어 천마산에서 어린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며 근근이 살던 방 코치마저도 영광된 ‘지위’에만 관심 있지, 그걸 위한 봉사와 희생에 대한 준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럼 지금 현재 태능 선수촌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우리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국가’는 뭘까?
그들은 바로, 어린 시절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듯 모든 것 다 포기하고 오로지 ‘국가’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가족도 친구도 없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태극기 올리기만을 유일한 희망과 꿈으로 여겨 온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정말 스스로가 대표할 ‘국가’를 위해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을까?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금메달을 땄을 때 행복했을까? 아님 행복한 체 했을까?

 헌태는 자신을 길러준 미국인 양부모가 위급하신데도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오고 생모를 위해, 아파트를 위해, 자신을 버린 ‘국가’에 기꺼이 국가대표가 된다.
칠구도 다리가 부러져가면서도 끝까지 ‘국가대표’로서 남고, 흥철도 작업 대상(방코치 딸)이 떠나갔음에도, 재복도 아버지에게 다리가 부러지도록 맞아 가면서도 여전히 국가대표로서 모든 열정과 희생을 바친다. 그게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가’의 대표가 되게 한 것일까?

 그럼 내게 있어 ‘국가’는 뭘까?

 오후 5시가 되면 멈춰 서서 경례하여야 하는 대상? 아님 4절까지 외워야 하는 애국가의 주인공?
우리 어머니, 아버지에게 있어 국가는 뭘까?

 용산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게 있어 국가는 뭘까? 한미 FTA로 피해 입은 농민들에게 국가는?,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나 철거민들에게 국가는 뭐고 위정자들이나 가진 자들에게 국가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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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철거민 , FTA , 국가대표 , 한미FTA , 용산참사 , 용산 , 하정우 , 한미에프티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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